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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청이 지난 2006년 민간 연구자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그런 일이 없다고 숨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1월과 6월 국보법 위반 사건에 대해 우익학술단체에 일정한 '감정비'를 주고 이적성 여부 판단을 의뢰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행정자치위 소속 국회의원에게조차 허위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경찰청은 지난 2004년 11월 공안문제연구소가 문을 닫은 뒤 우익단체 연구자에 의뢰해 현재까지 사상검증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경찰청은 이른바 '사상검증'으로 불리는 이적성 감정을 중단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과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월과 6월 비전향장기수 묘역공원 '묘비글'과 김영승 통일광장 공동대표의 블로그 글 19건에 대한 사상감정을 보수우익단체인 제성호 자유민주연구학회장에게 각각 의뢰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얼굴의 경찰청'... 폐지 공언하더니 혈세 써가며 사상검증 계속

그럼에도 경찰청은 해당 자료를 요구하는 행자위 소속 국회의원에게 버젓이 거짓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경찰청은 사상검증을 의뢰한 전문가와 연구기관 리스트를 요구하는 이인영 열린우리당 의원의 자료요구에 "감정업무를 중단했다"고 보고했다.

이 의원은 경찰청에 보낸 자료요구서에서 "이적성 판정과 자문을 의뢰하는 전문가 및 연구기관(학회 포함) 전체 리스트와 기관선정 시기, 선정기준 및 근거, 이적성 의뢰 목록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이적성 판정, 자문을 의뢰하는 전문가 및 연구기관을 선정하거나 위촉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2004년 11월 18일 행자위 국감 이후 공안문제연구소의 감정업무를 중단했다"며 "2005년 7월 5일 공안문제연구소가 치안정책연구소로 통폐합해 감정업무가 폐지돼 관련 자료를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과 인천지방경찰청이 버젓이 우익학술단체에 검증을 의뢰한 뒤 재판 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상검증을 하지 않는다고 발뺌하고 있지만, 국민의 혈세로 '검증비'까지 대주면서 여전히 사상검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경찰청은 "감정인, 감정기관, 단체 등은 개인이나 단체의 인권보호와 보안업무의 특수성, 대외적 보안성을 고려해 제출할 수 없음을 양지해 달라"는 공문을 이인영 의원실에 보냈다. 인천지방경찰청도 "김영승 고발내용 19건 등에 대해 분석 의뢰한 사실은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사상검증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부 지방경찰청은 공안문제연구소 폐지 이후 자체 사상검증 요원을 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이인영 의원실에 보낸 회신에서 "공안문제연구소 폐지 이후 자체 문건분석요원 2명을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안문제연구소를 폐지해 "민주주의 아래서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던 경찰청이 국민 앞에서 '눈 가리고 아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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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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