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는 3월 15일자 사설에서 "종부세를 도입한 목적은 집값을 안정시키자는 데 있다. 집주인을 혼내 주거나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만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종부세는 지나치게 징벌적으로 변질됐다. 정부는 종부세 내는 사람을 죄다 투기꾼으로 간주하고, '혼 좀 나 봐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은연중에 종부세를 내는 사람과 내지 않는 사람을 편 가르며 질시의 문화를 자극하고, 갈등을 획책한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투기도 안했는데 왜 징벌적 세금 물리나'라는 기사에서 1주택 장기 보유자들의 예를 들어 종부세가 징벌적 세금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정부가 "종부세 내는 사람을 죄다 투기꾼으로 간주하고, '혼 좀 나 봐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은연 중에 종부세를 내는 사람과 내지 않는 사람을 편 가르며 질시의 문화를 자극하고, 갈등을 획책한다"는 등의 주장을 펴는 것일까? 이 정도로 과격한 주장을 글로 표현할 때는 확실하고도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전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실로 무책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말하는 '징벌적 세금'이란 아마도 정부가 '특정 계층을 혼내주기 위해 부과하는 과중한 세금'을 의미하는 듯하다. 종부세가 과연 이들이 말하는 대로 투기꾼을 혼내주기 위한 징벌적 세금일까? 그리고 그 투기꾼의 범주를 잘못 설정하여 1주택 장기 보유자들이나 은퇴 고령자까지 포함시킨 것일까?
종부세는 집을 투기 목적으로 자주 사고파는 사람들을 골라내서 '혼내주기' 위해 만든 세금이 아니다. 그것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 부과하여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종합부동산세법 제1조) 하는 세금이다. 즉 특정 행위가 아니라 부동산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인 것이다. 보유세를 부과할 때 종부세처럼 부동산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주택 수를 기준으로 한다든지 보유 기간이나 심지어 소유자의 소득 여부를 감안한다든지 하는 것은 왜곡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보유세는 사회와 국가가 부여하는 혜택에 상응하여 납부하는 대가의 성격을 갖고 있다. 부동산 가치가 높다는 것은 그 소유자가 사회와 국가로부터 그만큼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말이다. 혜택을 누리는 만큼 대가를 납부하는 것은 정당한 일 아닌가?
종부세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상정하는 것 같은 징벌적 세금이 아니다. 왜 두 신문은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만 강조하고, 부동산 값이 폭등했다는 사실과 해당 지역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커다란 사회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가?
객관성 잃은 '양도세 부담' 보도
@BRI@<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다주택자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한결같이 "주택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샐러리맨이나 은퇴자들"을 예로 들어서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의 과중함을 말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갖고 있으면 보유세 폭탄, 팔려고 하면 양도세 폭탄'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상당수의 종부세 부과 대상자들은 집을 팔려고 해도 실제 거래가격으로 과세되는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보유세 충격파, 팔 수도 버틸 수도 … 퇴로가 없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1세대가 실거래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한 채 소유하는 경우 일정한 비과세 요건만 갖추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거래가 6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6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양도세가 부과되는데, 이 경우의 양도세 부담은 양도차익 대비 1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세 부담에 비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이 정도를 가지고 '양도세 폭탄' 운운하거나 '퇴로가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심한 과장이다.
진정 서민과 중산층을 걱정하는가?
<동아일보>는 '투기도 안했는데 왜 징벌적 세금 물리나'에서 부동산 업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유세 인상이 다주택자에게는 별 영향이 없고 전세금을 끌어올려 결국 서민만 괴롭힌다는 '서민피해론'을 제기하고 있다. 소유주가 보유세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도 "늘어난 보유세가 전세금에 얹혀 세입자도 힘겨워진다"고 하며 서민 걱정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집주인들이 보유세 증가분의 일부를 세입자에게 떠넘길 공산도 커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에게는 주택 소유자가 전능한 존재라고 여겨지는 모양이다. 보유세가 인상되면 그것을 바로 세입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이런 가정을 따르면 주택 소유자들은 보유세가 인상되기 전이라도 전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마땅한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보유세의 전가는 이들이 생각하는 대로 소유자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택 임대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조건 소유자가 보유세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므로 서민의 부담이 늘어날 뿐이라고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또 소득이 없는 은퇴 노령자는 종부세 대상에서 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으로 은퇴 노령자들을 걱정하는지도 의문이다. 예컨대 <중앙일보>가 사설에서 이들을 종부세 대상에서 빼주라는 주장을 한 다음 바로 "종부세 부과 기준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덧붙이는 것을 보면, 은퇴 노령자들을 핑계로 종부세 대상자를 축소하고 세부담을 줄이는 등 전체 틀을 뒤흔드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논리로 은퇴 노령자를 종부세 대상자에서 제외하라고 한다면 실직자나 장애인 등 소득 능력이 없는 사람은 모두 빼주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보유세 강화 정책에 의해 손해를 입을 계층은 부동산 부자들일 뿐 서민들은 집값의 하향 안정화로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누리게 된다. 그럼에도 보수 신문들이 집요하게 '서민피해론'을 거론하는 것은 서민을 내세워서 부동산 부자의 이해를 지키려는 것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덧붙이는 글 | 민언련과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주요 일간지들의 부동산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분석·비판해 그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올바른 부동산 정책이 마련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논평은 두 단체의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민언련 www.ccdm.or.kr/ 토지정의시민연대 www.landjustic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