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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달리는 길가의 바자르
사막을 달리는 길가의 바자르 ⓒ 이승철
요르단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사막의 풍경은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이곳에도 개발의 손길이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저곳에 제법 높직하게 쌓아올린 흙무더기들이 바라보인다. 공장을 짓기 위해 터를 닦는 모습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조금 더 달리자 저 멀리 바닷가 쪽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바라보였다.

"저 곳이 인산을 채취하여 가공하는 공장입니다."

요르단은 석유가 나지 않는 대신 인산이 많이 매장되어 있어서 국가 경제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료의 원료가 되는 인산의 매장량은 세계에서 4위로 이 나라의 거의 유일한 수출품목이라고 한다. 흙무더기가 쌓여 있는 곳은 인산을 채굴한 흔적이었다. 인산공장 부근에는 열차가 다니는 철로도 놓여 있었다.

이 철로가 인산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진 인산수송 철도인데 이 철도는 요르단의 수도 암만과 시리아의 수도를 연결하는 유일한 철도이기도 했다. 인적 물적 교류가 많은 이웃인 요르단의 수도 암만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 사이를 운행하는 여객열차도 1주에 2회 왕복 운행한다고 한다.

시간은 어느새 정오가 지나고 있었다.

"잠깐만 더 가면 바자르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점심을 드시도록 하겠습니다."

가이드 안 선생이 시계를 보며 일행들에게 점심 먹을 장소를 안내해 주었다.

"바자르가 식당이름입니까?"

일행 중 한사람이 바자르라는 낯선 이름이 궁금한 듯 묻는다.

"바자르는 가게나 시장을 일컫는 말인데 들어가 보시면 아실 겁니다."

그러고 보니 바자르라는 말은 이집트에서부터 듣던 말이었다.

식당 안의 풍경
식당 안의 풍경 ⓒ 이승철
값이 너무 비싸 놀랐던 카펫 가게
값이 너무 비싸 놀랐던 카펫 가게 ⓒ 이승철
버스는 길가의 간판이 요란한 허술한 건물 마당에 정차했다. 건물 지붕 위에는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알 수 없는 아랍글자와 함께 영문자로 역시 바자르(BAZR)라고 쓰여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미리 예약이 되어 있었던지 상차림이 되어 있다.

곧 나오는 음식을 보니 다행히 밥을 포함한 빵을 위주로 한 현지음식들이다.

"에이! 오늘 점심은 정말 먹기 힘들겠구먼, 고추장 좀 주세요?"

평소에도 입맛이 까다로웠던 일행이 음식이 나오는 것을 살펴보다가 도저히 못 먹겠다는 표정으로 고추장을 찾는다.

그런데 막상 고추장과 쌈장, 그리고 이곳으로 오는 길가의 과일가게에서 사온 풋고추와 상추를 꺼내 놓자 너도나도 손길이 분주해진다. 이곳 바자르에서 파는 음식은 같은 현지음식이라도 호텔음식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여 반찬들이 더욱 먹기 힘든 맛이었던 것이다.

"아니 이거 이렇게 모두 같이 먹다가는 고추장이고 쌈장이고 얼마 가지 못하겠는데요. 호호호."

우리 음식을 관리하는 여성 일행이 농담을 던질 만큼 고추장은 인기가 높았다. 모두들 입맛에 맞지 않는 점심이었지만 고추장과 풋고추 등 우리 입맛에 맞는 몇 가지 반찬들 덕분에 그럭저럭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식당 안에서도 저렇게 줄담배를 피우나 그래. 담배연기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구먼."

우리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식당의 낮은 간이 칸막이 밖에 있는 쉼터에서는 몇 명의 아랍인들이 정말 줄기차게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들의 주변에는 자신들의 아이들 몇 명도 함께 앉아 있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풍경이다.

음식점 한편에 진열된 상품들
음식점 한편에 진열된 상품들 ⓒ 이승철
각종 기념품들과 음료수를 파는 가게
각종 기념품들과 음료수를 파는 가게 ⓒ 이승철
그들이 피워대는 담배연기 때문에 우리일행들이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제지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들의 식사가 끝날 무렵 그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들도 식사를 마치고 일어났다. 그런데 둥그런 건물 안에는 허술한 칸막이로 한쪽만 가린 이웃에 다른 가게들이 몇 개나 더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식당안의 객석 옆에도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바로 옆 가게로 들어서자 각종 기념품들을 파는 곳이다. 사진이나 그림이 들어 있는 액자부터, 아주 작고 예쁜 조각품들과 인형까지 다양한 것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부르는 값이 만만치 않았다.

여성 일행들이 들어가 구경하고 있는 곳은 도자기와 그릇들을 파는 곳이었다. 접시 종류는 우리들이 쓰는 것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는 모양이었지만 접시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은 아주 다르다. 아랍 특유의 문양들이어서 특별한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옆은 옷가게였는데 완전히 아랍풍이어서 아무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냥 호기심으로 살펴보며 돌아본다. 그러나 가게 앞에 세워놓은 마네킹은 키가 훌쩍 큰데다가 검정 천에 붉은 테를 두른 옷이 아주 특별한 느낌이다.

도자기와 접시 등 그릇들을 파는 가게
도자기와 접시 등 그릇들을 파는 가게 ⓒ 이승철
이 마네킹 참 예쁘지요?
이 마네킹 참 예쁘지요? ⓒ 이승철
더구나 검은 옷 속에서 드러난 얼굴과 새하얀 손이 아주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인지 여성 일행들이 호기심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옷감을 만져보기도 했다.

"그 옷 한 벌 사서 입어보시지 그래요? 아주 멋있는데요."

내가 농담을 던져보았지만 누구 하나 선뜻 그 옷을 입어볼 엄두는 내지 않는다.

"아니 옷걸이가 받쳐 줘야지 이런 옷을 아무나 입습니까? 호호호…."

그럴 것이다. 한복도 양장도 아닌 아랍 여인들의 고유의상을 누가 감히 입어볼 생각을 쉽게 할 수 있겠는가.

복도 반대편의 가게는 카펫을 진열해 놓은 곳이었다. 상당히 많은 카펫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크기도 모양도 상당히 다양하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 중간 크기 카펫의 값을 물어 보았는데 자그마치 1만5천 달러란다.

"아니 저게 1만 5000달러? 그런데 1만 5000달러면 우리 돈으로 도대체 얼마라는 거야?"

아프리카와 중동지방을 여행하는 동안 이렇게 큰 액수는 처음 듣는 말이어서 쉽게 환산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1만 5000달러면 대충 1500만원이네요."

그러자 값을 물어봤던 일행이 기겁을 하고 물러선다. 물론 처음부터 카펫을 사려고 물어보았던 것은 아니었다지만 액수가 상상을 초월했던 모양이다. 너무 큰 액수에 다른 카펫들은 감히 값도 물어보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바자르는 아랍어로는 수크라고 하는데 이슬람권의 독특한 시장 형태를 말한다. 본래 전통적인 바자르의 모습은 좁은 거리의 양쪽에 같은 크기의 상점이나 공방이 들어서고, 통로의 위쪽은 채광과 통풍을 위한 지름 1m 정도의 구멍이 뚫린 둥근 지붕으로 덮여 있는 것이 보통이다.

바자르 마당가의 어설픈 화단 풍경
바자르 마당가의 어설픈 화단 풍경 ⓒ 이승철
잔설이 남아 있는 사막 풍경
잔설이 남아 있는 사막 풍경 ⓒ 이승철
그러나 이집트와 같이 강우량이 적은 곳에서는 판자지붕에 발이나 거적 같은 것을 씌우기도 한다. 형태는 대개 같은 종류의 상인들이 모여서 하나의 바자르를 이룬다. 그러나 빵이나 육류, 그리고 음료수를 파는 상점은 어느 바자르에서나 가게를 차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조금 전에 보았던 것처럼 옛 모습 그대로의 바자르는 점차 사라지고 단독 가게나 몇 가지 종류가 다른 상품들을 모아서 파는 가게 형태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마당과 도로 사이에 만들어 놓은 어설픈 화단에 선인장 몇 그루가 초라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암만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달리자 길가의 구릉지역에 마을과 함께 올리브나무들이 서 있는 농장들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버스가 달리는 도로는 계속되는 오르막길이었다. 지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더 달리자 길가에 하얀 눈들이 덮여 있는 풍경이 나타난다.
“어라! 이 사막에도 눈이 내리는 모양이네.”
일행 한 사람이 놀란 듯 말한다.

"며칠 전에 이곳에 굉장히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밖에 보이는 것은 녹고 남은 잔설이지요."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요르단 사막에도 눈이 내린다는 것이다. 2월은 이곳 계절도 겨울이었던 것이다.

소나무 가로수가 있는 풍경
소나무 가로수가 있는 풍경 ⓒ 이승철
동쪽으로 더 나아갈수록 표고는 더 높아지는데 산지와 도로변에는 나무들이 더욱 많아졌다. 상당히 큰 마을을 지나는 길에는 도로 양편으로 늘어서 있는 가로수가 두 눈을 휘둥그렇게 한다. 그 나무들은 잎의 빛깔이나 모양이 약간 다르긴 했지만 분명히 소나무 들이었다.

"우와! 자 가로수들 소나무 아니야?"

반가움과 놀람이 담긴 목소리다. 요르단 사막 길에서 낯익은 소나무 가로수를 만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버스는 소나무 가로수 길을 기분 좋게 달리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월22일부터 2주간 북아프리카 이집트 남부 나일강 중류의 룩소르에서 중동의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까지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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