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의회가 집행부의 포괄사업비 예산편성과 관련, 해당 직원 면책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질책했다.
전완준 군수가 지난해 10월 31일 화순군의회 142회 정례회에서 투명한 행정을 위해 포괄사업비를 없애겠다고 선언해 전국적으로 이슈를 일으킨지 불과 몇개월만에 화순군이 의회 몰래 슬그머니 포괄사업비를 편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완준 군수는 지난해 10월 취임과 동시에 포괄사업비는 선심성 예산이라며 포괄사업비를 집행하지 않겠다고 선언, 포괄사업비 예산 편성 관행을 바꿨다며 화순은 물론 전국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의회는 포괄사업비가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긴급을 요하거나 예측이 불가능한 사안, 딱히 부기명시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집행하는 예산으로 필요하다며 심도있는 검토를 요구했고 주무부서의 과장도 “선심성 사업비가 아니라 위급성이 있을 때 사용하는 긴급예산”이라며 필요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전완준 군수는 모든 예산집행은 투명해야 하고 부기 명시되지 않은 예산이 사용돼서는 안된다며 포괄사업비를 없애겠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또 7천만원이나 들여 화순군조직진단과 개편안에 대한 용역이 진행중인 가운데 군수가 행정기구개편안을 의회에 제출, 의회가 용역결과가 나온 후에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맞다며 보류시키자 13개읍면의 초도순회방문을 통해 군민들에게 "의원들의 포괄사업비를 삭감했더니 의회가 자신을 괴롭히고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의회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21일 열린 제145회 임시회 3차 본회의 기획감사실 업무보고에서 의회는 우회적인 표현을 통해 전완준 군수의 이중적인 행위를 강하게 성토하고 관련 공무원에 대한 면책을 요구했다.
이날 문행주 의원은 "소수의 이익만을 위해 쓰여진다며 예산의 효율성 측면에서 포괄사업비를 없앤 군수의 단호한 의지에 비쳐볼 때 이번 추경에 4억1천만원의 포괄사업비가 계상된 것은 (직원들이) 군수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군수를 망신시킨 행위"라고 비꼬았다.
또 "당시 군수가 자신만 포괄사업비를 쓰지않겠다는 것이었다면 모든 포괄사업비 예산을 삭감한 이유는 뭐냐"며 "포괄사업비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포괄사업비를 계상했다면 의회에 해명하고 당연 자신의 잘못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양정렬 실장은 "개인적으로는 포과예산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편성하는 것이 중요하지 포괄사업비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얼버무렸다.
양정렬 실장이 답변을 회피하고 얼버무리자 김실 의장은 집행부의 포괄사업비 계상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김실 의장은 집행부가 포괄사업비를 추경에 슬그머니 계상했고 의회가 집행부의 설명을 통해서도 아니고 예산서를 통해 계상사실을 알게됐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포괄사업비 책정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양정렬 실장은 부기명시하기에는 작은 주민들의 소소한 민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포괄사업비를 계상했으며 "의사결정을 거쳤거나 별도의 의도를 갖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획실장 개인의 의지인지 군수의 의지인지 밝히라는 요구에는 "예산계장에서 부터 군수까지 같은 의견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포괄사업비 편성에 전완준 군수가 관여했음을 인정했다.
박광재 운영위원장은 "포괄사업비를 (선심성 예산이라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군수가 편성했다고는 생각않는다"며 "누군가 (군수에게) 충성하려고 (임의대로) 편성했다면 군수의 당초 취지와 원칙에 어긋나게 포괄사업비를 예산편성담당자는 면책시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편 포괄사업비 편성과 관련 전완준 군수는 추경에 포괄사업비가 편성된 과정이나 편성된 사실을 몰랐는지, 없애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포괄사업비가 다시 편성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끝내 대답을 회피했다.
전완준 군수의 행위에 대해 군민들은 극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군수의 리더로서의 자격과 단체장으로서의 자질까지도 의심하고 있다.
이날 회의를 지켜본 주민 K씨(대리)씨는 "어차피 군수가 행정가 출신이 아니라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고 시행착오가 생겼다면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포괄사업비를 없앴다가 필요에 의해 다시 편성했다면 솔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의회가 군수를 비꼬면서 자기 직원에게 해명을 요구하며 추궁하는데 최종결정권자이면서도 끝까지 아무말도 않고 모른 척 하는 것을 보면서 리더로서의 자격과 단체장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웠다"며 "군민들에게 신뢰받는 행정이 되고 군수가 주민들의 신임을 받으려면 이번 일에 대해 하과하고 그동안 포괄사업비와 관련해 의회를 비난했던 말들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군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