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기는 의정부 민락(民樂)동,
백성(民)들이, 살기 좋은(樂)동네라고 하는데,
서울 외곽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이곳은 개발의 바람이 비껴가,
인심만은 흉하지 않고
훈훈했다.
언제부턴가,
지하철 8호선이 연장 운행된다는 소문이 떠돌고,
광운 대학교 분교가 들어온다는 말이 풍문으로 들리고,
영어마을이 생긴다고 돈 많은 아줌마들이,
치맛바람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산 너머로 택지 개발이 한창이다.
이 정부에서는
매일 집세만은 확실하니 잡겠다고 떠들고,
언론에서도 아파트들의 거래가 한산하고
집값도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약수터에 가면,
이른 새벽부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집값이 몇 천만 원이 올랐니 하면서
열변을 토하고,
서로 부러운 눈짓을 보낸다.
남의 집 월세 사는
서민들은,
세금이 밀리고,
월세가 몇 년째 밀려,
원금까지 다까지고 남는 게 없다.
땅값이 오르든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든
아무 관심도 없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던지,
돈의 흐름이 어느 방향으로 물꼬를 틀든지 간에,
큰 손들이 무슨 장난을 쳐도,
빈 손으로 갈텐데….
마지막 이 세상에서 무엇이 보람으로 남을까?
그저 빈 배낭 하나 매고
서리 하얗게 내린,
아직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산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