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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연기군 금남면 신촌리에 있는 금남초등학교(교장 이병웅)에서는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우 강보라(10)양이 정상인 친구들과 반장 선거에서 겨뤄 당당하게 선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6일 치러진 이 학교 3학년 3반 반장선거는 27명의 전체 학생 중 9명이나 출마를 했다. 과반수를 얻어야 하는데 3차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보라양이 친구들의 높은 지지를 얻어 반장에 선출되었다.
아이들은 보라양이 책임감이 있고 자신감이 있어서 뽑아줬다고 했다. 같은 반 학생인 박효정, 박지현, 김나라는 보라가 목소리가 크고 자신감이 있어 찍었다고 했다.
"고맙습니다.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반장이 되어 스스로 부족했던 일을 많이 하고 싶고, 모범을 보여 주겠습니다. 제가요, 친구들을 위해서 친절하게 대하니까 뽑아준 것 같아요."
보라양은 앞이 잘 안 보이는 시각 장애 및 뇌경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우다. 일반인 학급에 적응하기 힘든 중증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어 부모님들조차 학교에 입학하는 것 자체도 생각할 수 없었다.
보라양이 학교에 입학하게 된 사연도 특별한 만남 때문이었다. 오빠가 중국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여권을 잊어버린 사건이 있었는데, 교육청에 가서 일 처리를 하다가 우연히 동생 이야기가 나와 어느 교육감이 가까운 금남초등학교 입학을 권했다.
보라양은 장애 정도가 심해 특수학교에 가야 할 처지였다. 처음에는 부모님들이 입학을 유예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의 배려와 학교 전체 학생들의 도움으로 금남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금남초등학교는 장애아 학생과 비장애아 학생들의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해 특별한 배려를 해주었다.
학교생활을 시작한 보라양은 지금 너무 행복해 하고 있다. 학급 친구들과 적응력도 뛰어나고 책임감도 강해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대단하다. 목소리가 큰 반장 보라양은 차려, 경례를 잘한다. 주변에서 동료 학생들이 도와주고 특수 보조원이 도와줘 학업에 지장이 없다.
지난해는 장래의 희망이 가수인 보라양이 학교 측에서 주최한 '가족노래자랑'에서 대상을 받았다. 전교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는 시상식에서 보라 양의 아버지 강윤현(45)씨는 감동을 하여 엉엉 울기도 했다.
"학교 전체 아이들이 고맙죠. 아이들이 싫어하고 특히 비장애 학부모님들도 불편해할 텐데 학교 선생님들까지 하나가 되어 도와주고 있어요.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착해요."
애기 때(6개월)부터 병 증세가 나타난 보라양은 7살이 되어서야 말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숫자 카드 같은 게 가까이에서 보이고 그림과 초록색, 친구들 옷 색깔이 약간씩 보인다. 가끔 "아빠 노을이 졌어. 눈이 하얗게 왔어"라고 할 정도로 약간씩 눈이 보이기 시작한 보라양은 시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친구들한테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처음에는 앞이 안 보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손으로 만지고 시끄러우니까 무서워했다. 그러다가 1년 사이에 말을 이어붙이고, 아이들이 함께 보라양을 가르쳐줘 보라양의 활동은 효과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유일하게 장애아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통합교육을 하고 있는 이병웅 금남초등학교장은 "아이들이 기특합니다.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전체 학부모님들의 마음이 열려 있고 전 직원들이 장애아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면서 "아이들이 시민의식이 높아져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고 말했다.
3학년 3반 학급 게시판에는 아이들의 장래의 희망이 적혀 있었다. 치과 의사도 있고, 요리사, 대통령, 피아니스트, 화가 등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보라양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의 꿈은 가수입니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목소리 좋은 것을 먹고 열심히 노력해서 꼭 나의 꿈을 이룰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종뉴스(www.sj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