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의 비전과 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데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아산을 어필할 수 있는 독특한 상징물이 필요하다."
이어령(74) 전 문화부장관이 16일 아산시청을 방문, 시장실에서 강희복 시장과 공무원들을 만나 2시간 여에 걸쳐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강희복 시장은 이 전 장관에게 조언을 바라며 아산시 각종 현안에 대해 설명했고, 이 전 장관은 이에 대한 사견을 밝히며 여러 조언을 해줬다.
이 전 장관은 환담에 들어가기 전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그냥 지나치면 아산시장에게 혼날 거 같아서 들렀다"는 농담으로 말문을 연 뒤 아산이 고향임을 강조하며 "누구보다도 아산이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여 "지역 발전을 위해 해 줄 말이 많이 있는 데 충청권에서는 찾아주는 곳이 없어 그동안 방문 기회를 못 가졌다"며 "이번 아산 방문은 아산시장의 지속적인 방문요청에 의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자리가 끝나는 시간까지 웃음꽃을 피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됐고, 이 전 장관은 아산 발전과 관련한 여러 아이디어를 풀어놓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령 "성공 가능성 높은 행정을 먼저 추진해라"
강 시장은 이 전 장관에게 "아산 발전과 비전을 위해 필요한 여러 좋은 의견을 많이 달라"며 각종 현안문제와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힘을 보태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움도 함께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강 시장은 아산의 개발 및 발전에 대한 기본구상 밝히며 실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먼저 그는 "지난 해 아산만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빠르면 몇 개월 내로 지정될 것으로 보는데 이를 어떤 식으로 운영해 나가야 할 지 좋은 방안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서두를 꺼낸 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인천 송도와 부산, 진해, 광양에 뒤지지 않는 '으뜸 특구'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이와 함께 ▲휴양도시 발전 의지 ▲온양권 공동화 현상 방지 ▲신창·선장 200만평 산업단지 조성 ▲내년 수도권 전철 개통과 연계한 시정 운영 방향 ▲각종 추진사업과 관련한 국비예산 지원 필요성 ▲외암민속마을 저잣거리 조성 및 국내·세계 유명 민속마을과 연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 ▲잘 정비돼 있는 도로를 활용해 주변 자원과 연계,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방법 ▲맹사성 고택에 산책로 등을 개설해 새로운 관광코스로 조성 ▲곡교천을 레저공간으로 개발한는 등 자원화 할 수 있는 방안 ▲다목적 컨벤션센터 설립 추진 등에 대한 당면 현안과 시정 추진 계획에 대해 설명한 뒤 이들에 대한 추진 및 발전방안과 아산의 비전에 대해서도 조언을 요청했다.
이 전 장관은 이 같은 강 시장의 요청에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 미래를 예측하기가 힘들다. 이로 인해 비전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서두를 꺼낸 뒤 "분석을 통해 마스터플랜을 먼저 세우고 세부내용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성공적인 행정 수행을 위해서는 시민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시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작은 사업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시민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성공적인 행정 수행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사례로 뉴욕의 '낙서와의 전쟁'을 들었다. "새로운 뉴욕시장이 당선 후 혁신을 통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것이 지하철역에 있는 낙서를 지우는 것이었다"며 "당시 모두가 낙서 하나 지우는 것이 행정에 대한 신뢰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불신이 팽배했었지만 지금은 성공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일화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작은 것이지만 성공할 경우 그 것에 쌓이는 신뢰는 사업의 규모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키핑포인트를 잘 찾아야한다"며 "성공을 거둔 세계적으로 유능한 관리들은 이를 잘 정하고 대응 및 실천했다"고 지적했다.
"아산, 발전 가능성 높은 도시"
이 전 장관은 "아산은 21세기, 그 어느 곳보다 살기 좋은 행복한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그리고 덧붙여 "아산과 함께 충남의 양대 수부도시인 인근 천안의 경우 개발이 포화상태라 더 이상의 개발이 힘든 상태까지 왔다. 하지만 아산은 아직도 개발여건이 무궁무진하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자칫 실패하게 되면 아산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아산은 최근 개발의 가속화와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징적인 것이 없어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유명도시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개발에 자신이 없으면 그냥 놔두는 것도 개발이라며 무분별하고, 무계획적인 개발을 자제할 것을 충고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아산 비전의 실마리를 인물에서 찾을 것을 권고했다. 산업도시로의 성장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다른 도시에 뒤쳐지게 돼 있어 유행을 타지 않는 고부가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물을 브랜드로 한 문화도시로의 발전을 강조했다.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물을 만들어야 한다. 이순신, 맹사성, 토정 이지함 등 지역에서 유명한 인물들의 ‘인물지도’를 만들어 연고지와 연계하는 것이 좋다. 인물은 남이 모방할 수 없는 최고의 고부가자원이다. 분명히 ‘발전 접근로’가 생길 것이다."
그는 이와 함께 "혼자서는 안 되는 것이 많다. 브랜드와 관련된 타 지자체 및 이들 지자체의 산·학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좀 더 많은 자원활용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이는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덧붙이는 글 | '아산투데이(http://www.asantoday.com)'에도 실렸습니다. 박성규 기자는 아산투데이신문사 소속으로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지연(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