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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은 미국의 공휴일인 <프레지던트 데이>. 관공서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 지역 일간지에는 공휴일에 문을 여는 기관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주로 학교였다.
공휴일이면 학교도 문을 닫는 게 원칙인데 왜 열었을까. 그리고 관공서 가운데에도 일부는 문을 열고. 바로 눈 때문이었다.
제발 눈 좀 와라
일기예보에 의하면 지난주 화요일부터 이 지역에는 폭설과 우빙이 예고되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선생님과 학생들은 내심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스노우데이>를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 월요일 오후, 집에 온 두 딸들도 표정이 상기되어 있었다. 예정대로 눈만 와주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기다리던 눈은 월요일 저녁까지도 오지 않았다. 초조해진(?) 아이들은 현관문을 자주 열어보며 눈이 오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하지만 하늘은 말짱했다. 일기예보대로라면 월요일 저녁부터 폭설이 내려줘야 했다.
그런데 아무런 기별이 없자 아이들은 기우제가 아닌 '기설제' 노래를 부르기까지 했다. '렛잇 스노우(Let it snow). 렛잇 스노우. 렛잇 스노우'.
그러다 밤이 되면서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폭설로 이어질 것 같지 않은 시원찮은 눈이었다. 아이들은 걱정을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눈이 제대로 내려줘야 학교에 가지 않을 텐데."
새벽에 눈을 뜬 아이들은 곧장 TV 앞으로 달려갔다. 이 지역의 모든 정보를 전하는 <채널3>을 보기 위해서. 하지만 우리 지역에 대한 <스노우데이> 소식은 없었다.
아이들은 실망을 하면서 아침밥을 먹었다. 그러나 휴교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다시 컴퓨터를 켜는 아이들. 특이사항은 없었다.
"으윽, 이런."
뒤늦게 학교 갈 준비를 한다고 법석을 떨던 아이들이 최종 확인을 위해 컴퓨터의 '새로고침'을 눌렀다.
'No School'
"앗싸~"
눈 덕분에 이틀간 잘 쉬었다. 인근 라킹햄 카운티는 나흘씩이나 휴교령이 내렸다고 한다. 그곳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철없는(?) 우리 아이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바로 어제 일간지에 실린 <스노우데이> 관련 기사다.
다 써버린 스노우데이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최근 며칠 동안 궂은 날씨 때문에 잘 쉬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빠진 날들을 보충해야 한다. 라킹햄 카운티는 금년 들어 7일이나 문을 닫았다. 교육청이 정해놓은 스노우데이 6일보다 하루를 더 쓴 것이다. 이젠 보충할 날만 남았다.
해리슨버그의 학교도 금년에 계획한 4일간의 스노우데이 중 벌써 3일을 다 써버렸다. 앞으로도 혹시 눈 때문에 학교가 쉬게 될지 몰라 이번 '프레지던트 데이' 공휴일에는 거의 모든 학교가 등교를 하게 되었다.
눈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고, 눈 때문에 공휴일에도 학교를 나가야 했던 웃고 울었던 한 주였다. 바로 그 눈 때문에 온 동네와 도시가 꽁꽁 얼어붙은 현장을 둘러보았다.
옆집 꼬마 애마는 눈만 오면 부지런히 밖으로 나온다. 플로리다에서 이사를 온 까닭에 눈이 신기한 모양인지 늘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눈을 먹는다. 차에 붙은 고드름도 아랑곳하지 않고 따먹는 귀여운 아가씨다.
간밤에 내린 우빙으로 동네 길 안내판이 쓰러졌다. 일으켜 세울 수도 없다. 꽁꽁 얼어붙어서.
스노우데이 첫날은 식구들 모두 집에서 칩거를 했다. 그리고 둘째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차가 얼어서 문도 안 열리고 창문도 얼음이 들러붙었다. 아이들이 중무장을 하고 얼음을 깨고 있다(그런데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양산인데 그것으로 뭘 한다고?)
처음 담아본 동치미도 이번 한파에 꽁꽁 얼었다.
아무리 많은 눈이 내려도 큰길로 나가면 눈이 다 치워져 있다. 시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시 당국이 금세 차도를 쓸어 놓아 운전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폭설이 내린 지 일주일도 넘었건만 한파 때문인지 내린 눈이 녹을 생각을 안 한다. 이곳 제임스메디슨 대학교 호수에도 눈이 쌓였는데 오리들이 떼를 지어 눈 위에 앉아 있었다.
"너희들 발 시렵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