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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에 아이가 담양의 한빛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이날 입학식은 제법 익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입학식이야 이날 하지만 대안학교가 다 그렇듯 한빛고등학교도 최종합격이 결정 난 이후에 지난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새내기 학부모들이 하루밤 이틀낮 연찬회를 하며 학교를 익혔고 새내기들 역시 이틀밤 사흘낮 예비학교에 참석했다.
전주에 또 다른 새내기가 있어 그네 자동차를 얻어 타고 갔는데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자 재학생들이 떼거리로 몰려나와 자동차 트렁크의 짐을 하나씩 둘러메고서 도우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머리칼과 옷을 자유롭게 하는 곳이라 어떤 아이들은 대학생 같아 보이기도 했고 힘도 어른이었다.
예비학교에 참석한 우리 새들이를 기억하는 선배 하나는 귀여운 동생이라도 만난 듯이 새들이 머리통을 쓱쓱 문질러대면서 안부를 물어주어 아이의 긴장도 풀어지는 것 같았다. 2학년인 선배 여학생 하나는 새들이를 붙들고 자기 친구들에게 "봐. 봐. 귀엽지? 귀엽지?" 하면서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한빛고등학교. 3년 전 심한 진통을 겪었다. 학내 분규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대안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이 있었는데 학교 문이 닫히고 입시를 앞둔 3학년생들까지 학교에서 쫓겨났다. 재단측과의 갈등이었는데 이때 교사와 학생들이 폐교철회를 요구하며 국토대장정에 나서 서울에서 광주까지 걸었을 때 나도 하루 참가한 적이 있다.
나는 우리 지역 도 교육청사에 기자회견을 주선하여 주었고 더구나 이곳 <오마이뉴스>에 당시 상황을 전하는 글을 올려 학생들에게서 고맙다는 편지를 받기도 했다.
이 학교에 우리 아이가 가게 될 줄은 몰랐으니 사람 인연은 알 수 없을뿐더러 늘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구나 싶다.
두 아이를 대안학교만 보냈기에 입학식, 졸업식 풍경에 익숙한 편이지만 이날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색다른 것은 선배들이 새내기 후배들을 위해 써 붙인 격문들이었다. 하나하나를 꽤 정성스레 써서 꼼꼼히 읽었는데 경험에 따른 도움말이 정갈했다. 특히 3학년 설다영이라는 선배 학생이 쓴 글이 정겹게 와 닿았다.
새로 들어 온 신입생들, 환영합니다!!
한빛에서 보낼 3년이 많이 기대가 되죠? 지금 가진 첫 마음을 고등학교 3년 내내 간직했으면 해요. 그런 마음가짐 하나면 어떠한 시련도 이겨 낼 수 있을 테니까요. 한빛에서, 자신이 얻고 싶었던 것, 누리고 싶었던 것 모두를 가지시길 빌게요.
욕심을 좀 더 부려서 원하는 것, 그 이상의 것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싶네요. 힘든 일이 생기거나, 궁금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말을 하세요. 완벽히 해결하지 못할지라도, 마음을 털어놓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될 테니까요. 한빛을 실컷 누리시길 빌게요.
교사들이 새내기들 하나하나 가슴에 장미꽃을 꽂는 순서가 있었다. 76명 새내기의 가슴마다 빨간 장미속이가 매달리기 시작하자 뒤에 있던 학부모들이 디지털 카메라와 손전화 플래시를 터뜨리며 우르르 앞으로 몰려갔다. 언제 다시 사진을 볼지 모르지만 일단 찍고 보는 디카와 디카폰의 대량 보급이 어디서나 식장을 흐트려놓는다.
재학생들이 모두 일어나고 선생님들은 앞에 나와서 새내기들을 ㄷ자 모양으로 에워싼 후 두 손을 받쳐 올린 채 입학 축하곡을 합창할 때는 장관이었다. 새로 입학하는 학생이나 그 부모는 설렘과 함께 일말의 불안과 걱정을 하게 마련인데 입학식을 보면서 한시름 놓았다.
3개 반인 새내기 학부모들은 반별로 담임과 공동 면담을 했다. 학교 일과와 1년 동안의 학사일정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을 듣는 자리였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입학식이 끝났다. 그날 밤에는 생활관에 전교생이 모여 상견례를 한다고 하지만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아들을 놔두고 혼자 돌아오는 길. 주위가 어둑어둑 해지자 문득 가슴이 아파왔다. 중학교 3년도 멀리 강화도 '마리학교'를 다니느라 떨어져 지냈는데 또 다시 아이와 헤어지는 아버지의 심정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했다.
졸업 그리고 입학.
우리 아이의 끊임없이 반복되는 졸업과 입학은 인생사에서 보면 그냥 이어지는 연속의 하나일 뿐이리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을 부모 삼고, 선후배를 형제삼아 3년 잘 자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