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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 고교를 순위별로 줄세워 공개한 <조선일보>
서울대 합격 고교를 순위별로 줄세워 공개한 <조선일보> ⓒ 화면캡쳐
<조선일보>가 이번에도 가장 앞서 흥분했다. <조선>은 '1명 이상 883개교로 늘어 외고 제자리, 과학고 껑충' 제목의 기사에서 "올해 서울대 고교별 합격자 분석해보니 서울대 입학 학교 수는 늘었지만, 특목고가 배출하는 합격자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13일 무게 있게 보도했다.

1명 이상 합격자를 낸 학교를 21위까지 줄을 세워 표로 공개한 점은 압권이다. 지난해와 편집스타일이 흡사하다. 출처도 같다. "12일 서울대가 한나라당 김영숙의원에게 제출한 '서울대 2007학년도 고교별·지역별 최초 합격자 현황'에서 나타났다"고 보도했지만 지난해 9월 5일과 보도태도는 크게 다를 게 없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해처럼 <조선일보>는 서울대 합격현황 자료를 이리저리 분석해 기사와 표를 함께 공개했다. 골자는 올해 서울대 합격자 5명 중 1명(19%)이 외국어고, 과학고, 예술고 등 특목고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조선>은 다음날 고교 서열화를 더욱 확대했다. <조선>은 14일 '서울지역 6개 외고 졸업생 절반이 서울·연세·고려대 들어갔다'기사에서 "올해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 졸업생의 절반이 서울·연세·고려대 등 3개 대학에 합격·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번엔 "13일 이윤영 서울시의원(한나라당)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2007년 서울지역 특목고 졸업생 진학 현황'에 따른 것"이라고 전제 했다.

아울러 "서울대 합격자 수는 합격 후 등록한 숫자여서, 최초 합격자를 기준으로 분석한 본지 3월 13일자 보도와 다소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따르면' 기사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읽을 수 있으나 발 빠르게 확대 보도하고 보는 태도가 더 주목을 끌만하다.

합격자수에 희비 엇갈린 지역신문들

광주 전남지역 고교의 서울대 합격 현황을 분석해 보도한 <광주일보>
광주 전남지역 고교의 서울대 합격 현황을 분석해 보도한 <광주일보> ⓒ 화면캡쳐
지역신문들도 "특목고 쏠림의 정도가 더 심해진 것과 특히 과학고는 올해 서울대 입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합격자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신사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문제는 몇몇 지역신문이 서울대를 향해 학교간 줄 세우기를 시도한 점이 예년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지역 고교 비교기사와 도표를 통해 서열화를 부추김으로써 따가운 눈총을 받아 왔건만 보도행태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은 '2007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국 일반계고 가운데 가장 많은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가 대구에 소재한 고교란 점을 부각시켰다. <매일신문>은 '대구 경신고, 서울대 합격자수 전국 일반계고 1위'란 기사에서 "2007학년도 입시에서 20명(최초 합격 기준)의 서울대의 합격자를 내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등 특목고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며 '대구경북 고교별 서울대 합격현황'을 표와 함께 보도했다.

반면 광주 전남지역에선 '명문고가 사라진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광주일보>는 '광주·전남 명문고가 사라진다'란 기사에서 "올해 서울대 10명이상 합격 고교 한 곳도 없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올해 서울대 입시에서 10명 이상의 최초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가 전국적으로 52개교에 달했으나, 광주·전남지역 고교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지역 학생들의 실력저하 우려를 낳고 있다"고 덧붙여 보도했다.

줄 세우기 잣대, 서울대여야만 하나?

"광주지역 합격자 수는 <광주일보>가 각 학교가 밝힌 합격자 수를 취합한 9일자 보도에 비해 4명이 적었다"는 기사와 '광주전남 고교별 서울대 합격자수'와 '타 지역 고교 서울대 합격자 분포'표를 함께 내보낸 점이 눈에 띈다.

<대전일보>도 '충청권 올 서울대 합격'이란 기사에서 "올 서울대 최초합격자 3378명을 학교와 지역별로 분석해본 결과 대전·충남북에선 모두 89개교에서 304명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면서 상위권 학교를 순위별로 소개했다.

강원지역도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와 합격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를 읽을 수 있다. <강원도민일보>는 '서울대 합격자 배출고교 늘었다'란 기사에서 "지난해 18개 고교에서 61명이 합격한 것과 비교하면,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와 전체 학생 수는 모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며 현황표와 함께 내보냈다.

이어 "강원지역에서는 23개 고교 64명이 서울대에 합격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1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는 지난해 8개교에서 11개교로 3개교가 늘었다"고 전했다.

서열화 조장하는 교육짱은 누구?

<한국일보> 는 ‘서열화 조장하는 '교육짱' 의원'의 기자 칼럼에서 색다르게 비판했다.
<한국일보> 는 ‘서열화 조장하는 '교육짱' 의원'의 기자 칼럼에서 색다르게 비판했다. ⓒ 화면캡쳐
이에 대해 박상준 <한국일보> 사회부기자는 14일 '서열화 조장하는 '교육짱' 의원'이란 제목의 기자칼럼을 통해 김영숙 의원을 꼬집었다. 이 기사는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이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출신이고 교육청 장학사에 교육부 연구관 경력까지 치면 40년 가까이 학생을 가르치고 길러 온 교육전문가라는 점을 전제해 눈길을 끌었다.

기사에서 "김 의원은 지난해 9월에도 '2006학년도 서울대 고교별 합격자 수'를 공개, 역시 여러 언론에 이름을 날렸다"고 한 박 기자는 "자료를 요청한 이유를 묻자 김 의원측은 '교육부의 평준화 정책이 잘못 됐음을 지적하기 위해'라고 말했지만 교육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고 했다.

또 "명문대 신입생을 많이 배출한 고교를 공개하는 것은 '학교 줄 세우기'에 다름 아니다"며 뼈있는 말도 던졌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서울대 못 보낸 학교는 '실력 없는 학교'로 낙인 찍혀 버린다"고 걱정하는 모습과 "결국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의 명성만 높여주는 꼴"이라고 비판하는 현장 목소리도 전달했다.

아울러 "교육부와 서울대 출입기자들이 1997년 '대학입시 보도강령'을 만들어 서울대 합격자 분석결과를 보도하지 않기로 한 것도 '고교 서열화'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 크다.

서울대를 보내지 못한 고교가 더 많다. 그러나 그 학교들은 어느 줄에 서지도 못한다. 평준화정책과 공교육내실화를 아무리 강조해도 서울대 공화국과 서울대 나라, 서울대 간판 신드롬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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