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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시장은 자신의 경부운하 계획을 두고 국내외 학자 60~70명이 10년간 기술적 검토를 마쳤다고 주장하여 경부운하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총 공사비용 17조원 가운데 공사 도중 확보되는 골재를 팔거나 민간기업에 공사를 맡기면 정부예산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부운하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면 석연치 않은 점들이 너무 많다.

경부운하, 상식적으로 접근해보자

@BRI@이 전 시장 측은 경부운하를 개통하면 한반도 물류수송의 가격이 종전의 1/3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컨테이너 트럭을 통해 옮기는 도로수송보다 대형수송선을 이용하여 물류를 나르면 운송비가 절약된다는 것이다. 또한 운하를 통해 고속도로의 물류운송량을 줄이면 도로 정체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경부운하는 친환경적으로 건설되어 생태계 파괴가 적고, 민영기업이 운영하여 수익성도 기대할 수 있으며, 주변 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는 이점까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운하는 땅을 파서 대형 배가 다닐 만한 물길을 내는 공사이기 때문에 주로 평지가 넓은 지역에서 수량이 풍부한 강들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미국은 평지 지형을 갖는 중부의 미주리강 일대에 해운·운하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유럽은 라인강·세느강·다뉴브강·엘베강·르와르강 등의 큰 강들에 운하를 파서 이들을 서로 연결하였다. 중국의 경우는 양쯔강 일대의 해운이 발달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전체 국토의 70%가 산이어서 평지국가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굴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 공사구간은 백두대간의 축인 소백산맥이 지나가는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인데, 이 지역에는 월악산·소백산·속리산 등이 있다.

물론, 산악지대에서도 수문을 열고닫는 갑문방식으로 물 높이를 조절하면서 배가 서서히 상승하는 방식으로 운하를 건설할 수는 있다. 대서양과 태평양의 해수면 높이가 다른 중남미의 파나마 운하가 바로 이같은 갑문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수송과 경쟁하는 경부운하의 경우 연이은 갑문을 채택할 경우 갑문에 물을 채우는 동안 배는 정지해있어야 되어 수송속도가 느려진다.

게다가 한국은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강의 수위가 낮아 대형수송선을 운용할 수 없다. 바다로 흘러드는 강물을 막고 청계천처럼 물을 상류로 퍼올려 인공수량을 형성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강의 수질이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한강·낙동강의 수질이 나빠진다면 당장 수도권과 영남권의 생활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

결국 수질을 살리자니 강의 수위가 낮아지는 문제를 피할 수 없고, 강 수위를 유지하자니 강의 수질이 나빠진다. 이것이 한국형 운하사업의 한계이다.

그 외에도 산업시설과 경부운하 사이의 수송문제, 각종 교량과 댐에 대한 우회수로문제, 실제 도로수송은 밤에 이루어져 교통정체해소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문제 등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무엇보다 경부운하의 핵심문제는 17조원에 달하는 방대한 건설비용에 있다. 과거 한나라당이 추진했던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5조8000억원이라는 예산이 18조4000억원까지 늘어났는데, 이번 경부운하는 얼마까지 늘어날 지 도무지 종잡을 길이 없다.

이같은 비용이라면 차라리 경부 화물전용 철도를 부설하여 부산항과 인천항, 서울을 잇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며 값싼 대안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질서는 국민통합의 지도력이지 박정희식 개발이 결코 아니다. 이명박 전 시장은 아직도 더 많은 수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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