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의원 등 '민생정치준비모임'이 지난 11일 한미FTA 시위와 관련 "국민을 불법감금하고 폭력을 행사한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하고 나서, 경찰의 과잉진압 파문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민생정치모임 의원들은 12일 오전 국립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민주묘지 앞에서 성명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또 이들 의원들은 경찰청장에 대한 파면과 관련 "경찰청장 사임 등 추이 상황을 지켜본 후 논의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들 의원들은 성명에서 "지난 토요일 우리 경찰의 한미FTA 반대 시위 진압모습을 보고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우리는 집시법을 남용하여 한미FTA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집회를 불허하고 있는 정부의 비민주적인 형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위 진압과정에서 참여정부의 경찰이 보여준 폭력적인 태도는 더욱 용납할 수 없다"면서 "경찰이 한 시간 가까이 제주공항을 봉쇄한 행태는 국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불법감금의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들 의원들은 "현장 취재 기자와 민간인을 겨냥한 노골적 폭력, 원천적인 집회봉쇄 등 악행은 87년 6월 항쟁 이후 보기드문 모습"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정부의 값싼 사과 몇 마디로 무마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들 의원들은 ▲경찰청장의 즉각 파면 ▲한미FTA 비판에 대한 탄압중단 ▲재발방지대책 제시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민생정치모임은 "시위봉쇄의 직접적인 지휘계통에 있던 당사자들을 형사책임을 포함해 엄중문책하라"며 "민생정치모임은 한미FTA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된 채 혼란이 지속되는 모습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 발표와 관련 천정배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정부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한미FTA 추진 과정과 폭력 진압에 있다"면서 "이미 민생정치모임은 한미FTA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고, 이후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홍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정부 출범에 뜻을 같이 했는데 이런저런 잘잘못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잘못은 한미FTA"라며 "근자에 와서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를 경황없이 추진하면서 합법적인 시위 과정에서 난폭한 폭력이 나오고 원천봉쇄하는 것은 옛날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청장 파면' 요구와 관련 "민주주의 기본권마저 유린당하는 상황에 대해 우리로서는 행자부장관 퇴진을 요구해야 한다는 심정"이라며 "실제 경찰청장이 진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지켜본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천 의원은 "오늘 성명의 의미는 대단히 각별한 것"이라며 "형식은 원천봉쇄지만 국민에 대한 원천봉쇄"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찬성할 자유가 있다면 반대의 자유도 있고, 반대 집회와 이동할 자유가 있다"면서 "그런데 한미FTA 체결이라는 목적을 위해 나와 다른 입장에 선 집회 등을 봉쇄하는 것은 전체국가적 사고이고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생정치모임 소속 의원들은 12일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민생포럼과 공동으로 '민생평화개혁세력의 위기진단과 나아갈 길'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