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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토지에 이용질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주택가 한 복판에 연탄공장을 짓거나 쓰레기 처리공장을 짓는 것이 허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되면 주변 주택소유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집 옆에 연탄공장이 있고 쓰레기 처리 공장이 있다면 24시간 고약한 쓰레기 냄새를 맡고 살아야하고, 연탄가루 때문에 빨래도 밖에 널지 못하고 하루 종일 창문을 닫아두고 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토지에 일정한 이용질서가 없이 아무 용도로든 토지소유자 마음대로 사용하게 되면 주변에 많은 피해를 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부의 외부효과라고 한다. 부의 외부효과가 발생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토지의 이용에는 어떤 질서가 있어야 하는데, 토지 이용에 질서를 잡아나가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역지구제'이다. 즉, 토지에 일정한 이용질서를 수립하여 부의 외부효과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토지의 용도지역이고 용도지구이다.

@BRI@지역지구제란 토지에 특정 용도지역과 용도지구(가령 '주거지역'이라든가 '미관지구'와 같은)를 지정해서 각 지역·지구 내에서의 토지이용이나 건축행위를 그 용도에 맞도록 규제하는 제도이다. 가령 주거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주거지역의 용도와 어울리는 용도는 인접시키고 반대로 상반되고 상충되는 용도는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의 외부효과를 제거하자는 것이 지역지구제이다.

지역지구제를 실시하면 부의 외부효과가 제거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그 지역의 부동산가격이 상승한다. 가령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 토지에 대한 이용질서가 없어서 혐오시설이나 위험시설이 뒤섞여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부의 외부효과 때문에 이 지역 주택가격이 낮게 형성될 것이다. 그런데 이 동네를 주거지역으로 지정해서 위험시설이나 혐오시설을 밖으로 내보내면 부의 외부효과가 사라지고 이 지역의 쾌적성이 높아져서 주택가격이 높아지게 된다.

지역지구제를 실시하면 토지에 이용질서가 잡히고 부의 외부효과가 제거되기 때문에 부동산의 가격이 상승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어느 동네를 주거지역으로 지정하고 주택단지로 개발하면서 그 동네의 쾌적성을 높이기 위해 바로 옆 동네는 녹지지역으로 지정하여 울창한 숲을 가꾸기로 하였다고 해보자. 그러면 주거지역으로 지정된 동네는 땅 값이 많이 올라가겠지만 녹지지역으로 지정된 동네는 땅 값이 오히려 내려갈 수도 있다.

이처럼 지역지구제는 토지이용에 따르는 부의 외부효과를 제거하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개발이 허용되는 동네의 땅 값은 크게 올리고 개발이 규제되는 동네의 땅 값은 크게 떨어뜨려서 지역간 불공평을 야기하는 단점이 있다.

바로 인접한 지역인데 어떤 동네는 주거지역으로 지정되어서 땅 값이 크게 올라가고 어떤 동네는 녹지지역으로 지정되어서 땅 값이 오히려 떨어진다면 녹지지역의 토지소유자들 입장에서는 크게 불만일 수밖에 없다. 옆 동네는 땅 값이 몇 배로 뛰는데 우리 동네는 옆 동네의 쾌적성을 높여주기 위해 녹지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땅 값이 오히려 떨어진다면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이러한 때 녹지지역 토지소유자들의 억울한 심정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개발권양도제'이다.

개발권양도제란 토지에 대한 개발권과 소유권을 분리하여 개발권을 소유권처럼 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면 녹지지역내의 토지소유자에게 부여된 개발권을 주거지역의 토지소유자에게 매각하게 함으로써 녹지지역 토지소유자의 손실을 주거지역 토지소유자가 보상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인접한 지역에서 한 동네는 주거지역으로 지정되고 바로 옆 동네는 녹지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주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용적률이 400%로 결정되었고, 녹지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용적률이 100%로 결정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용적률이 높은 주거지역은 땅 값이 비싸게 되고 반대로 용적률이 낮은 녹지지역은 땅 값이 싸게 되므로 녹지지역 토지소유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녹지지역의 토지소유자들에게도 400%의 용적률을 허용한다. 단, 실제로 개발이 가능한 용적률은 기존의 100%까지로 한정하고 추가로 제공하는 300%의 용적률은 개발권(개발할 수 있는 권리)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발권을 주거지역의 토지소유자들에게 팔 수 있도록 하여 자신의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주거지역 토지소유자들은 원래의 용적률인 400%까지 개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일정한 한도 이상의(가령 용적률 100% 이상의)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개발권이 있어야 하도록 하면 주거지역의 토지소유자들이 필요한 개발권을 녹지지역의 토지소유자들로부터 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권양도제는 주거지역 내에서도 이용될 수 있다. 가령 하나의 주거지역 내에서 한 동네는 전통 한옥이 밀집되어 있어서 개발이 금지되고, 바로 옆 동네는 연립주택이나 아파트 건축이 가능하다면, 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동네의 토지소유자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한옥 소유자들에게 개발권을 부여하고 그 개발권을 개발이 가능한 옆 동네 토지소유자들에게 팔게 하면 개발규제에 따른 손실을 완화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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