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에 대해 경찰이 "보호시설 내 외국인의 방화가 원인"이라고 최종 결론 내렸지만, 방화 혐의자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6일 여수경찰서는 화재 사건과 관련, 근무태만과 근무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과 경비업체 직원 등 9명을 업무상 과실 책임을 물어 입건하고 이 중 4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직접증거 없지만"... 사망한 김씨의 방화로 결론
@BRI@화재 사건을 수사해온 여수경찰서는 이날 오전 여수경찰서 회의실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화재발생 원인,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과실 여부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3층 304호실 거실 사물함에 설치된 TV와 공중전화기 앞부분에서 인적 화원(火原)에 의해 발화됐다"며 "화제에 피의자 김아무개씨가 가연성 바닥재를 올려놓아 확산시킨 불길이 천장을 통해 인근 보호실 등으로 연소하면서 27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미 사망한 김아무개씨는 화재 이전에 CCTV 렌즈에 치약과 젖은 화장지 등을 붙였고, 김씨와 같이 304호실에 있었던 보호인 2명은 "김씨가 직접 불을 붙이는 것은 목격하지 못했으나 불이 더 잘 타도록 가연성 바닥재를 올려 불이 더 잘 타게 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보호외국인들의 진술, 화재 당시 김씨가 화재가 시작된 거실에 혼자 있었던 점, 현장에서 발견된 라이터, 누전 등 외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김씨가 라이터를 이용해 점화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지만 방화범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씨의 범행동기에 대해서도 "진술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김씨가 다른 보호 외국인들과는 달리 내복 위에 면바지를 입고 운동복까지 겹쳐 입고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화재를 틈타 도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모여부에 대해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화재로 이미 사망한 중국인 김아무개씨가 도주를 목적으로 방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경찰의 최종 결론이다.
"근무태만으로 구조 지연"... 사무소 직원 등 4명 구속영장 신청
화재 사건과 관련 화재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과 경비업체 직원들이 태만한 근무 등으로 늑장 대처해 인명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관리소 직원들은 근무 규정을 어기고 변칙근무를 했고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다 화재 발생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근무자는 출입국 관리소 직원 4명과 경비업체 직원 5명 등 9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관리소 직원이 근무하도록 돼 있는 감시실에는 직원은 한 명도 없이 경비업체 직원 3명만 근무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상황실장 A씨는 당일 자신의 근무시간에 부하 직원인 B씨를 대리근무자로 지정하고 자신은 1층 당직실로 내려가 잠을 잤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또 화재 직후 늑장 대처를 했고 화재경보기 작동여부 점검 등을 소홀히 했다.
당시 2층 상황실에 근무했던 C씨는 다른 직원의 책상에 앉아 책을 보느라 3층 보호동 모니터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으며, 화재 직후 보호 외국인들의 도주 방지에만 치중해 301호실을 제외한 나머지 보호실 문 개방을 뒤늦게 해 인명 구조를 지연시켰다.
상황실장 A씨를 대신해 근무한 B씨 역시 인터넷을 하느라 3층에서 발생한 화재 사실을 늦게 알게 됐다. 경찰은 이들 외에 관리사무소 총괄책임자와 관리 감독 주무과장 2명에게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근무태만 등 업무상 과실 책임을 물어 모두 9명을 입건하고 이 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서 방화의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근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늑장대처하면서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는 게 드러나면서 향후 보상 절차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11일 화재 사건으로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보호 외국인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