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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입구
골목입구 ⓒ 정현순

"할머니, 천천히 가지 말고 빨리 가."
"이런 길은 빨리 달리면 안돼."
"왜?"
"여긴 길이 좁지? 이런 곳에서 빨리 달리면 사고 날 수도 있어."

행여 다른 자동차와 접촉사고라도 날까봐 아주 천천히 갔다.

@BRI@며칠 전 손자의 졸업식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난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주차 문제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곳이기에 할 수 없이 자동차를 가지고 가게 되었다.

손자의 유치원은 광명시 큰 도로변에 있다. 얼마 전까지 그 앞에는 주차를 시켜놓은 차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난 그 앞에 비상등을 켜놓고 자동차를 세워놓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날은 그곳에 주차해 놓은 자동차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주차하고 유치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어느 남자 학부형인 듯한 사람이 "요즘 그곳에 주차해 놓으면 딱지 뗍니다" 한다.

"그럼 어디 주차할 데 있나요?"
"요 뒤로 가시면 빈 공간이 가끔 눈에 띄어요. 저도 그곳에 주차 시켜 놓았어요."

사람도 겨우 다닐 수 있는 골목길
사람도 겨우 다닐 수 있는 골목길 ⓒ 정현순
대문 사이에도 주차
대문 사이에도 주차 ⓒ 정현순
이중으로 주차
이중으로 주차 ⓒ 정현순

난 그 뒤에 있는 주택가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세상에나! 저게 뭐야? 대문사이에도 주차!'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자 대문 사이에 곡예하듯이 주차해 놓은 모습이 보였다. 정말 심각해 보였다. 이중으로 주차한 것은 오히려 덜 불안해 보였다. '차라리 딱지를 떼고 말 것을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그 골목에 주차한 것을 보니 왠지 자신이 없어지고 만 것이다. 주차할 곳이 없는 것은 물론, 어느 곳은 사람만 겨우 드나들 정도였다.

좁은 골목을 조심스럽게 들어왔으니 그곳을 다시 나간다는 것도 만만치 않아보였다. 차를 돌릴 곳도 눈에 띄지 않았다. 미로 같은 골목을 이리지리 헤메던 중 드디어 주차할 곳을 한군데 찾았다.

주차시켜놓고 보니 그곳도 안전하지 않아보였다. 바로 뒤에는 전신주가 있어 다른 차가 오고 갈 때 내 차가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저만치에 안전하게 주차할 곳이 보였다.

다시 시동을 걸고 그곳을 향해서 갔다. 하지만 그곳을 가려면 장애물을 무사히 지나가야만 했다. 어찌 보면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 아슬아슬했다. 그때 중년 남자가 오고 있었다. 난 그에게 "아저씨 이 차가 저 옆을 지날 수 있을까요?" "네 뒤로 쭉 뺏다가 다시 들어오세요." "아저씨가 좀 봐 주세요."

그 아저씨 덕분에 그곳을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나마 안전한(?) 곳에 주차를 시킬 수 있었다. 나름대로 안전한 곳에 주차를 시켜놓으니 손자의 졸업식을 편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그 골목을 빠져나오면서 그 골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자동차가 그렇게 얼기설기 주차되어 있으니 만약에 화재라도 나면 소방차가 들어오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한눈에도 알 수 있었다. 벽에 딱 붙여서 주차를 해놓았지만 승용차나 승합차보다 더 큰 차는 그 옆을 지난다는 것은 아예 상상할 수도 없어 보였다. 그런 상황은 그 동네 골목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주차를 막기위해서는 의자도 등장
주차를 막기위해서는 의자도 등장 ⓒ 정현순
내가 살고 있는 시흥시 주택가도 마찬가지다. 대낮이지만 누군가 자기네 집 앞에 주차를 시켜놓을까 봐 주차 못하게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을 쉽사리 볼 수 있었다. 문을 잠글 때 쓰이는 줄만 알았던 자물통, 꽃을 심는 화분, 사람이 앉는 의자 등 모든 것이 다 동원되고 있었다. 정말 심각한 일이다.

자물통까지 동원된 주차 전쟁
자물통까지 동원된 주차 전쟁 ⓒ 정현순
화분도 등장
화분도 등장 ⓒ 정현순
드럼통도 단단히 한 몫 거들고있다
드럼통도 단단히 한 몫 거들고있다 ⓒ 정현순

며칠 전 신문에 난 기사에 우리나라에 자동차등록대수 1600만 시대가 개막되었다고 한다. 3명당 한 대 꼴로 요즘 자동차는 생활의 필수품이라고 한다. 좁은 우리나라의 땅덩이를 생각한다면 앞으로 계속 늘어날 자동차수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늘어나는 자동차 수만큼 주차공간이 확보되어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오래 전 내가 서울 응암동에 살 때였다. 1986년도인가 나라의 비상사태를 알리는 적색경보가 울린 적이 있었다(다행히 잘못된 일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자동차도 많지 않을 때였다. 그때에도 사람들은 몹시 우왕좌왕했었다. 만약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 그 많은 자동차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런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토요일(24일) 오전 남동생 내외와 우리 부부가 오촌 아저씨께 새해 인사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토요일 오전이라 우린 길이 막히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속도로로 들어서자마자 길이 막히기 시작했고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두 시간이나 걸려 도착할 수 있었다. 자동차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 더욱 실감이 났다.

그 많은 자동차를 보면서 '저 많은 자동차는 어디에 주차를 시킬까?' 궁금증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파트다 보니 아직까지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나도 오랫동안 운전을 하고 있지만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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