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아든다. 땅은 농부들의 희망이다. 그러나 정작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이 땅의 농부들은 절망적이다. 씨앗을 움켜쥔 농부들은 거칠게 밀려오는 신자유주의의 벼랑 끝에 서서 살려 달라 절규하고 있다.
2014년부터 쌀시장은 완전 개방된다. 그런데 정부는 마치 쌀시장 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한미FTA를 체결하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BRI@정부에서는 농민은 손해를 보지만 소비자는 이익이라고 자랑처럼 홍보한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권영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과의 FTA 협상을 통해 개방되는 농산물은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다. 이미 유전자 조작된 콩과 옥수수가 수입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소비자들의 항의로 유전자조작 표시를 해서 수출한다. 선별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곡물을 수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고 유전자가 조작된 곡물을 혼합해서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콩은 농약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 전쟁 때 사용했던 고엽제보다 강력한 제초제(라운드업)를 살포해도 죽지 않을 정도로 유전자가 조작된 제초제 내성 콩이다. 수입 콩은 헬기나 비행기로 제초제를 뿌려서 재배한 것이다. 옥수수도 별반 다르지 않다."
권 소장은 다국적 기업의 국가소송제(투자자-국가소송제)는 국가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협상중단을 촉구했다. 다국적 종자회사가 어떤 횡포를 부릴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720ha(면 소재지 정도 크기)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 슈바이져씨가 다국적 종자회사인 몬산토에게 소송을 당했던 사례를 들어 그 심각성을 폭로했다.
"1차 소송 명분은 유전자 조작된 자기 회사의 콩을 허락 없이 심었다는 것이다. 1차 소송에선 슈바이져가 승소했다. 슈바이져는 자가 채종을 해서 심었는데 유전자 조작된 콩의 화분이 날아와 자연교배가 되었다는 것을 소송을 통해서 뒤늦게 알게 되었다.
몬산토가 지적재산권 2차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는 슈바이져가 패했다. 패한 사람은 몬산토 회사와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그 계약은 몬산토가 악덕기업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자가 채종 금지, 몬산토 종자만 사용, 농자재 역시 몬산토 회사 것만 사용. 로열티를 지불하고 불량종자가 있을 때 언론에 공개하지 못함(친척에게도 알리지 못함), 몬산토 사설 경찰의 출입을 허가할 것(몬산토 회사 종자를 사용하는지 감독) 등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
광활한 지역을 쉽게 감독하기 위해 고엽제보다 독한 제초제(라운드업)를 비행기로 뿌린다. 콩이 죽지 않으면 몬산토의 제초제 내성 콩을 사용한 것으로 입증되지만, 죽는 콩이 있으면 자가 채종한 종자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벌금을 부과한다."
이대로 FTA가 체결되면, 앞으로 한국의 토종 씨앗들을 모두 유전자 등록을 해 놓은 미국회사가 한국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다국적 종자회사가 캐나다 농부에게 했던 방식으로 소송을 제기하면 한국정부는 십중팔구 패할 것이다. 그 소송비용과 한국정부가 보상해야 할 금액은 어떤 돈인가. 국민의 혈세 아닌가.
서민의 간절한 기도마저 외면하는 노무현 정부
미국은 문제의 광우병 쇠고기의 유통도 요구한다. 광우병의 원인인 변형된 단백질, 프리온은 전염되고 스스로 복제하며, 발병 1년 이내 사망에 이르는 원인이 된다. 광우병의 경우 아직 병원체를 찾지 못해 치료약도 없다. 위협부위만 도려내면 된다고 하는데, 쇠고기 전체가 단백질 아닌가? 그러니 모든 부분이 광우병 전염부위라고 봐야 한다.
미국 사람들조차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를 먹고 자란 자국 소의 건강성을 의심해, 풀만 먹고 자란 호주와 뉴질랜드 수입쇠고기를 먹는다. 미국은 자국민도 꺼리는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광우병은 잠복기간이 길어 언제 발병할지 모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를 먹고 자란 젖소의 유제품과 낙농제품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다국적 곡물회사들은 미국 정부로부터 엄청난 농업보조금을 받는다. 그 보조금 덕분에 그들은 덤핑 판매를 서슴지 않는다. 상대국가의 농민들이 다국적 기업과 가격경쟁을 할 수 없어 경작을 포기하면 그 후 곡물 값을 올린다. 농업의 예속화는 그렇게 진행된다. 이렇게 다국적 곡물회사에 엄청난 보조금을 주는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농업보조금을 주지 못하게 압박하고 있다.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다.
민주주의의 초석은 정보의 투명성이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정부의 협상과정은 결코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정보독재는 군사독재 시절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 한미FTA 협상과정에 대한 정보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국회의원들에게 공개하는데 우리 정부는 국회의원들에게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미국정부에만 모든 것을 공개하고 있다.
더 한심한 것은 한미FTA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어떤 독소조항이 있는지 정보를 모르면서도 국회의원들 다수가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을 책임질 의무를 진다. 그런 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해서 유전자 조작된 농산물과 광우병 쇠고기와 유제품을 수입하려고 한다. 노무현 정부는 졸속 협상을 당장 중지하고 국민들의 밥상을 위협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를 즉각 중단하거나, 국민투표에 붙이는 길만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계속해서 국민을 기만한다면 결코 국민은 잠자코 있지 않을 것이다. 명심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안뉴스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