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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있으니 가십시다" 하고는 부모님과 동네에서 어머니와 가장 친하신 할머니 한 분을 모시고 지도를 보고 백야도를 찾아 떠났다.
863지방도와 22번 지방도를 따라 도착한 백야도는 여수반도 끝의 가막만 서쪽에 있다. 17번 국도 최남단에 있는 돌산도는 가막만 동쪽에 있으며, 두 섬이 모두 연육교로 연결되어 육지나 다름이 없다.
최근 연육교가 개통된 백야도는 육지와의 거리가 약 100여 미터밖에 안 되는 듯하나, 이제야 다리가 놓였다는 것을 보며 역시 개발이 늦었구나 싶다. 백야도 등대 부근에서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신 아버님은 며느리(둘째)에게 "아가! 미국 간 큰 며누리 오면 꼭 데리고 와서 구경시켜줘라 이잉" 하시는 것이었다. 아버지께서는 큰며느리 생각이 나시나 보다.
돌산도에 들어서는 돌산대교의 웅자함과 아름다움을 보신 아버님이 "10여 년 전에 와 보고 처음이다" 하시며, "많이 변했다"를 연발 하신다. 향일암 아래에 도착해서는 "전에 왔을 때는 암자까지 올라갔는데…" 하시며 다리가 아파서 올라가지 못하심을 한탄하시며 또 며느리에게 당부하신다.
"아가! 걸을 수 있을 때 어디든지 가봐야 한다."
오랜만에 가보고 싶으신 곳을 둘러보신 부모님과 함께 매운탕 집에 들렀다. 신선한 생선 매운탕에, 시장기까지 더하신 듯 맛있게 점심을 하신다. 반나절 정도의 나들이를 마치고 고향집에 들려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 쌀가마니와 무 구덩이에서 꺼낸 무며, 나물거리, 비닐하우스 안의 상치, 갓김치, 된장 등 바리바리 실어 주신다.
동구 박까지 나오셔서 조심해서 가라고 하시며 손을 흔들어 주시는 그렇게 강인하시던 두 분이 너무나 연로해 보인다. 6남매를 키워 다 서울로 내보내시고 두 노인만 외롭게 선산을 지키며 고향에서 노후를 보내시는 모습이 너무도 불쌍하고 안타까워 보인다.
서울에 도착하여 "차 밀리지 않고 잘 도착했습니다"하고 전화를 드린 아내에게 어머니께서 "아가! 상추 봉달이 안에 좀 잘봐라!" 하신단다. "어머니 뭘 잘봐요?" 하고 여쭈니 "그냥! 잘 봐라" 하신단다.
고향집 마당의 비닐하우스에서 뜯어와 싸주신 상추봉지를 펼쳐보니 꼬깃꼬깃한 돈 5만원이 들어 있다. 설에 용돈 드렸다고 이번에는 "용돈도 못 드리고 왔는데…" 하며, "참! 어머님도!" 하는 아내가 오늘따라 "나에게는 최고의 반려자다" 싶다.
아마도 며느리가 용돈을 주시면 안 받을 것 같으니 살짝이 상추봉지에 넣어 두시고 서울에 도착한 후에 알려주시는 이 마음이 정녕 모든 부모님의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