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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7월 25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한탄강 유역 주민과 환경단체 회원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탄강댐 강행하는 정부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해 7월 25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한탄강 유역 주민과 환경단체 회원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탄강댐 강행하는 정부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일명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 대통령이 한마디했다. 경부운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토목국가적 발상이고 국민을 얕잡아보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이 전 시장은 "니들이 운하를 알아?"라며 코웃음을 치고 만다. 게다가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한나라당의 문제 제기도 있다.

아무튼 경부운하는 이명박의 대선행보에 로또복권이 될지 아킬레스건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듯 하다.

경부운하와 한탄강댐, 대통령의 모순

대통령이 탈당을 하자마자 야당의 유력 예비후보의 공약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과연 경부운하를 반대할 자격이 있는가?

경부운하를 반대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운하가 현실에 맞는 것이냐"
"토목이 경제의 중심인 시대는 넘어섰다"
"국민을 얕잡아보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이 아니다. 이것을 고스란히 한탄강댐에 대입해 보자. 한탄강댐이 현실에 맞으며 철지난 토목사업이 아니며 국민을 존중했는가?

한탄강댐의 추진과정보다 국민을 얕잡아볼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정부기구인 감사원에서 타당성이 없고 추진 과정이 엉터리이며 예산만 낭비한다며 원점재검토 하라고 한 한탄강댐을 고스란히 되살려 놓았다.

국무총리를 기만했는지 아니면 총리가 알면서도 속아주었는지는 모르지만 감사원을 대통령이 무력화시켰다. 국회가 청구한 감사원 감사를 이렇게 얕잡아 본 정권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독재정권하에서도 감사원 감사결과는 존중되었다.

이에 비하면 경부운하는 국민의 여론수렴 단계일 뿐이다. 이것이 국민을 얕잡아 본 것이라면 한탄강댐은 국민을 능멸하고 짓밟은 것이다. 이 말이 심하다고 생각한다면 대통령이 직접 한탄강댐 계획을 살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토목을 위한 토목사업의 전형, 한탄강댐

한탄강댐은 토목을 위한 토목사업의 전형이다. 홍수조절능력도 없고 용수공급이나 전력생산도 없고 호수가 만들어져 수변공간이 생기는 것도 아닌 그저 댐뿐인 공사다.

공사비 1조 원 중 실제 댐공사비는 3천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는 토지 보상비이다. 아무런 경제적 파생효과도 없는 사업이 댐 건설 같은 토목사업이다.

"토목사업이 경제의 중심인 시대는 넘어섰다?"

이 말이 바로 청와대의 관념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새만금, 한탄강댐, 온갖 신도시,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한 혁신도시, 행복도시, 어느 것 하나 토목사업이 아닌 것이 있는가? 원칙과 상식을 그렇게도 신봉하는 대통령이 한탄강댐에 대하여는 왜 그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은 노무현을 향하여 "니들이 운하를 알아?" 이 한마디로 무시해 버린 것이다.

지금 철지난 토건세력들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원할지도 모른다. 경부운하는 최소 10개 이상의 대형 갑문이 필요하고 엄청난 터널과 하천 개조공사를 해야 한다. 이는 대형댐 10개 이상을 건설해야 한다. 이 어찌 반갑고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 지난 10여 년간 단 하나의 대형 댐을 착공하지 못한 댐 건설세력은 숨죽여 이명박 대통령을 학수고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한탄강댐은 토목국가에서 IT정보지식 산업국가로 넘어가는 상징적 시험대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이 시험을 이기지 못했다. 그러므로 경부운하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다고 본다.

한탄강댐이 과연 현실에 맞는가? 선사유적이 지천에 널려있고 아무런 조사발굴도 이뤄지지 않은 처녀지가 바로 한탄강이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군사지역인 관계로 댐구간은 비교적 원형보전이 잘 되어 있다. 이제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동양 최대의 다락터사격장을 사이에 두고 댐을 건설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을 얕잡아보는 일 아닐까?

직접 와서 한탄강 한번 보세요

지난 해 7월 25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한탄강 유역 주민과 환경단체 회원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탄강댐 강행하는 정부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해 7월 25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한탄강 유역 주민과 환경단체 회원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탄강댐 강행하는 정부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통령이 퇴임 후 기거할 봉하마을을 둘러보듯이 딱 한번만이라도 한탄강엘 와 보았으면 좋겠다. 퇴임 후 기거할 봉하마을 집도 중요하겠지만 한탄강댐은 수십만명의 재산과 생명을 담보로 한 사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기 전에 딱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한탄강에 와서 한탄강댐이 과연 현실에 맞는지, 토목을 위한 토목이 아닌지, 국민을 진정 존중한 사업인지 확인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난 후에도 한탄강댐을 세워야 한다면 세우라. 그리고 경부운하도 건설하라.

아름다운 한탄강의 숨통을 끊는 콘크리트의 성 한탄강댐과 한강·낙동강의 엄청난 갑문들 생각만 해도 살기 싫은 나라의 모습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탄강댐이 국민을 얕잡아 본 것이 아니라면 경부운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왜냐하면 한탄강댐 추진과정 같은 국책사업은 더 이상 없을 테니까. 아니면 대통령이 정략적이던가.

해당 사업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하느냐가 먼저 고려의 대상이라면 그것은 정략적인 것이다.

한탄강댐을 추진하고 경부운하를 반대하는 것은 현실을 잘 모르거나, 아직 토목중심의 경제관을 가지고 있거나, 국민을 얕잡아 보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략적이거나 이 넷 중에 하나임이 분명하다.
#한탄강댐#경부운하#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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