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주위가 고요해지면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몰려오고 스쳤다. 아저씨 머릿속에 스친 '멋진' 느낌들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자기 공책에 직접 써보라고 했다.
"음악 소리가 솟아오르기 시작했어. 조심조심 커지다가, 둥글둥글 맞물리다, 산산이 흩어지고, 다시 만나 서로 녹아들고, 바르르 떨며, 움츠러들고, 마지막으로 갑자기 우뚝 솟아오르고는, 스르르 잦아들었어." (본문에서)
청소부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즐거워하고 일이 끝나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보는 아저씨. 아저씨는 자기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때까지 되풀이해서 책을 보고 깨달아간다. 나는 어떤 점이 부족하고 또 그걸 위해서 힘써야 할 게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한가지씩만 써보는데 서로 자기 것을 친구들이 볼까 봐 쑥스럽게 웃기도 한다.
부모님께 존댓말을 안 써서 노력 중이라고 말하는 민지, 일을 대충하고 넘어가는 습관을 고치려면 무엇이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유란이, 저마다 정리정돈,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학교 가는 시간에 늦지 않는 것, 수학을 싫어하는 것 때문에 더 노력해야 한단다. 그런데 상헌이가 할 얘기가 있다고 손을 든다.
"내 생각에는 내가 부족한 점이 없는 것 같은데요."
아이들 모두 상헌이를 바라보며 한목소리를 낸다. "우∼"
초등학교 4학년, 열한 살 아이들의 행복은 어떤 것들일까? 나는 어느 때 행복할까? 아이들은 시험을 모두 '올백'했을 때와 친구와 놀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공부가 지겨워질 때도 있지만 꿈을 위해서 공부할 때는 행복할 수 있단다.
나영이는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릴 때, 왠지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고 자기 손이 마술을 부리는 것 같다고 한다. 그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마음이 자기에게 칭찬을 해주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고. 아이의 마음에 숨어있는 행복이 민들레꽃처럼 밝고 환하다.
<행복한 청소부>의 아저씨는 세월이 흘러 이제 너무도 소중해진 이름들을 손가락 끝으로 어루만지기도 했다. 아저씨는 여전히 청소부 일을 하면서 행복했다. 4학년 아이들의 15년 후에는 자기의 어떤 모습을 상상할까?
나영이는 노벨문학상을 꿈꾸는 작가로 소설을 구상한다. 군대생활을 마치고 하버드대학교에 유학을 간 성용이는 과학자의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간호사로 불편한 이웃을 돌봐주기도 하고, 연예인이 되어 노래를 부르고 있거나 인테리어 디자인이 되어 있는 아이들. 패션디자이너가 되어 부자로 살고 있거나, 유명한 아나운서가 되었을 수도 있다. 꿈꾸는 자기 모습을 상상만 해도 아이들 마음세상은 행복으로 그득하다.
"도서관 오던 길에 민들레꽃 본 사람?" 물어보니 아이들 모두 친구들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본다. '난 못 봤는데 넌 봤니?'라고 묻는 얼굴이다. 숙제 하나를 냈다. 집에 갈 때 민들레 꽃을 보고 가는 것.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수군거린다.
"집에 갈 땐 요 앞에서 엄마차 타고 가는데 어떻게 민들레 꽃을 봐요?"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청소부>,모니카 페트 지음,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