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에도 영화 <웰컴 투 동막골>처럼 '동막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동막마을(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사흥리)은 시골버스가 하루에 4회밖에 다니지 않는 곳으로 강원도 산골처럼 고즈넉한 마을이다. 안성 시내에서 차를 타고 15분 정도만 가면 금광호수를 지나 나오는 마을로 산속에 숨겨져 있다.
마을의 역사를 고스란히 드러내 주듯 마을 입구에는 350년 된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 옆에 커다란 바위까지 동반 경비를 서고 있는 모습이 마을을 지키는 수문장의 혼이 깃든 듯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마을 사람들은 하루 4회 다니는 시골버스를 타기 위해 30여분을 걸어가야 했다. 다행히도 작년 말부터 마을 입구까지 시골버스가 개통됐단다. 그래 봐도 오전 6시 50분(학생과 직장인 출근용), 오전 9시 (어르신들 나들이용), 오후 2시(어르신들 귀가용), 오후 7시(학생과 직장인 귀가용) 등 4회로 운행될 뿐이다. 그래도 마을 입구까지 와주는 버스가 그저 고맙기만 하다.
이 마을엔 요즘 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한참 밭에 거름을 줄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옛날처럼 온 가족이 들판에 나가 수동으로 밭일을 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에 큰 트랙터가 여기저기서 활약할 뿐이다.
어렵사리 들녘에서 만난 이장휘 할아버지(70·동막골 노인회장).
"우리 마을은 한 400년 된 마을이지유. 6·25 직후만 해도 70가구가 넘게 번창하는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30여가구가 사니께. 다들 젊은 사람들이 도회지로 나가 버렸어. 아기 태어나는 울음소리를 들은 지가 10년이 다됐구먼. 허허허허."
어느 시골마을이나 다 그렇듯 제일 젊은 층이 50대 중후반이다. 할아버지는 마을 노인회에서는 젊은 축이다. 80~90세가 많고, 노부부가 같이 사는 가정도 꽤 된단다. 이 마을의 주요 농사는 고추농사. 돌밭도 많은데 이상하게도 고추농사가 잘되어 마을 사람들의 주 수입원이 된다고.
"아, 오실 때 마을 입구에 보면 보건진료소 있잖아유. 거기가 우리 마을 병원이자 약국이래유. 안성 시내로 나가려면 한참 걸리니 급하게 약이 필요할 땐 보건진료소에 가지. 그런데다가 급한 환자가 생겨 보건진료소장에게 전화하면 총알 같이 달려온다니께. 아, 그 뭐 의사들이 왕진인가 뭔가 하는 것처럼 말여유.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지금 보건진료소장을 다른 데로 전근 못 가게 붙잡고 있는 실정이라니께."
보건진료소 자랑을 해대는 할아버지의 입에 침이 마른다.
마을에 3명 있는 초등학생들은 30여분을 걸어서 초등학교를 간다. 정확하게 말하면 '조령분교'다. 조령분교는 금광초등학교의 분교로서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24명 정도이지만 아이들에겐 더없이 소중하고 좋은 배움터다.
이 마을은 일터와 집의 경계선이 없다. 마을에는 집과 밭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집도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 기와집 그리고 번듯한 현대식 집까지 다양하게 모여 있다. 옛날 같으면 호랑이가 나올 법도 한 깊은 산골 마을이겠지만 요즘은 그렇게 다양한 모습이 마을에 공존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을 한 복판엔 구수한 거름냄새와 누르스름한 황토밭이 어우러지기에 '동막골'다움이 면면히 이어가지 않나 싶다.
덧붙이는 글 | * '나만의 여행지' 기사 공모에 응모합니다.
* 굳이 돈을 들여 소문난 곳을 찾아가지 않고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모르는 시골 마을 등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느끼고 이야기하고 돌아오는 것이 우리 가족의 여행법입니다. 그러면 아이들 교육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돈도 별로 안들고 여러모로 부담이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 여행을 사전에 준비하는 게 아니라 온 가족이 시간적 여유가 났을 때 즉흥적으로 하는 데 묘미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