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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겨울학기 졸업식 사진 - 뒷줄 오른쪽 맨 끝이 안명동씨.
2006년 겨울학기 졸업식 사진 - 뒷줄 오른쪽 맨 끝이 안명동씨. ⓒ 구은희
삼성에 근무하는 인도 학생 안명동씨는 항상 한국어 단어의 발음과 인도어와의 관계를 찾곤 하는데, '아내'라는 발음이 인도에서의 '코끼리'라는 단어의 발음과 같다고 했다. '아내'와 '코끼리', 참 재미있는 조합이다.

"인도에서는 '코끼리'를 숭상하지요?"
"네. 여기 코끼리 모양도 있어요."


안명동씨는 코끼리 모양의 작은 조각품을 보여줬다.

"인도에서 코끼리를 숭상하듯이 한국에서 아내도 그렇게 존경해야 해요."

인도의 '아내'인 코끼리와 한국의 '아내'가 모두 존경을 받는 존재라는 것으로 외우기로 하였다. 지난 시간에 '아이구'라는 말이 나왔을 때에 힌두어에서도 '아이구'는 '아이구'라는 뜻이라며 신기해했다.

항상 안명동씨는 한국어의 새로운 단어가 나왔을 때, 자기 모국어에서 비슷한 발음을 찾아서 연관 짓곤 한다. 그것이 안명동씨가 한국어를 공부하는 요령이다. 영어 단어에서도 이러한 연관성을 찾아서 정리해 놓는다면 영어권 학습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었다. 외국어를 습득하는 방법에는 학습자들 나름대로 방법이 있다.

흔히, 그 나라의 알파벳을 익혀서 읽으면서 배우는 정통의 방법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학습자에 따라서는 자신의 나라의 발음과 연관시켜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인 사람들도 있다. 안명동씨가 바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안명동씨의 발음은 한국어 자모를 가지고 외우는 사람보다 훨씬 더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다. 또한, 쉽게 암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설날 잔치에서 찍은 한복 입은 마은영씨와 필자.
설날 잔치에서 찍은 한복 입은 마은영씨와 필자. ⓒ 구은희
개인교습을 받고 있는,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필리핀 학생 마은영씨는 안명동씨보다 더 심한 경우이다. 처음에 기초반으로 등록을 해서 3주에 걸쳐서 한글 자모를 배웠는데,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가 좀 있는 마은영씨는 쉽게 암기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자모를 배운 마은영씨는 자신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것은 읽고 쓰고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드라마를 이해하고 자신의 보험회사를 찾아오는 한국인들에게 조금이라도 한국어를 해서 친밀감을 표현하고 싶어서라고 하면서 완전히 회화 위주의 수업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나와의 개인교습이고, 그 개인교습 시간은 기존의 수업 방식과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 '안녕하세요'는 'annyunghaseyo'의 식으로 표현되고 마은영씨 개인이 나의 발음을 듣고 자신의 말로 적어서 암기하고 그것을 사용해 연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쩌면 '한국어는 한국어로 배워야 한다'라는 말도 어느 누구에게나 맞는 말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영어를 영어 모국어 화자 선생님이 가르치는 영어 유치원이 한 달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수업료에도 아주 인기가 많았지만, 점점 한국어로 영어를 가르치는 이중언어 유치원이 더 인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명동씨나 마은영씨의 경우에는 한국어 발음을 자신들의 귀에 들리는 대로 표기해서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존중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이론이나 어떤 교수법도 모든 학생이나 환경에 맞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더 많이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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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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