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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를 눈앞에 둔 들녘은 허수아비로는 턱도 없어 깡통이며 온갖 기구를 동원하여 애물단지 참새들을 쫒곤 했는데,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하지 않는 요즘 들어 참새가 줄어든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옆에는 전신주가 서 있다.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다. 그 전신주 꼭대기와 플라스틱 구멍 속엔 어느 날부터 반가운 참새 두 쌍이 찾아와 둥지를 틀고 있다. 아침이면 '짹, 짹, 짹' 그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상큼한 하루를 맞는다.
낮 동안은 먹이를 찾아 나서는지 잘 보이질 않지만 아침저녁이면 예외 없이 다정한 자세에 뽀뽀도 마다 않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그 녀석들이 괜찮을까?' 걱정부터 앞서곤 한다. 아무튼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참새 소리는 곤한 일상사를 새털처럼 가볍게 버무려주고 있는 것이다.
새 중의 새, 참새는 황작(黃雀)이라고도 불렸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번식을 하는 친근한 텃새다 보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랴'하는 귀에 익은 속담에 이어 참새시리즈 유머까지 나와 이따금씩 삶의 메마름을 적셔주기도 했다.
어느 날 전깃줄에 참새가 9마리 앉아 있었다.
총알 1방으로 전체를 겨냥했는데 막상 쏴보니 끝에 한 마리만 죽었다.
왜 그랬을까?
첫 번째 참새가 총알을 보고 "앗, 총알이다" 하며 고개를 숙였다.
두 번째 참새도 총알을 보고 그렇게 피했다."
마침내 감기가 들어 코맹맹이가 된 8번째 참새가 "앗, 콩알이다."
그러자 9번째 참새가 입을 쩍 벌리며 아~ 하다가 죽었다던가.
참새는 주택가 농경지뿐만 아니라 숲 속에서도 볼 수 있다. 둥우리는 주로 인가나 건물에 짓지만 처마 밑이나 벽의 틈, 10여미터 높이의 전신주 구멍도 마다하지 않는다. 농작물의 낟알, 풀씨 등 식물성을 주로 먹고 여름철에는 곤충류를 많이 먹는다.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참새 수가 10년 만에 3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참새가 뜸해진 황량한 들녘이 허전함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