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후기가야연맹을 이끌었던 대가야는 '철'을 무기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2월 25일 서울 인사동에서 펼쳐진 대가야축제 시연회.
후기가야연맹을 이끌었던 대가야는 '철'을 무기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2월 25일 서울 인사동에서 펼쳐진 대가야축제 시연회. ⓒ 오마이뉴스 김대홍
"고령이 어디야. 경남이야? 경북이야?"

'고령'이라는 지명을 듣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인구 3만 4522명의 이 조그만 도시는 경북 제일 아래쪽에 있다. 2007년 예산이 1645억이며, 재정자립도도 2006년 기준 17.4%에 불과하다. 게다가 인구는 10년 동안 약 5천명 가량 감소했고, 지방세는 1995년 92억 5675만원에서 2004년 12억 7752만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조그만 도시가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2000여년 전 후기가야연맹의 맹주인 대가야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북 고령군과 성주군, 대구 달성군, 전북 남원시와 장수군 등 10개 기초단체는 '가야문화권 광역관광' 최종 보고회를 열었다.

이들은 가야문화를 함께 조사하고 관광자원이 될 50여 가지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대상이 되는 옛 가야문화권 면적은 총 6553km². 지난해 말 13개 중앙일간지 여행담당 기자들이 전국의 숨은 여행지를 담아 낸 <수첩속의 풍경>에도 고령 대가야 고분이 소개된 바 있다.

대가야는 초기 가야연맹을 이끌던 금관가야(김해 지역)가 4세기 후반 고구려의 침입으로 큰 타격을 입고 신라의 세력권에 들어가자 5세기 이후 후기가야연맹을 이끌었다. 당시 고령지역에 있던 반파국(伴跛國)이 대가야를 표방하며 합천, 거창, 산청, 하동, 사천 등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대가야가 누린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제철(製鐵)기술. 이 기술을 바탕으로 활발한 국제 활동을 펼쳤다. 서기 479년 남제(南齊)에 사신을 보내 작호를 받았고, 481년에는 백제 신라와 동맹해 고구려를 침입하기도 했다. 522년엔 대가야와 신라의 왕족 사이에 결혼이 이뤄지기도 했다. 22년 후인 554년 백제와 연합해 신라를 공격했으나 크게 패하고, 562년 신라의 침입을 받아 결국 멸망했다.

고령군 관계자에 따르면 대가야가 '철의 나라'였다는 사실은 영향권이었던 합천군 야로(冶爐)면이라는 이름에 남아있다. '야로'는 우리말로 풀무를 뜻하는데, 이는 쇠를 다루는 대장간이란 뜻이다.

'철'이 주제, 당시 화려했던 철기문화 엿볼 수 있어

금관가야(김해) 무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순장된 근육질의 여성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당시 여성군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2월 25일 서울 인사동 대가야축제 시연회에서.
금관가야(김해) 무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순장된 근육질의 여성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당시 여성군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2월 25일 서울 인사동 대가야축제 시연회에서. ⓒ 오마이뉴스 김대홍
'철의 왕국' 대가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행사가 오는 4월 6일(금)부터 9일(월)까지 경북 고령에서 열린다. '철의 신화 대가야'라는 이름을 내걸고 벌이는 대가야체험축제다.

주제관이 '대가야 철의 수수께끼'로 철의 왕국, 철의 발견, 철의 대외적 교류, 철의 힘, 풀무질 체험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많은 문화행사들이 뒤섞인 여타 지방축제와 달리 '철'이란 하나의 주제를 부각시킨 게 돋보인다.

2월 25일 서울 인사동 대가야축제 시연회에서.
2월 25일 서울 인사동 대가야축제 시연회에서. ⓒ 오마이뉴스 김대홍
유물문화 체험장에서도 주제는 '철'이다. 철사공예 및 장신구 체험, 철조각 맞추기 체험, 유물제작 체험, 대가야 토기 체험 등을 할 수 있으며, 철제무기 체험장에서는 무구류 갑옷 체험과 등자 체험을 할 수 있다.

'대가야 철기방 체험장'에서는 단조전문가와 함께 칼자루와 칼 등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철갑 기병이 입던 비늘갑옷, 판갑 보병이 입던 철갑옷 입기를 통해 당시 철기 문화를 더듬는 시간이 마련된다.

문화행사로는 '역사재현극-대가야 철의 전쟁'이 펼쳐진다. 우수 제철 기술을 빼내려는 백제 등 첩자와 가야군의 쫓고 쫓기는 첩보전 그리고 전투장면을 재현한 상황극이다. 그 외 특수 음향과 조명을 활용해 대가야시대 무덤 속 비밀을 파헤치는 멀티미디어 쇼 '무덤 속 칼의 미스터리', 중국 일본의 유물 퍼레이드와 중국 일본 공연단 시연을 볼 수 있는 '대가야 연회'가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외 고령지역 특산물인 딸기 수확체험과 개실마을 농촌체험 행사가 함께 열린다. 행사가 열리는 시각은 대부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이번 축제에서 아쉬운 점은 '철' 축제를 표방한 데 비해, 정작 고령 지역 내엔 철과 관련된 유물이나 유적이 없어 현장 체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철'과 관련된 행사가 대부분 '군사문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농사 등 일상생활과 관련한 프로그램은 '농기구 체험' 뿐이란 점도 아쉽다.

이번 축제는 배재대 관광이벤트경영학과 정강환 교수팀이 행사 프로그램을 짰다. 보령머드축제, 금산인삼축제, 진주유등축제, 이천도자기축제, 강진청자문화제 등이 정 교수가 기획하거나 컨설팅한 축제들이다.

고령엔 지름 20m 이상 되는 대형 고분을 비롯 200여기의 대가야시대 축조 고분이 있다.
고령엔 지름 20m 이상 되는 대형 고분을 비롯 200여기의 대가야시대 축조 고분이 있다. ⓒ 전시 사진(편집)
순장묘, 1500m 토성 볼 만해

대가야와 가야왕국은?

가야 역사는 남아있는 자료가 극히 부족해 전체 현황을 정확히 알기 힘들다. 단, 남아있는 자료를 통해서 유추해보면 금관가야=금관국(김해) 아라가야=아라국(함안) 대가야=반로국(고령) 비화가야=불사국(창녕) 등의 가야 왕국이 있었다고 알려지며, 초기가야를 이끌었던 금관가야는 532년 법흥왕에 의해, 후기가야를 이끌었던 대가야는 562 진흥왕에 의해 복속당한다.

대가야(大加耶)는 삼국사기 지리 고령군조(地理 高靈郡條)에 "대가야국은 시조 이진아시왕으로부터 도설지왕까지 무릇 16대, 520년에 이르렀다"라고 기록돼 있다. / 김대홍
축제는 대가야박물관을 중심으로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이중 대가야박물관 인근에는 다양한 대가야 유적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지산동 고분군. 지름 20m 이상 되는 대형 고분을 비롯 200여기의 대가야시대 축조 고분이 죽 이어져 있다. 이중 지산동 44호분은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순장묘다.

지산동 고분군은 대가야 왕을 비롯 통치자들이 묻힌 곳으로 추정되며, 가운데 주인공이 묻힌 구덩식 돌방을 두고 가장자리에 여러 개 돌덧널을 만들어 순장자를 묻은 다음 봉분을 쌓은 형태다. 한 봉분 속에 무덤 주인공과 순장자를 함께 묻은 게 바로 대가야 무덤의 특징이다.

가야지역 유일의 벽화고분인 '고아동 벽화고분'도 눈여겨볼 만하며, 길이 1351m 토석으로 쌓은 '주산성'도 대표적인 대가야 유적이다. 산성 아래 편평한 곳에 왕궁터가 남아있으며, 왕궁터에선 전돌과 기와 등이 출토된 바 있다. 대가야 왕들이 마신 우물이라고 전해지는 '어정'도 현재 남아있는 대가야 유적이다.

대가야 왕릉전시관(왼쪽)과 지산리 30호 고분
대가야 왕릉전시관(왼쪽)과 지산리 30호 고분 ⓒ 전시 사진(편집)

덧붙이는 글 | 축제 홈페이지(fest.daegaya.net), 연락처 054-950-6424.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