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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여수 참사 항의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철창 속에 갇힌 상황을 묘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5일 여수 참사 항의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철창 속에 갇힌 상황을 묘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정훈

이광민 여수참사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오늘(25일) 상경 집회에 유족 10여명이 참가하기로 돼 있었지만, 유족들이 아무도 오지 못했다"며 "한국정부와 주한중국대사관이 이들을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정부는 집회 참석이 국가 배상 등 앞으로 일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유족들에게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상을 미끼로 유족들의 항의조차 통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만 잠그지 않았다면 다들 살았을텐데..."

경찰의 통제 속에서도 추모제와 정부 규탄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화재참사 사망자 9명의 영정을 앞세운 참가자들은 분향과 묵념으로 타국에서 죽어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정부와 이주노동자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까지만 까붕(네팔) 서울·인천·경기이주노조위원장은 "도대체 23개에 달하는 외국인보호소가 돼 필요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까지만 위원장은 "잘못된 정책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도망가다가 죽고, 일자리가 없어 자살한다"며 "보호소 철폐를 위해 19만 미등록이주노동자와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집행위원장도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사람을 불태워 죽이는 기관이냐"며 "불법은 이주노동자들이 아니라 정부가 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수참사 집회에 참가한 여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른쪽은 참사 당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우건정씨.
여수참사 집회에 참가한 여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른쪽은 참사 당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우건정씨. ⓒ 오마이뉴스 김정훈
지난 2월 11일 새벽 화재참사 당시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갇혀 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주노동자의 인권유린 증언도 나왔다.

중국인 우건정(33·산둥성)씨는 "새벽에 자고 있는데 갑자기 소란스러워져서 보니 타는 냄새가 나고 불이 났다"며 "나가려고 했는데 문을 걸어 잠궈서 (우리를) 못 나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씨는 "만약 문을 잠그지 않았다면 다들 살아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목이 메었다.

우씨는 또 "화재 속에 정신을 잃었다가 깨보니 병원이었는데 손목에 족쇄(수갑)가 채워져 있었다"며 "병원에서 치료받는 내내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갇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여수참사 공대위 관계자는 "치료 받는 환자에게 수갑을 채워놓은 비인간적인 행위가 이뤄졌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여수참사 공대위는 이날 결의문에서 "반인권적인 보호소 폐쇄와 인간사냥식 단속추방정책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전면 합법화하는 것이 진정한 재발 방지 대책의 출발"이라며 진상 규명과 법무부장관 퇴진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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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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