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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16개사와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옆은 사회를 맡은 김미화씨.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16개사와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옆은 사회를 맡은 김미화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노무현 대통령과의 합동인터뷰 '취임4주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는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미화씨가 인터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애초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예정됐던 인터뷰가 5시를 훌쩍 넘어서면서 시작됐다. 김미화씨는 6시 5분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생방송이 예정돼 있어 노 대통령의 마지막 발언을 앞둔 5시 20분께 황급히 방송국으로 향해야 했다.

인터뷰는 약 2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계획했던 시간보다 1시간여 연장된 이유는 패널들과 대통령의 문답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인터뷰 질문은 인신협 공동 질문 5개를 포함해 총 16개가 준비됐다. 그런데 다섯번째 질문인 '개헌안 발의의 이유'에 대해 노 대통령이 답변하고 있을 때 시계는 이미 4시 너머를 가리키고 있었다.

질문의 주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 대통령의 진보 비판, 북핵 문제와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 '원 포인트 개헌' 등 정치 사안을 비롯해 한미FTA협상, 부동산정책 등 경제 문제, 그밖에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과학기술 정책, 의료법 개정안 등 전문적인 분야까지 다양했다. 노 대통령은 질문의 요지를 메모하면서 꼼꼼히 답변해 나갔다.

인터뷰에는 각 회원사가 선정한 패널 외에 방청객 100여명이 참석했다. 인터뷰는 실시간으로 각 인신협 회원사 홈페이지를 비롯해 뉴스전문채널인 YTN, MBN과 한국정책방송 KTV에서 생중계됐다.

김미화씨 원할한 진행 돋보여... '열정적인 대통령 돼 달라' 따끔한 충고도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16개사와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미화씨.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16개사와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미화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는 김미화씨의 원활한 진행이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사회를 봐달라고 할 때 깜짝 놀랐다, '혹시 손석희씨 전화번호를 잘못알았나, 내가 손석희씨보다 컸나'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이어 "김미화가 정치, 경제, 사회를 잘 모르니 나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알아듣기 쉽게 편안하고 솔직한 대화의 장을 열자는 바람으로 날 부른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인터뷰 내내 '솔직한 대화의 장'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

인터뷰 초반, 노 대통령이 최근 논란이 된 진보 논쟁에 대해 "오늘날의 매체를 보니 국민들은 간 데 없고, 누구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만 있다"면서 "정치적 저의 같은 건 없다, 나의 논쟁은 대선과 상관없다"고 토로했을 때다.

김씨는 "국민들이 진심 몰라줘서 섭섭한가"라며 노 대통령의 속내를 끌어내려고 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진심을 몰라줘서 섭섭한 것보다는 소통하기 어려워서 갑갑하다는 느낌은 든다"고 화답했다.

다음은 진행 중 돋보였던 장면.

[장면 1] 개헌안 발의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노 대통령은 "왜 지금 개헌하면 안 되나" 반문한 뒤 "패널로 나오신 분 중에서 혹시 누구라도 말해보자, 오늘 즉석에서 한번 토론해 보자, 아주 중요한 문제다"며 멍석을 깔았다.

이어 한 패널이 "국민들이 전혀 공감대 느끼지 못한다"고 논쟁에 불을 지피자 노 대통령은 "(개헌에) 공감대가 없는 것이 아니고 지금 하자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없다는 것이다, 왜 지금 안 되느냐는 것을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며 맞섰고 순간 영빈관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에 김씨가 "(지금 이야기는 안 되고) 내일 신문에서 나올 것 같다"며 웃음짓자 노 대통령과 방청객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았다. 노 대통령은 "저는 우리 사회가 이래도 좋으냐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거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장면 2] '올해 대선에서 어떤 아젠다가 선거 쟁점이 될지, 그리고 올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노 대통령은 "대선쟁점은 현재 대통령이 말하는 것보다 그 시기 공론이 대선 쟁점을 이끌어 줘야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정치를 잘 알고 가치를 말하고 정책을 말하는 사람, 가치 지향이 분명하고 정책적 대안이 분명한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정치를 좀 알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답변이 끝나자 김씨는 "꼭 집어 누구라고 하면"이라면서 자신의 궁금증을 솔직히 털어놨다. 이에 노 대통령은 "그러면 제2의 탄핵이"라고 대답해 방청객이 웃음을 터트렸다.

[장면 3] 노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로 연이은 '말 실수'를 거론했다. 노 대통령은 "집사람이 '말 실수 좀 하지 마세요'라고 할 정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김씨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의기소침한 대통령'으로 본다"고 운을 뗀 뒤, "아직 1년이라는 긴 시간(임기)이 남았다, 남은 기간 '열정적인 대통령'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충고했다.

김씨 말에 방청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노 대통령은 미소를 띈 채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앞으로 자신만만하게 일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석가는 영웅도 아니고 신도 아니지만, 다만 허리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등 솔직한 모습을 존경 받았다더라"면서 "흉내 좀 내보려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 말 실수의 '진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김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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