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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명의 아기를 옆에 둔 20대 남짓한 망얀족 아줌마
ⓒ 윤병두
나는 망얀족이 살고 있다는 필리핀 민도르 섬을 향해 떠나고 있다.

바탕가스 항구에서 방카(대나무로 양 날개를 달고 운행하고 있는 작은 배)를 타고 1시간 30분 만에 민도르 섬 푸에르토 갈레라 작은 해변에 도착했다.

▲ 집안 모서리에 자리 잡은 화덕과 부엌 살림들
ⓒ 윤병두
작열하는 태양아래 푸른 야자수와 울창한 원시림이 고스란히 간직된 아름다운 섬 민도르, 이 아름다운 섬이 이곳 원주민인 망얀족이 평화롭게 살던 섬이었다. 바다에선 고기를 잡고 산에선 바나나를 따서 먹고 살던 망얀족.

그러나 망얀족은 스페인이 이곳을 점령하면서부터 이 아름답던 해변을 고스란히 빼앗기고 고난과 억압에 못 이겨 해변을 떠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필리핀에는 현재 110개나 되는 원주민 부족이 살고 있다고 한다. 망얀족은 현재 8개 부족이나 되며 이중에 이라야 망얀 (Iraya Mangyan) 족은 민도르 섬의 북쪽인 푸에르토 갈레라(Puerto Garela) 주변에 살고 있다.

나는 하이트 비치에서 불과 2-3km 밖에 안 떨어진 탈리파난(Talipanan) 마을을 찾았다. 이라야 망얀족은 오랜 세월 고유 언어와 문화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현대문명의 물결이 점차 이들 고유문화를 잠식해 지금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 움막 같은 집안에 7-8명이 함께 살고 있다.
ⓒ 윤병두
200여 호가 살고 있는 산골마을, 이곳에도 초등학교가 몇 년 전에 세워져 현대문명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 수는 현재 200여명이나 된다.

교실 안에는 어린 학생들의 노래 소리가 조용한 계곡의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이들이 살고 있는 환경은 돼지우리만도 못하다. 바나나 잎과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움집에는 아이들 10여 명이 뒤엉켜서 살고 있다. 식생활은 야생 바나나와 고구마로 연명하고 있다. 옷가지는 주변에서 헌옷을 구해서 입고 있으며 원주민이 입던 전통의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 나무넝쿨로 만든 공예품을 파는 아줌마
ⓒ 윤병두
망얀족의 평균수명은 40세 정도이며 15살 정도면 결혼한다고 한다. 아기는 생기는 대로 낳을 수밖에 없으며 기르다 죽기도 하고 키우기 어려우면 낳자마자 산속에 갔다 버리기도 한단다. 망얀족은 원래 겁이 많아 외부사람들을 피해 멀리 산속으로 들어가 독자적 공동체를 구성하고 살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도 이제 돈을 알게 돼 살아남기 위해 자급자족의 단계를 벗어나 경제활동의 주체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원래 손재주가 좋아 나무 넝쿨을 채취해서 바구니 등 공예품을 만들어 가까운 관광지에 내다팔아 식품을 조달하기도 한다.

▲ 낯선 사람들의 방문이 신기한 개구쟁이들
ⓒ 윤병두
나를 안내했던 운전사는 망얀족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에 분노를 토해낸다.

"망얀족은 순진하고 무식하다보니 지주와 지방 관료의 농간에 그 좋던 농지를 다 빼앗겼어요. 지주는 이 땅에 울타리를 치고 임대료를 내지 않으면 경작도 못하게 하니 이들이 무슨 돈이 있나요? 망얀족은 살기 위해 깊은 산속으로 찾아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이 섬은 바나나 주산지로 천혜의 재배조건을 가진 지역인데 저렇게 땅을 놀리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치와 토지개혁이 없는 한 필리핀의 미래는 캄캄합니다."

▲ 망얀족의 꿈나무가 자라는 초등학교
ⓒ 윤병두
코 큰 외국인이 그렇게도 신기한지 철없는 개구쟁이 꼬마들은 신이 나서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남루한 옷에 해맑은 미소가 아름다운 이 어린것들의 미래는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불과 몇 km밖 사방비치 해변에는 환락의 밤이 지속되고 있건만 이들은 문명의 이기를 고스란히 버리고 깊은 산속에서 원초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저 작은 교실 안 꿈나무들이 성장해 고향땅을 다시 찾아 선조들의 망향의 설움을 달래줄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 민도르, 푸에르토 갈레라 하이트 비치
ⓒ 윤병두
마닐라에서 바탕가스 항구까지 버스로 3시간 정도 걸린다. 바탕가스 항 여객터미널에서 방카를 타면(4천 원 정도) 1시간 반이면 하이트 비치에 도착한다. 숙박은 2-3만원 정도면 괜찮은 리조트를 잡을 수 있고 주말은 조금 비싸다.

▲ 방카(대나무로 날개를 달아 전복되는 것을 막은 배)
ⓒ 윤병두
하이트 비치는 작고 아담한 해변으로 비교적 한적하고 음식 값도 싸며 가족단위로 휴식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이곳에서 배(방카)를 빌려 산호와 열대어가 아름다운 작은 섬까지 가서 스노크링을 즐기는 것은 3만원(점심포함) 정도면 된다.

인근에 있는 사방비치는 전세계 스쿠버 다이버들이 몰려드는 환락가로 유명하다. 해변은 오염이 되고 배가 많이 정박하고 있어 수영을 할 수 없다. 수영을 즐기려면 하이트 비치나 다른 작은 비치로 가야 한다. 거기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리조트도 있고 한식도 가능하다. 신혼여행지로 민도르 섬을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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