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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석 작가와 한승희 작가
전진석 작가와 한승희 작가 ⓒ 홍지연
1001일 밤의 이야기 꾸러미, 동양 고전의 백미 <천일야화>가 순정만화로 다시 태어났다. 2006년 하반기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으로 결정된 전진석·한승희의 <천일야화>다.

이야기 방식은 같다. 다만, 왕 '샤리아르'에게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여자 '세헤라자데'가 아닌 남자 '세하라'. 한승희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는 동성애 코드가 특유의 매력을 발산, 극적 긴장감과 재미를 더한다. 이야기 하나하나에는 상상력이 담뿍 배어있다. 타고난 재담꾼 전진석은 <처용이야기> <선녀와 나무꾼> <투란도트> <어린왕자> 등 고전, 동화, 설화를 뒤섞고 비틀어 새로운 이야기를 뽑아내고 있다.

그 특성상 순정만화에서 합작은 매우 드문 일. 격주간 순정만화지 <윙크> 편집부의 제안에 생면부지의 두 작가가 만났고,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렸다. 연재 초반부터 뜨거웠던 인기는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환상의 복식조를 이루기까지 고통도 컸다는 전언이다.

"지금은 굉장히 익숙하고 편하지만 처음엔 서로에게 맞추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스토리작가의 콘티상의 느낌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한승희)

"만약 한승희 작가가 아니었다면 둘 중 누구 하나가 뻗었을 것. 워낙 열심히 해주셨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전진석)


어쩌다 의견다툼이 있을 때면 '나는 전진석의 작가다', '나는 한승희의 작가다'라는 말을 되뇌며 순순한 해결을 보기도 했던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순정만화계의 새바람이 되고 있다. 순정만화계의 새 '고전'으로 자리 잡을 이 작품은 올해 11권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꽃분엄마'로 새 인생 파이팅~ : <꽃분엄마 파이팅>의 이은하·화성

자매 사이인 화성 작가와 이은하 작가
자매 사이인 화성 작가와 이은하 작가 ⓒ 홍지연
이럴 줄 몰랐다. 쑥스럽고 부끄럽고…. 그래도 입가에 슬며시 배어나오는 미소를 어찌 감출 수 있을까. <꽃분엄마 파이팅>로 2006 하반기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받은 이은하·화성 작가의 떨리는 마음이다.

가수가 꿈이었던 칠공주집 다섯째 딸은 대학원생인 남편을 따라 서울 달동네에 살림을 차린다. 그러나 거미줄 쳐진 방, 비만 오면 물을 뒤집어써야 하는 화장실로 상황은 절망적. 철없는 남편의 태평스러움에 꽃분엄마는 기어이 어린이책 방문판매원으로 나서게 된다. <꽃분엄마 파이팅>은 이러한 평범한 아줌마, 그러나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는 '초울트라 낙관주의자'가 팀장을 거쳐 지점장으로까지 승진하는 이야기다.

이른바 '국내 최초의 여성 세일즈 만화'.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이은하 작가가 글을 썼다. 이 작가는 "대한민국 '제3의 성' 아줌마들, 앞이 보이지 않게 힘든 이웃들에게 씩씩한 웃음을 던져주고 싶어 시작했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게 돼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카투니스트인 화성 작가와는 친자매 사이. 동생은 "워낙 좁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해 이런 작품을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는데 더 잘할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언니가 쓰고 동생이 그린 만화는 지난해 6개월간 <오마이뉴스>에 연재됐고, 죽 늘어진 댓글처럼 인기도 꽤 끌었다. 꽃분엄마의 가끔은 뒷감당이 걱정스러울 만큼 솔직하고 넉살 좋은, 그러나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정직한 마음이 사람을 감동시키기 때문이다. 가난하지만 인정 넘치는 우리 이웃의 생생한 얼굴들 역시 이야기 곳곳에 묻어난다.

함께 쓰고 그리면서 언니와 동생은 나란히 '새출발'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이야기쓰기에 재미를 붙여버린 언니는 이참에 고액연봉을 마다하고 본격적으로 스토리작가로 나설 계획이다. 본래 카투니스트였던 화성(본명 이화성) 작가는 앞으로 카툰과 이야기만화를 동시에 해나갈 것이라고. 두 사람의 두 번째 작품인 <꽃분엄마 파이팅> 2편도 9월쯤 선을 보일 예정이다.

메가톤급 유머 감싼 '당의정 대사' 감칠맛 : <애욕전선 이상없다> 메가쇼킹만화가

메가쑈킹만화가
메가쑈킹만화가 ⓒ 홍지연
이거야말로 '너무 놀라 염통이 쫄깃해'질 일이 아닌가. "'19세 미만'의 철퇴로 0.5쇄(?)나마 겨우 펴낸" 입장이라는 그는 감개무량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른바 '애욕어록' 열풍을 낳은 괴물같은 대사발의 주인공 메가쑈킹만화가(본명 고필헌)의 <애욕전선 이상없다>가 2006년 하반기 오늘의 우리만화상의 주인공이 됐다.

청춘의 총아 '연애 전선'을 무대로 젊은이들의 연애와 성 풍속도를 끈적끈적하고 질펀하게 담아낸 그의 작품은 다소 가당찮은 비유와 유치발랄한 대사에 버무려진 심각한 상황으로 독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이끌었다. 말하자면 "호홋~ 당신은 정말이지 배려심이 해저 2만리군요", "너, 겁을 일시불로 상실했구나", "메가톤급 외로움이 텍사스 소떼처럼 몰려오는구나!" 같은 거다.

금기를 무너뜨리는 대담한 상황 묘사, 웃다 허리 휠 대사는 가히 그의 트레이드마크. <애욕전선 이상없다>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인 동시에 메가쇼킹만화가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런 류의 대사를, 만화를 척척 그려낼 수 있는 유일한 만화가니까. 이 빈틈없는 '센스쟁이'에 반해버린 어떤 팬이 '당신은 정말이지 메가쑈킹한 만화가'라는 평가를 내렸고, 필명으로 정해져버렸다.

사실 요즘은 신혼여행 준비에 정신이 없다. 이른바 '블랙데이'라는 다음달 14일에 2달 동안 자전거로 전국일주 신혼여행을 떠날 참이다. 그리고 아내가 찍은 사진과 자신이 그린 만화를 합쳐 한 권의 책으로 낼 계획이라고.

"힘들 때면 통장의 잔고를 보면서 기운을 냈다"는 메가쑈킹만화가는 앞으로도 "만화로 공과금 내고, 국민연금 내면서 살 작정"이다. 본래 직업은 요리사였다. 여자들이 많을 것 같은 식품영양학과에 진학, 스물아홉 되도록 요리사로 살다 늦깎이로 서른에 만화가가 됐다. <카툰불패> <감격 브라다쓰> <라스베가스 디스코 익스프레스> 등을 그렸고, 최근 <탐구생활> 연재를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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