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이 모자라 한국인 군속을 해고해야할 형편이라고 주장해왔던 주한미군 당국이 8000억원의 방위비 분담금 등을 국내외 은행에 예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동아> 4월호에 따르면 주한미군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평택으로의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이 지연되어 불용액이 발생한 것으로 앞으로 기지이전 사업이 본격 착수되면 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금 가운데 1000억원은 주한미군이 지난 2005년 5월 국립중앙박물관 앞뜰에 있던 헬기장을 한국 정부에 넘기면서 받은 보상금으로 알려졌다.
<신동아>는 "우리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지 않고 올해 방위비 분담금을 2006년보다 541억원 증액된 7255억원으로 합의했다"고 비판했다.
미군이 예치한 방위비 분담금은 미 국내법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없다.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만 받았어도 최소 1000억 원 정도의 이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20일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국가재정법은 회계연도 독립원칙에 따라 예산의 이월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이월이 있을 경우 그 사유를 명시해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05년도 방위비분담금 차년 이월액은 980억원에 불과해, 8000억 원 중 상당액은 국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불법 이월"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남은 재정은 이월하거나 한국 측에 돌려주고 사업 집행이 가능한 시기에 예산 편성을 새로 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은 한국 정부가 먼저 요구했기 때문에 한국이 부담하고, 한강 이북의 주한 미 2사단은 미국이 먼저 요구했기 때문에 미국 부담이라고 말해왔다.
<신동아>에 등장하는 미군 관계자가 한국 정부에서 받은 방위비 분담금이 평택으로의 기지 이전 비용이었다고 밝힌 만큼, 주한 미 2사단의 이전비용을 사실상 한국 정부가 부담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평통사는 "이는 미 2사단 이전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고 되어있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협정을 위반한 불법"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주한미군 당국의 불법행위의 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