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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황온천과 동굴찜질방 근처의 홍해와 산의 풍경
유황온천과 동굴찜질방 근처의 홍해와 산의 풍경 ⓒ 이승철
아랍을 대표하는 이집트와 유대인들의 각축장이었던 시나이반도, 그 사막 길을 달리며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은 신기함과 놀라움 그 자체였다. 풀 한 포기 없는 바위산이 줄기줄기 이어진 곳이 있는가 하면 자갈과 모래가 뒤범벅이 된 황량한 벌판은 어떤 생명도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풍경이다.

그 사막 길에 뻥 뚫린 포장도로를 버스는 잘도 달린다. 역삼각형 형태인 반도의 남쪽으로 달리는 길이어서 오른편으로 가끔씩 푸른 홍해가 바라보인다. 인간이나 생물의 존재를 절대 거부할 것 같은 사막에 불어 닥친 개발의 손길은 길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BRI@특히 홍해 바닷가에는 곳곳에 상당히 많은 개발의 흔적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얀 콘크리트 건물들이 들어선 마을이며 바닷가에 세워진 휴양촌의 모습이 짙푸른 쪽빛 홍해와 어우러져 묘한 앙상블을 이루는 풍경도 보인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후 버스는 3거리에서 바닷가로 나섰다. 주변에는 개발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곳이었다. 차량출입구처럼 보이는 입구를 들어서자 홍해의 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저만큼 앞에는 왼편에 바위산이 솟아 있고 그 앞 공터에 우리들보다 먼저 도착한 버스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여기가 '함만 파라오'라는 자연온천과 동굴 찜질방이 있는 곳입니다. 먼저 한식 도시락으로 점심을 드시고 여유 있게 쉬었다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홍해도 식후경! 밥 한술 뜨고 바다 한번 보고

버스를 공터에 세운 뒤 가이드 이 선생은 이 온천의 이름이 파라오의 목욕탕이라는 이름을 가진 천연 유황온천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낮은 파도가 강렬한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부서지는홍해 풍경
낮은 파도가 강렬한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부서지는홍해 풍경 ⓒ 이승철

온천지역 바닷가에서 한국식 도시락으로 맛있게 먹은 점심
온천지역 바닷가에서 한국식 도시락으로 맛있게 먹은 점심 ⓒ 이승철

버스 안에서 곧 도시락이 나누어졌다. 나와 몇 사람은 도시락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햇볕이 따갑다고는 해도 홍해의 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해변을 옆에 두고 버스 안에서 점심을 먹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서자 햇볕은 따가웠으나 홍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바닷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도시락을 펴들자 금방 군침이 돈다. 김치와 우리 음식들로 채워진 도시락이었기 때문이다. 불과 3일밖에 안 되었는데 그 사이 우리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컸었던 모양이었다.

모두들 허겁지겁 도시락을 먹는다. 카이로에 있는 교포식당에서 만든 것이라는데 메뉴도 음식 맛도 좋은 편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더구나 며칠 만에 맛보는 우리 음식이 아닌가. 밥을 반쯤은 먹고 난 후에야 바다로 눈을 돌렸다.

말로만 듣던 홍해의 풍광이 정말 아름답다. 바람이 심하지 않아서 파도는 낮은 편이었다. 마침 찬란하게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받은 홍해의 잔물결이 은빛으로 반짝이며 부서지는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다. 모처럼 먹게 된 맛있는 점심에 눈앞에 펼쳐진 기막힌 경치라니, 밥 한술 떠먹고 바다 한번 쳐다보고, 반 한술 떠먹고 바다 한 번 쳐다보고….

그 사이 식사속도가 빠른 사람들은 벌써 점심을 다 먹고 바지를 걷어올린 채 바닷물에 들어간 사람도 보인다. 먹던 밥을 마저 먹고 나도 바지를 걷어올렸다. 바닷물은 그리 차갑지 않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온천수는 주차장이 있는 공터 바로 밑의 모래 벌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동굴찜질방 입구
동굴찜질방 입구 ⓒ 이승철
동굴찜질방 내부
동굴찜질방 내부 ⓒ 이승철

"앗 뜨거워!"

누군가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온천수가 그리 뜨겁지 않을 줄 알고 발을 담갔다가 뜨거움에 놀라 비명을 지른 것이다. 그는 재빨리 근처의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화상을 입지 않으려고 시원한 물에 식히는 것이다. 재빠른 조치 때문이었던지 다행히 화상은 입지 않았다.

온천수에 직접 발을 담글 수는 없었다.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다. 발을 담글 수 있는 곳은 온천수가 흘러 바닷물과 섞이는 곳이었다. 물이 섞이는 곳의 발바닥 밑 모래 속에 발을 묻고 있으면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발 모래찜질인 셈이었다.

"이쪽 동굴 속으로 들어와 보세요? 얼마나 시원하고 느낌이 좋은지 몰라요."

남성들이 온천수로 발 모래찜질을 하고 있는 동안 공터 옆 바위산 밑에 있는 동굴에 들어가 찜질방을 체험한 여성들이 나와 동굴 유황온천 찜질을 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한두 명은 따라갔지만 나를 비롯하여 평소 찜질방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지 그냥 바닷가를 걷거나 발바닥 모래찜질을 하며 홍해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때 다시 동굴에 들어갔었던 남성들이 나왔다. 얼굴과 온몸이 비에 젖은 듯 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와! 정말 시원하다. 저 동굴 찜질방 정말 끝내줍니다. 한 번 들어가 보세요?"

이젠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까지 동굴 찜질방을 권하는 것이 아닌가.

홍해 바닷가에서 일행들
홍해 바닷가에서 일행들 ⓒ 이승철

해변의 바위산 밑에서 흘러나오는 유황온천수
해변의 바위산 밑에서 흘러나오는 유황온천수 ⓒ 이승철

바닷가에 남아있던 남성들도 모두 동굴로 들어갔다. 밖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이미 동굴에 들어가 땀을 흠뻑 흘리고 나온 사람들뿐이었다. 별수 없었다. 모두들 좋다고 하는데 나만 들어가 보지도 않고 뻗치고 서 있는 것은 좋다고 자꾸 권하는 일행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선 동굴 찜질방이 공짜네

동굴 입구는 높이가 1m 남짓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엉거주춤 엎드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입구에 들어가자 더운 열기와 함께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유황냄새와 온도가 높아서 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입구 가까이 잠깐 앉아 있으니 금방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이 동굴 찜질방에서는 7~8분 이상 머물지 말라고 한다. 더운 열기와 유황냄새 그리고 환기가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질식을 우려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안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도 잠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곤 하는 것이다.

동굴에서 밖으로 나오자 바닷바람이 더욱 시원하다. 동굴 찜질을 만끽한 여성들도 대부분 밖으로 나왔다.

"이 나라 참 좋네. 이렇게 좋은 온천과 찜질방을 그냥 이렇게 방치 하다니."
"그러게 말에요, 우리나라 같았으면 주변이 온통 호텔에 음식점에 커다란 유흥가가 형성되고도 남았을 텐데…."

정말 그랬을 것 같았다. 날마다 지상으로 흘러내리는 온천수의 양과 질이 이만한 규모라면 온천으로서도 아주 좋은 온천에 속할 것이다.

온천수가 흘러나오는 동굴 뒷산
온천수가 흘러나오는 동굴 뒷산 ⓒ 이승철

홍해의 태양
홍해의 태양 ⓒ 이승철

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찜질방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동굴을 더 넓히고 잘 관리하면 이런 천연유황온천동굴은 그야말로 날마다 손님들로 만원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깝다, 아까워, 이런 것이 우리나라의 동해나 서해의 어느 곳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동굴에서 찜질을 하고 나온 사람들은 온천수가 바닷물에 섞이는 지점에서 땀을 씻어내고 잠시 기다리자 금방 온몸이 보송보송하다고 좋아한다.

"어때요? 피부가 한결 부드럽고 좋아진 것 같지 않으세요?"

역시 미용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은 잠깐 동안의 유황동굴찜질로 피부의 느낌이 정말 부드럽고 매끄러워진 것 같다고 좋아한다.

우리들이 버스에 승차하려 할 때쯤 아랍인 한 가족이 승용차를 타고 그곳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집트인들이었다. 부부와 아이들 3명이 동행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바닷가에서 걷거나 온천수와 바닷물이 섞이는 지점에서 잠깐 머물렀을 뿐 동굴 찜질방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홍해 해변에서 필자
홍해 해변에서 필자 ⓒ 이승철

"이곳 사람들은 온천이나 특히 동굴찜질방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더운 지방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저쪽 입구에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쩍네요. 우리 한국 사람들이 이곳을 좋아하는 것을 눈치 챘는지도 모르겠어요. 내년쯤 어쩌면 이곳도 유료화가 되지 않을지…."

유황온천과 동굴 찜질방은 시나이반도를 여행하는 중에 얻은 정말 멋진 공짜 수확이었던 셈이다.

유황온천에 동굴 찜질방 체험으로 며칠간의 여행피로를 말끔히 씻어낸 우리 일행들은 상쾌한 기분으로 다음 목적지인 르비딤 골짜기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월22일부터 2주간 북아프리카 이집트 남부 나일강 중류의 룩소르에서 중동의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까지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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