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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난 20일 미군기지 시설종합계획(MP)을 발표했다. C4I, 교회, 복지시설, 학교 등 4개 시설에 대해 최종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건부로 한미SOFA합동위원회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MP가 확정되면 오는 5월 중 PMC(Program Management Consortium : 종합사업관리용역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차 심사(2006. 12)를 해서 5개 컨소시엄 업체를 선정했다, 이 중 한 개는 국내업체 4곳과 외국업체 한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곳으로 다른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3월말에 제안요청서를 받고 4월 중 심사해서 5월중 선정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국내업체 4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외국업체는 어디일까? 그곳이 미국의 다국적 기업 '핼리버튼'의 자회사인 '캘로그 브라운 앤 루트(KBR)'가 2005년 3월 설립한 한국지사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 업체는 2005년 4월 전역한 국방부 시설본부 대미사업부장 이아무개 예비역 대령이 전역 바로 다음날 KBR 한국지사 부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재직 시 용산기지 이전 논의를 진행한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에 참여했고 평택이전이 확정된 후 이전사업을 총괄했었다.

'전쟁대행주식회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 박신용철
KBR은 단순한 토목, 건설회사일까? 미 국방부는 냉전 해체 이후 '국방의 민영화'를 추진했는데 이 거대한 틈새시장을 차지한 것이 전쟁대행 주식회사(크게 군사공급기업, 군사컨설턴트 기업, 군사지원기업으로 구분됨)다. KBR은 이 중 대표적인 군사지원기업이다. 즉, 군수품, 시설, 인력 등의 조달, 유지, 수송을 다루는 군사분야인 병참지원 주식회사인 것이다.

피터 W. 싱어는 자신의 저서 <전쟁 대행 주식회사>에서 "미군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브라운 앤 루트도 간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건설과 에너지 회사 핼리버튼이라는 거대 지주회사의 자회사인 KBR은 냉전 종식 이후인 1992년부터 그리스, 보스니아, 마케도니아,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아이티, 아프가니스탄, 알바니아, 우즈베키스탄, 이탈리아, 자이르, 코소보, 쿠웨이트, 크로아티아, 터키, 헝가리 등지에 직원을 파견했다. 부시행정부에서 부통령직에 있는 딕 체니도 브라운 앤 루트사의 최고경영자를 역임했고 이라크 전후 재개발 사업을 독점하다시피해 특혜논란을 빚기도 했다.

전쟁대행주식회사. 세계 유일의 냉전분단국가로 국가가 군사력을 독점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생소하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사회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회사형태다. 이 기이한 주식회사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현실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붕괴하면서 냉전은 종말을 고했다. 동서진영의 냉전체제 하에서 상호확증 파괴로 대변되는 군비경쟁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세계 국방예산의 1/3을 차지하는 아메리카 정부와 죽음을 파는 상인들인 '군산복합체'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막대한 이윤을 누리던 무기시장이 급격히 축소될 위기상황이었다. 대량 해고와 사업 축소가 잇따랐다. 한마디로 '숨죽인 위기상황'이었다.

이들의 숨통을 터준 것은 냉전체제에서 숨죽였던 종족분쟁, 종교전쟁, 내전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었다. 평화를 기원하던 지구촌 곳곳에 피가 그치지 않았다.

전쟁이 생산되는 현실을 고발하는 켄 실버스타인

미국은 냉전시기 쌍둥이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반공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의 우방국, 우호세력에게 막대한 군사원조를 감행했다. 냉전 종식 이후에는 자국의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은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극히 꺼렸다. 재정적 부담뿐 아니라 개입명분이 약했기 때문이다.

전세계 무기판매의 55%를 차지하던 미국의 창고에는 재래식 무기에서부터 최첨단 무기들이 먼지가 쌓인 채 녹슬어가고 있었다. 이를 타개한 것이 바로 바로 전쟁대행주식회사였던 것이다.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무기를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간접적으로 미국의 군사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긴요한 방책이었던 것이다. 전쟁대행주식회사는 기존 군산복합체 외에도 냉전종식으로 군복을 벗어야 했던 수많은 냉전형 전사들이 합세해 일대 붐을 이뤘다.

이들은 단순히 무기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소위 깡패국가라 규정한 이란, 이라크, 북한 등의 위협을 과장, 선정하면서 레이건 행정부가 세웠던 '별들의 전쟁'의 바통을 이어 미사일방어체제(MD)를 추진하는 등 군비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자 켄 실버스타인은 오랫동안 전쟁을 파는 자들에 대한 탐사보도를 통해 군산복합체와 정계, 학계, 언론계, 학계 등 각계각층에 연결된 세력들에 의해 전쟁이 생산되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전 국방부 관료 출신들은 군수산업체 고문으로 영입돼 냉전시기 무기체계를 유지하고 무기 수출을 촉진하고자 로비에 매달리고 있다. 퇴역 장성들은 외국 군대를 훈련시키는 회사를 차리고 미국의 군사 개입을 부추기고 있다. 미 정보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무기거래상들도 여전히 전세계를 떠돌며 때로는 정부가 주도하는 군사작전을 돕는다는 구실로, 때로는 철저히 상업적 목적에서 무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민간전쟁광'은 전쟁과 지역 분쟁을 통해 경제적 이익과 경력을 함께 쌓아왔으며, 미국의 국방. 외교 정책이 강경 노선을 유지하도록 긴밀한 유착관계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냉전이 끝난 뒤에도 미국이 여전히 탈냉전적 세계 질서로 이행하지 못하는 데는 이들의 집단적 영향력이 커다란 원인이 되고 있다."


평화를 기원했던 새로운 세기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갈등과 반목,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냉전종식 이후에도 자신의 핏빛 생명을 연장, 강화하기 위해 전쟁을 팔고 있는 전쟁광 때문이다. 그 중심에 미국 패권주의가 자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 전쟁을 팝니다
출판사 :  이후
가격 : 14,800원
출판년도 : 2007. 2. 23
*블로그 '신새벽의 새꿈꾸기(http://blog.naver.com/storyrange)'에도 많이 놀러오세요.


전쟁을 팝니다

켄 실버스타인 지음, 정인환 옮김, 이후(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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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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