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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다 옳은 말이군.'

탁현민 기자의 재반론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왜일까? 이번 동방신기 콘서트 파문에 대해 접근하는 관점 자체가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아이돌 그룹을 인식하는 시각의 차이와 이번 콘서트 파문의 방점을 '관람객들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에 찍을 것인가 아니면 '자신들을 아끼고 사랑해준 팬들에 대한 무성의한 서비스'에 대해 찍을 것인가에 대한 차이기도 했다.

공연 기획자의 입장에서 보면, 공연을 즐기러 온 관객들이 시도 때도 없이 플래시를 터뜨리고 사진을 찍는 행위가 그리 달갑지 않을뿐더러, 몰상식해 보이기까지도 할 것이다. 이해한다. 아니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많은 이들이 사진 몇 장 찍으면 어떠냐는 식의 반응까지 보이는 등 냉소적 반응을 보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 '동방신기'라는 아이돌 그룹을 이해하는 관점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동방신기는 가수인가? 당연한 질문이다. 가수다. 아 잠깐 정말 가수인가? 가수는 무엇인가. 가수란 '노래 부르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아이돌 그룹의 등장과 10대 팬 문화

@BRI@조용필 시절만 해도 가수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정말로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이 하는 직업이다.(미리 말해두지만 동방신기의 가창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그룹이 출현하면서 조금씩 변화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이전보다 훨씬 격렬한 몸동작과 강렬한 사운드의 노래를 선보였다. 그들은 곧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새롭게 다가오는 시대에서 가수는 노래 뿐 아니라 춤도 잘 추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때까지만 해도 가수는 노래와 춤 실력, 모두의 무게가 실리는 직업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이어 등장한 H.O.T라는 아이돌 그룹의 탄생은 앞으로는 노래만으로 가수를 하기 힘든 시대가 올 것이라는 신호탄이었다. 그 뒤로 잭스키스, 신화 등이 뒤따랐고 지금은 그 명맥이 끊어진 수많은 댄스 가수와 그룹들이 범람한다.

그리고 춤에 열중하다 보니 정작 노래는 안 하고 입만 벙긋거리는 립싱크도 만연해 한 때 가요계에 이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와 자정의 열풍이 몰아치기도 했다.

쉽게 말해 예전처럼 가수와 공감하는 법이 노래를 통한 것이라기보다 춤, 외모, 또는 연예 프로그램에 나와서 보여주는 재치 등으로 점점 변해간 것이다. 그러다 보니 H.O.T를 기점으로 하여 현재의 동방신기, 슈퍼 주니어, SS 501 등으로 이어주는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일부의 시선은 무척이나 싸늘하다. 가창력보다 춤, 외모 등에 의지해 인기를 얻고 있으며 노래를 부르는 무대보다 그 외적인 무대에서 더 많은 인기를 쓸어 담고 있다는 비판 등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어느 가수의 말처럼 현재는 오디오 형 가수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비디오 형 가수를 절실히 원하니 굳이 그런 이유로 그들을 비판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문제는 오디오 형 가수에서 비디오 형 가수들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은 오디오 형 가수가 제공해야 할 서비스와 비디오 형 가수가 제공해야 할 서비스가 다르다고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많은 사람들이 동방신기의 콘서트에서 사진 몇 장 찍어도 된다고 생각한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동방신기 콘서트장에서 사진 찍어도 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클래식 공연장이나 조용필 콘서트 등에서 카메라를 꺼내들며 플래시를 터뜨리라고 한다면 과연 그렇게 할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앞서 말했지만 동방신기에 대한 인식 뿐 아니라 현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인식 자체가 노래보다는 그들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판다고 보고 있기에 사진을 찍는 행위에 덜 민감하게 사람들이 반응할 것인지도 모른다. 억지 좀 쓰자면 노래 들으러 간 것이 아니라 얼굴 보러 간 곳에서 사진 못 찍어 오면 그게 말이 되냐는 논리다.

하긴 지금의 아이돌 그룹들에게 소녀 팬들과 노래로만 공감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억지다. 학창 시절 한 번쯤 좋아하는 스타와 열애에 빠지는 상상을 해보았다면 지금 아이돌 그룹들이 노래보다 그런 상상으로 소녀들과 더 강한 공감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이상할 이유가 하나 없다. 하나 같이 다 잘생기고 멋지고 때로는 귀엽기도 하지 않은가.

그런 인식 하에서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인식하다 보니 그들 콘서트 장에서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캠코더를 들고 불법 촬영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몇 장 찍는 행위를 말한다. 콘서트 전체를 녹화하는 것은 향후 상업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당연히 근절되어야 한다.)

그와 별도로 팬들이 자신이 간직하기 위해 찍는 사진의 경우(찍는 행위만을 가리킨다), 지금껏 그들의 이미지를 팔아왔으면서 비싼 돈을 내고 들어온 콘서트 장에서는 왜 그 이미지를 살 수 없게 하는가.

다시 말해 공연 문화에서 지켜야 할 예절과 별도로 많은 이들의 인식 속에 현재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장이 노래로 팬들과 교감하는 장소를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미지를 또 한 번 소비 시키는 장소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인식을 하는가에 관계없이 콘서트 장에서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는 분명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이기에 지양되어야 할 점은 틀림없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이들의 인식은 곧 우리에게 앞으로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그런 인식의 이면에는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현재 아이돌 그룹들(좀 더 정확히 말해 그들을 관리하는 기획사 등)이 10대 소녀 팬들의 충성심을 통해 지나치게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급급해한다는 생각이 있다.

얼마 전 기사에서 한 소녀가 '엽서 보내봐야 관심도 안 가져 주니까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으로 명품 브랜드 사서 보내준다. 그러면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말이 보도된 적이 있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그 소녀가 그로 인해 그 아이돌 그룹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보내줄 수 없어 속상하다는 식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많은 이들에게 아이돌 그룹을 지탱시켜 주는 절대적 힘은 10대 소녀 팬들이라고 믿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 콘서트에서 사진을 찍어도 그런 행위를 한 팬들에 대해 비판하기보다 그렇게까지 열광적으로 응원해주는 애들 없으면 너네 먹고 살 수 있어 하는 비판 여론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

심하게 말해 소녀 팬들의 권리에는 소홀하지 않은가라는 얘기다. 학교를 빼먹으면서 자신들을 쫓아다니고, 값비싼 명품 브랜드를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 해서 선물로 보내는 등 다소 지나친 행동들은 일차적인 책임은 소녀 팬들에게 있겠지만, 일부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런 행위를 아이돌 그룹이나 기획사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유발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소녀 팬들을 상업적으로만 인식한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물론 그 많은 팬들을 아이돌 스타나 기획사가 책임지라고 우기는 것은 좀 억지다.)

그러다 이것이 이번 동방신기 콘서트 파문에서 나이 어린 청소년들을 새벽까지 귀가하지 못하게 하여 부모들이 찾아와 항의하는 등의 소동이 이런 일부 사람들의 인식에 불을 지핀 셈이다. 단순 계산법으로 따져 소수의 연예인 권리 앞에 다수 권리를 희생시켜 놓고 제대로 책임도 지지 않은 태도가 결국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아이돌 그룹 콘서트에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이번 콘서트 파문에서 집중해 봐야 할 것은 관객들의 관람 태도보다 아이돌 그룹 및 기획사들이 10대 소녀 팬들에 대한 배려심의 문제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공연 문화에 대한 생각은 탁기자님 말씀이 전적으로 옳습니다. 그러나 공연을 관객과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 건전한 관람 문화에 대한 책임도 기획사 등이 같이 지는 것이 옳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관람 문화에 대한 탁기자님의 지적은 필요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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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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