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 년에 두 번 큰 마법에 걸린다. 아시아 아니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메트로폴리스인 서울은 그 시기 모처럼 한가한 공간을 맞는다. 설과 추석, 부모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및 전국 각지의 아들딸들은 손에 크고 작은 선물을 들고 길을 나서는 민족대이동. 평소보다 곱 이상의 시간을 들이는 기나긴 여정도 마다 않고 해마다 길을 메우는 한국인의 모습은 사실 월드컵 거리응원과 같으면서도 다른 흥미로운 현상이다.
정해년도 어언 두 달 남짓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설을 쇠야 한국사람은 새해를 실감하게 된다. 문화인류학적으로 흥미로운 명절 대이동현상도 있지만, 동시에 전국의 도시화로 인해 아쉽게도 명절민속은 이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잊혀진 마을풍경 중 하나이다. 그나마 고향집을 찾은 사람은 고향의 향수를 통해 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겠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서울에서 설을 맞는 사람들은 명절을 실감하기가 쉽지 않다.
풍습은 생활로 접해야 하지만 현실의 환경은 풍습이 살아 숨쉴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고, 아이를 둔 부모들은 특히 명절풍습을 공유하고자 애쓰는 모습들이다. 명절 휴일을 맞아 해외여행이나 기타 레저를 즐기는 모습들이 언론에 자주 거론되기는 하지만, 실제 명절 당일 국립민속박물관 같은 전통문화의 현장을 찾는 시민들은 대단히 많다. 그런 시민들을 위해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국악원이 설분위기를 장만해뒀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은 설을 맞아 전통 민속 공연, 특별 전시, 민속 체험 등으로 구성된 새해맞이 행사를 국립민속박물관 앞마당, 강당, 어린이박물관, 전통문화배움터에서 실시한다. 사흘 연휴 동안 국립민속박물관은 3일의 연휴 기간 동안 '천익창의 개량악기 연주회'(2월 17일) '남동현과 함께하는 설맞이 퓨전음악'(2월 18일), '엿장수 시연'(2월 19일), '새해맞이 만구대탁굿'(2월 24일) 등 색다른 민속 공연을 잇달아 펼친다.
또한 다양한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명절기간 내내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 중앙 로비에서는 우리의 전통 연 30여 점을 전시하고, 정해년 새해를 맞이하여 돼지띠 특별전시를 진행한다. 우리 고유의 문양이 그려진 가오리연, 방패연 등이 전시되며, 관람객들은 이들 연을 직접 만들어 날릴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민속놀이가 행해지는데, 새해 소망을 담은 솟대 깎기, 세화 그리기, 각시탈, 봉산탈 등 다양한 전통 탈 만들기, 단소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
한편 국립국악원(원장 김철호)는 18일 오후 5시 예악당과 야외광장에서 설날행사를 개최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민속악단, 창작악단 그리고 무용단이 차례로 꾸밀 설 공연에서는 등을 들고 추는 보등무를 엮어 벽사진경의 의미를 두는 처용·보등무합설로 시작해서 씩씩하고 힘찬 행악 대취타를 현악만으로 구성하여 연주하는 수요남극(壽耀南極)지곡으로 이어간다. 또한 남녀창 시조 태평가와 창작국악 실내악과 설 풍경을 담은 전래동요로 그야말로 어른들은 동심의 세계로, 어린이들에게는 친근하고 정겨운 무대가 될 것이다.
공연 막바지 분위기를 돋우어 줄 경서도민요 명창들의 흥겨운 개성난봉가, 연평도난봉가, 창부타령, 경복궁타령 등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며 설날의 흥겨운 분위기로 공연의 정점을 이루며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이날 공연의 특별한 이벤트로는 공연 전후 예악당 로비와 광장에서 펼쳐지는 짚풀공예 전시 및 만들기 체험과 토정비결 보기, 전통악기, 전통놀이체험이 마련된다. 설날 오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체험 마당’에서는 사물놀이 악기 등 전통악기 체험과 함께 대형 윷놀이를 비롯한 전통놀이 체험 마당을 펼쳐진다. 재미로 보는 토정비결 코너에서는 궁금한 신년의 운세도 볼 수 있고, 더욱 특별한 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짚풀공예와 복조리 만드는 법을 직접 보고 배우는 기회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