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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용미리 추모의 집 | | ⓒ 염종호 | |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이렇게 명절에야 또 찾아 뵙습니다.
아버님을 여기 모셨던 기억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여덟 해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아이들도 많이 자라 큰 손자가 이제 중학교에 간답니다. 많이 자랐지요? 모두가 아버님께서 지켜봐 주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올곧으셨으며 묵묵히 매사에 철저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답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신혼 집을 방문하셨을 때를 저는 지금도 잊지를 못합니다. 결혼한 딸의 밥상을 처음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다가 그만 목이 메 마치지를 못하자 어머님이 대신 해주셨을 때를 말입니다.
이층집이라는 말만 믿고 넉넉하리라 생각하고 오셨는데 고작 학고방 만한 크기였으니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셨을까요. 딸 하나를 금이야 옥이야 진정 금지옥엽으로 키워 내로라하는 곳 다 놔두고, 내 딸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마지못해 보냈던 것인데, 그렇게 간 곳이 이런 곳이었으니….
@BRI@그럼에도 "내가 사랑하는 딸이 선택한 남자이니 이제는 자네 또한 나의 사랑스러운 자식이다"하며 모든 허물을 감싸주시고 보듬어 주셨던 기억들을요.
그때 저는 다짐을 했습니다. 비록 물질적인 것으로는 행복을 줄 수 없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튼실한 몸과 건강한 마음으로 이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어 진정한 행복을 주겠노라고 말입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지나온 삶들을 돌이켜보면 그리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맛난 것과 좋은 옷은 못 해주더라도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니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또 일 년에 한 번 눈물을 보일까 말까 할 정도로 서로서로 깊이 이해하고 배려하며 산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더불어 아이들 때문에 웃고 떠드는 날들이 많아 거의 매일 집안에 웃음이 가시지 않을뿐더러, 공부는 만족할 만큼은 못하더라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 주어 감사하게 생각하며 산답니다.
다만 혼자 계신 어머님을 함께 모시지 못하는 것이 송구할 따름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어머님의 마음이 돌아오시면 그때는 꼭 모실 것을 약속 드립니다.
오늘은 아내가 종이로 정성껏 만든 십자가와 아담한 꽃을 새로 가지고 왔습니다. 비록 향기 없는 조화이기는 하지만 사랑하는 딸의 정성이 잔뜩 밴 것이니 꽃보다 더 향기로울 것입니다.
그럼, 부디 평안하시고 하늘나라에서도 지켜봐 주시기를 바라오며, 혹여 못난 마음이라도 먹거들랑 꿈결에서라도 찾아 꾸짖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정해년 음력 초이틀, 못난 사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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