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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월대보름엔 비가 와서 보름달도 못보고, 쥐불놀이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침에만 해도 날씨가 맑을 것 같은 기대를 품게 했는데 오후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서울하늘 아래서 쥐불놀이를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아이들의 본격적인 새 학기를 앞두고 강원도 한적한 시골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보름 전날 쥐불놀이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쥐불놀이도 좋아하고, 불꽃놀이도 좋아했습니다. 캄캄한 밤, 어둠과 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 취해 밤이 늦도록 아이들과 깡통을 돌렸더니 어깨가 지금까지도 뻐근합니다. 쥐불놀이와 불꽃놀이, 마치 비 올 줄 알고(?) 정원대보름 전날(3일) 한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정월대보름이면 더 재미있었지요. 밤에 양동이를 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오곡밥과 나물, 김치를 얻어 썩썩 비벼서 공터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쥐불놀이를 하고, 밤늦도록 동네를 돌아다녔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뛰어놀던 그곳엔 농사짓는 분들이 많았기에 여물과 초가지붕과 가마니 등을 엮기 위해 쌓아놓은 볏단도 상당히 많이 있었습니다. 간혹 쥐불놀이를 하다가 쌓아놓은 볏단을 태워먹는 일도 있어서 어른들은 쥐불놀이를 하는 개구쟁이들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동안 쥐불놀이를 잊고 지냈는데 지난해 시골생활을 정리하기 전 마지막 정월 대보름을 보내면서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쥐불놀이를 했습니다. 그때를 아이들이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어서, 일 년에 한번쯤은 한적한 시골에 가서라도 쥐불놀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막내 일기장을 보니 주제가 '쥐불놀이'입니다. 쥐불놀이를 하기 위한 깡통을 만드는 재료소개와 만드는 방법까지 적는 것을 보니 막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정월대보름이면 쥐불놀이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