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록물과 그림으로 한국 근대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고양문화재단과 민족문제연구소는 항일 애국지사들의 유품과 관련 문헌을 전시하는 '기와 예로 맞선 그들'을 경기도 고양어울림누리 미술관에서 오는 9일(금)부터 내달 19일(화)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일제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제에 항거한 최익현, 민영환, 김구, 안중근 선생 등 애국지사 20여 명의 휘호와 서화 등 유품 60여 점이 전시되는 한편 일제가 발행한 한국병합 관련 사진과 기념 엽서, 조선총독부 데라우치 총감의 유고 등 일제의 식민통치자료와 친일 관련 자료 20여 점도 함께 전시돼 일제 식민통치의 가혹한 실상과 민족 수난의 역사를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전시회 기간 중에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태극기 그리기’와 ‘직접 써보는 독립선언서’ 등 부대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BRI@경남도립미술관은 <푸른 눈에 비친 옛 한국, 엘라자베스 키스전>과 <끝없는 방랑생활, 채준전>을 오는 5월 2일(수)까지 동시에 전시한다. 3.1만세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 한국을 방문했던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 속에는 당시 우리나라 각계 각층의 인물들이 묘사되어 있다. 또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살았던 교포 1세대 작가 채준의 작품 속에는 우리민족의 암울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2살 때(1927) 일본 도쿄로 건너가 고교 졸업 후 미술연구소를 다니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린 채준은 해방 후 20대부터 재일교포가 발행하는 신문과 잡지를 비롯 일본 신문과 잡지에 풍자만화를 그렸으며, 1950년대 후반에는 정치 풍자만화집과 동화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채준의 정치 풍자만화는 민족적인 차별이 심한 일본에서 자신과 동포를 지켜주는 '칼날'이었고, 민족 정체성에 모호함을 갖고 있는 재일 3세대 작가들에게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해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끝없는 방랑생활, 채준전'에서는 지난 2003년 작가가 경남도립미술관에 기증한 회화 40여 점과 드로잉 1점, 과슈화 1점, 만화 50여 점 등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정치적 경향의 작품 총 90여 점이 전시된다.
또 전남도 목포 정명여중고에서는 3ㆍ1만세운동과 4ㆍ8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선배들의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목포 정명여중ㆍ고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교내에 위치한 유애나 선교사 사택(등록 문화재 62호) 2층에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자료와 4ㆍ8만세운동 등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개인기록물이 보관되어 있다. 유애나 선교사 사택은 4ㆍ8만세운동 당시 사용됐던 2ㆍ8독립선언서, 3ㆍ1독립선언서, 독립가 가사, 태극기 등 유품 7점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국가보훈처와 독립기념관은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권동진 선생(1861~1947)을 올해 3월 독립운동가로 선정하고 그 공적을 기리는 전시를 독립기념관에서 3월 한 달 동안 열기로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권동진 선생을 비롯 손병희, 오세창, 한용운 등 8명에게 각각 징역 3년형을 선고한 당시 재판기록 등 다수의 사진자료들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