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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초입, 장승 부부
수락산 초입, 장승 부부 ⓒ 윤재훈
아직 새벽 안개가 채 가시지 앉은 초입에서 부부 장승이 찾아오는 길손을 반갑게 맞이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올라가라고, 그리고 쌓였던 먼지들을 훌훌 털고 오라고. 아마도 하산 길에는 내 몸속 구석구석에서 약간은 푸른 냄새가 날 것만 같다.

끝이 보이지 않은 계단 아래로, 단풍인지, 낙엽인지...
끝이 보이지 않은 계단 아래로, 단풍인지, 낙엽인지... ⓒ 윤재훈
은류폭포가 보이는 산언저리쯤에서 한숨 한 번 돌리고, 한 계단 두 계단 정처 없이 오르다보면 깎아지른 절벽으로 우리 산하에서 보기 힘든 수십 장의 폭포가 흘러내린다. 여름철 장마 때라도 올라치면 그 기세가 온 산을 울리고도 남는다. 이곳은 수락폭포의 고결한 물처럼 살다간 조선시대의 선비, 매월당 김시습의 아픈 기억이 서려있다.

땀을 식히며, 막걸리 한 잔
땀을 식히며, 막걸리 한 잔 ⓒ 윤재훈
내린 봄비 속에 물은 수십 장 아래로 하염없이 떨어지고, 넓다란 바위 위에 삼삼오오 앉아 막걸리 한 사발에 땀을 식히다 옆을 보니, 폭포 바로 위에 금류동천(金流東川)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이 곳 수락산에은 은류폭포, 금류폭포가 사이좋은 부부처럼 흐른다. 달빛 좋은 날 먼발치에서 은류폭포를 바라보거나, 얼음장 얼어붙은 겨울날 바라보는 것도 가히 장관이다. 이곳 수락산은 그 이름처럼 물이 아주 풍부하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명산이다. 여름날 계곡 이슥한 곳으로 내려가 수락산 맨발과 목욕이라도 한 번 하고 나면, 이 세상의 어떤 삶도 부럽지도 않다.

불심
불심 ⓒ 윤재훈
바로 그 위는 내원사다. 이 절은 신라시대에 창건된 절로서 조선 정조대왕 때 이곳에서 300일을 기도하여 조선 23대 순조가 탄생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불경 소리 귓전으로 시원하게 들으면 절 마당에 들어서니, 울퉁불퉁한 탑신 위에 동전들이 잔뜩 쌓여 있다. 100짜리, 500짜리, 어떤 이는 아예 잔돈을 다 털었나보다. 백 원짜리가 사이좋게 가지런히 누워있다. 노자돈 떨어진 길손이 주어가도 하루치 양식은 충분할 듯하다.

감로수
감로수 ⓒ 윤재훈
수락산 정상은 638미터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 산장과 약수터가 있다. 이곳의 물은 사철 마르지 않는다.

즐거운 산행
즐거운 산행 ⓒ 윤재훈
달디 단 물을 한 사발 들이키는데, 어디서 기타 소리와 노래 소리가 들린다. 이미 산행의 흥이 오른 등산객들과 산장 주인 털보 아저씨가 마주앉아 7080노래가 한창이다.

즐거운 부부
즐거운 부부 ⓒ 윤재훈
산장 아줌마는 6개월 전부터 기타를 배웠다고 한다. 그것도 털보님이 막무가내로 접수를 시켰다는데, 이제는 그 실력이 제법이다. 이미 기타의 재미에 흠뻑 빠진 모습이다.

산장은 즐거워
산장은 즐거워 ⓒ 윤재훈
행복하게 보이는 산장 부부, 그들의 언저리 뒤로 날빛이 많이 어두워 졌다.

안개 속, 수락산 정상
안개 속, 수락산 정상 ⓒ 윤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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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년여 세계오지 배낭여행을 했으며, 한강 1,300리 도보여행, 섬진강 530리 도보여행 및 한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습니다. 이후 80일 동안 5,830리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였습니다. 전주일보 신춘문예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시를 쓰며,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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