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47년 만에 야학을 다니게 되었고 '선생님'이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나니 그곳이 천국입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해 야학을 다니고 있는 지금. 도대체 왜 이렇게 힘들게 다녀야 하는 것입니까?"
대구질라라비장애인야학 대표로 있는 박명애씨는 태어난 뒤 47년 만에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아무런 정부 지원이 없는 장애인 야학에 다니며 스스로 3000원의 택시비를 들여 학교를 다녔다.
박씨는 "학령기 시절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해 방치되어 있다 이제야 야학에 다니며 어렵게 공부하고 있다"며 "후세의 장애인들이 우리처럼 어렵게 공부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야학을 비롯한 장애인 교육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의 12개 장애인야학으로 구성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상임대표 박경석)는 23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성인들이 받고 있는 교육차별과 관련된 내용 70건을 모아 인권위에 집단으로 진정서를 접수했다.
전체 장애인의 45.2% 초졸... 야학 지원 근거 마련 시급
장애인야학협의회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의 45.2%가 초등학교 졸업학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따르면 장애성인들은 학교에 가고 싶어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입학거부, 전학강요, 수업배제 등을 당해 왔으며 결국 입학 하지 못하거나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교육기본법 제4조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을 받는데 있어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특수교육진흥법 역시 장애를 이유로 입학의 지원을 거부하거나 불이익한 처분을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장애성인들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학령기 시절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야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어 배움에서 또다시 소외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5월 발의된 장애인의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가 장애성인에 대한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야학에 대한 지원 내용도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특수교육진흥법 전부개정안 자체 심의 과정에서 장애인야학의 설치 근거와 관련 조항을 삭제했으며 수정된 내용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장애인야학협의회는 "학교 교육은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며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학교 교육으로부터 장애인을 배제하고 교육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고 국민을 무시한 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교육 차별은 국가의 책임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초등학교 교육은 의무교육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장애인은 초등학교마저 졸업하지 못했다"며 "학령기 시절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장애인들은 이제야 야학에서 어렵게 문해교육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박 교장은 "장애인이 교육받지 못했던 것은 엄연한 차별이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국가가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 인권위로부터 국가에 권고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왔다"고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또 부산장애인참배움터 박준호 교장은 "야학을 발전시켜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마련해야 하는데 매우 열악한 게 현실"이라며 "장애성인이 좀더 편하게 수업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박 교장은 "성인장애인들이 힘들고 어렵게 교육받는 구조가 아닌 좀 더 쉽고 편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학교 구조가 마련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 장애인의 인권이 중요시되는 사회 구조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애인야학협의회는 지난 15일부터 국회 앞에서 '장애성인의 학교 교육 지원 대책 마련'과 '장애인야학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23일 부산장애인참배움터를 끝으로 릴레이 1인 시위를 마쳤다.
또 23일 오후 6시에는 장애인 야학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1일 천막 야학을 진행할 예정이다.
나는 교육법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릅니다.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로 야학에 다니고 있는데 이 나이에 학교를 다니니 식구들, 동네사람들 눈치까지 보고 있습니다. 저는 2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계속 집에서 지내다 입학통지서가 나와도 학교에 가야하는 줄도 모르고 결국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다른 친구들이 학교 가는 것만 보다 어느덧 19세가 되고 30세가 되었습니다.
30세 때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정실태조사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가져왔습니다. 저는 부모 학력조사에 늘 '무학'이라고 써야 했습니다. 초졸이라고 쓸까, 중졸이라고 쓸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아이들을 속일 수 없어 결국 '무학'이라고 썼습니다. 시간이 흘러 47세가 되었을 때 대구 질라라비 장애인 야학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택시를 타고 야학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47살에 학교를 다닌다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47년만에 학교를 다니고 '선생님'이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가 너무 좋아 눈이오나 비가 오나 억척스럽게 다녔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나면 그곳이 천국 같았습니다. 그 후 5년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초, 중등 검정고시를 패스했고 지금 고등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학령기에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해 야학을 다니고 있는 지금. 도대체 왜 이렇게 힘들게 야학을 다녀야 하는 것입니까? 내가 그렇게 살아왔으니 다음 세대는 그렇게 살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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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