언젠가 우리 지역에서 300년 이상 된 '자연 습지'가 발견되었다고 지역 신문에 크게 난 적이 있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 야산에서 발견되었다는 습지 사진을 보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은 어릴 때부터 동네 뒷산이나 앞산 천둥지기 뒷구석에서 쉽게 보아오던 물웅덩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습지'라는 말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개펄도 아니고 습지 어디가 중요해서 저러나 늘 궁금했었다.
습지에 대한 중요한 국제협약으로는 '람사협약'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 정도까지는 알았지만 그 내용이 뭔지는 잘 몰랐다. 더구나 요즘 미국의 침략위협 앞에서 핵개발이다, 이라크 저항세력 지원이다 하여 외신에 자주 등장하는 이란의 한 해안도시 이름이 '람사'라는 것은 더더욱 몰랐었다.
이 책의 이름인 <주남저수지>는 낙동강 하구에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 동읍과 대산면의 10개 리에 걸쳐 있는데 180만 평에 이른다. 동판저수지와 산판저수지를 아우르는 주남저수지는 주천강을 통해 낙동강으로 연결되는데 유명한 우포늪과 삼각주를 이루면서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생명을 잇는 띠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주남저수지에서 살아가는 여러 생물종들의 모습은 습지가 얼마나 중요한 생명의 보고인지 생생하게 알게 해 준다. 하루에 6만여 마리나 날아드는 겨울철새도 그렇지만 개구리밥이나 물옥잠 등의 수생식물 또한 주남저수지의 주인들이다.
@BRI@계절마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꽃을 찾아 날아드는 곤충들과 이 곤충들을 잡아먹는 식충식물인 통발. 통발은 여러해살이 수초로 줄기는 길이가 9∼18cm 정도이며, 잎은 그물 모양으로 어긋나 자라는데 자루모양이 되어 벌레를 잡아먹는다. 대로 만든 물고기 잡는 기구 이름도 통발인 것을 보면 이 식충식물 이름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런 식충식물이야기를 듣다 보면 주남저수지 물속이 또 궁금해진다.
이 책의 7장에 이르면 비로소 물속으로 들어간다. 주남저수지 속에 들어가면 물 흐름이 느리고 물풀이 많은 곳에 사는 버들붕어와 바다로 나가 자란 다음 낙동강을 따라올라 온 연어, 꼭 뱀처럼 생겨서 공기호흡을 하면서 수컷이 암컷으로 성 전환을 하는 아주 특이한 물고기 '드렁허리'를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영화가 나와서 더 유명해지기도 했는데 수서곤충 등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 쉬리, 부성애가 강하기로 소문난 꺽지는 알의 부화를 돕기 위해 쉬지 않고 지느러미를 놀려 알에 산소를 공급한다.
메기가 메구나 물미기로도 불리고, 송사리는 눈챙이로 불리지만 눈치로도 불린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어떤 물고기는 이름이 십여 가지나 되어 챔피언이 된 영광도 있지만, 이름이 많다는 것은 어느 지역 사람에게 건 먹을거리로 환영받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 영광은 한순간에 비극으로 변한다.
국군의 날이 되면 전투기 편대들이 공중곡예를 하면서 감탄을 자아내게 하지만 재두루미가 비행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 작은 머릿속에 초고성능 전자 칩이 들어 있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같은 높이에서 같은 속도인 것은 물론 똑같은 날갯짓으로 날아갈 수 있을까 싶을 지경이다.
경남도청의 공무원으로 공보관실에서 일하는 최종수씨가 찍은 사진들이 책의 저자 강병국씨의 시 구들과 어울려 주남저수지를 더 생생하게 볼 수 있게 한다.
책의 8장으로 넘어가면 저수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다. 마지막 장인 19장까지 가다 보면 습지의 중요성과 인간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고리들을 발견하게 되지만 주남저수지가 처한 환경파괴의 위기도 만난다.
다행스러운 것은 경남 창원시는 2008년에 열리는 람사협약 당사국 총회를 유치하여 주남 저수지에서 열기로 했다. 여기서 주남저수지를 강원도 양구군 용늪(1997년), 경남 창녕군 우포늪(1998년), 전남 신안군 장도습지(2005년), 순천만 개펄과 벌교 개펄(2006년)에 이어 국내에서는 여섯 번째로 람사습지로 등록하여 보호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주남저수지> 지성사, 2007년. 15000원. 이 글은 <오마이뉴스> '책동네'의 책을 제공받아 쓴 책소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