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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이곳에 큰개불알풀이 피어 있었다. 개화가 한발 늦은 이곳 북부지방이지만 때가 때인 만큼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한 걸음 두 걸음 발밑을 살펴본다. 역시나, 하늘빛을 머금은 작은 꽃이 반긴다. 바로 '큰개불알풀'이다.
수년 전 이 꽃을 처음 만나던 날, 많고 많은 어여쁜 이름들 중에 '왜, 그렇게 민망한 이름이 붙었을까?' 양지쪽에 피어나 양지꽃, 노루귀를 닮아서 노루귀, 돌돌 말려 피어나 꽃마리, 복과 장수를 기원해 복수초….
그렇다면, 개불알의 풀? 도무지 궁금증을 떨칠 수 없어 깔창한 여름의 뙤약볕 아래 적잖이 수고를 해야 했다. 결국, 그 매달린 열매를 보고서야 '아항!' 행여 남들이 들을까 애써 웃음을 참고 허벅지를 토닥이며 일어설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큰개불알풀을 외에 '큰'자가 빠진 개불알풀, 선개불알풀, 눈개불알풀까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만 넘어질 뻔했다. 내친김에 나머지 개불알풀도 찾아나서야 했다.
큰개불알풀도 작은 꽃인데 개불알풀, 선개불알풀은 참으로 깨알 같아서 한참을 살펴야 했다. 그 열매들 역시 한 쌍씩 붙어 마치 개불알처럼 생겼으니 결코 잘못된 아름은 아니었다. 굳이 다른 이름을 찾자면 큰개불알풀은 봄까치꽃이다. 눈개불알풀은 얼마나 누었는지 아직도 헷갈리고 있다.
아무튼, 큰개불알풀은 날씨가 흐리거나, 늦은 시간이면 영락없이 꽃을 닫고 손으로 만지기라도 하면 금세 꽃잎이 떨어져 버리는, 찬찬히 살펴야 보이는 작고 앙증맞은 이른봄의 꽃이다.
현삼과의 두해살이풀로서 줄기는 부드러운 털이 나 있으며 옆으로 자라거나 비스듬히 서고 가지가 갈라진다. 길가나 공원, 빈터의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는 풀이다.
'이런 꽃도 있었구나!'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꽃들이 오늘도 피고 진다. 한번쯤 찾아봄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