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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몇 번의 꽃샘추위가 피어버린 매화를 얼게 하였지만 누가 오는 봄을 막겠는가? 벌써 제비꽃이 핀 지 오래고, 사람들은 산수유와 매화에 마음이 혼미해진다. 아마도 봄이 오면 나른해지는 이유는 그들 탓일 것이다.
오랜만에 사무실 뒷산에 가봤다. 향긋한 향기가 난다. 이놈은 분명 매화다. 뒷산에 한 그루 있는 매화가 다행히 꽃샘추위가 지난 후에 피었는지 성질 급한 녀석들이 서둘러 꽃을 피웠다가 자랑도 못하고 된서리를 맞았는데 이놈은 느긋한 성질 탓에 제때에 핀 것 같다.
섬진강을 이웃하고 핀 매화는 강이 배경이 되어주니 그림이 따로 없다. 강물은 유유히 바다를 향해 가고 꽃은 강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잘 가라 배웅을 하는 것 같다. 이제 곧 매화는 열매를 맺고 6월이 되면 제일 먼저 사람들을 찾아갈 것이다.
매화와 작별하고 산길을 걷는데 바스락거리는 밤나무 잎 사이에서 자주색 새싹이 불쑥 나와 있다. 작약이다. 작약도 봄맞이가 한창이다. 하루하루 크는 모습이 다를 정도로 그 기세가 맹렬하다.
이번엔 봄을 알리는 들꽃 제비꽃이다. 매력적인 보라색 제비꽃이 산비탈 양지에 곱게도 피어 있다. 제비가 오려면 아직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제비꽃은 이미 피어서 강남에서 돌아올 제비를 기다리고 있다. 때만 되면 알아서 척척 할 일을 하는 농사짓는 아버지처럼 때를 놓치는 법이 없다.
햇살 좋은 양지에는 양지꽃이 노란 꽃을 피우고는 태양처럼 빛을 내며 남도의 봄날 오수를 즐긴다. 양지꽃을 보고 있으면 나도 그 옆에 누워서 파란 하늘과 흘러가는 섬진강을 보며 낮잠을 자고 싶다. 양지꽃이 핀 자리에 집을 지으면 사시사철 따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봄에 마음이 동해서 피아골 계곡에 가봤다. 계곡에도 물이 봄처럼 넘쳐 흐른다. 내친 김에 오랜만에 피아골 연곡사에 가보았다. 산사에도 산수유와 매화가 가득하다. 매화는 향긋하고 산수유는 소박하다. 검은 사찰 기와에 노란 산수유는 더욱 돋보인다. 산사를 찾은 사람들은 부처님 앞에서 합장을 한다.
연곡사를 나와보니 늙은 농부 한 명이 논에 거름을 주고 있다. 그도 때를 아는 사람이다.
매화도 산수유도 제비꽃도 모두 철이 들어서 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오직 나만이 철없이 봄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이번 휴일에는 산수유 매화꽃 살랑이는 남도 땅으로 그들을 보러 와도 좋을 듯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친환경 우리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 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