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님!
요즈음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완연한 봄입니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봄을 준비하느라 신이 나야 할 농민들의 마음은 편하지가 않습니다. 한 해를 준비하느라 손발이 부족해야 하는 농민들이 시위하느라 더 바쁘기만 합니다. 나무들의 가지에 연한 녹색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온갖 새싹들이 대지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참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들입니다.
김 대표님!
요즈음 미국 대표하고 협상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아마 힘이 많이 드실 거예요. 김 대표님도 우리나라를 위해 미국과 협상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김 대표님의 애국심을 의심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렇지만 김 대표님의 협상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마 관점의 차이이고 생각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사는 모습이 다르고 사는 과정이 다르다 보니 이런 생각과 관점의 차이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미 FTA에 대해 대규모 반대시위를 해서 심기가 많이 불편하시죠?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귀 막고 눈 막고 열심히 나라를 위해 협상을 하셔야지. 워낙 똑똑한 분이시니까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그렇지만 자꾸 걱정도 됩니다. 미국은 항상 버거운 협상상대가 아닙니까? 우리는 이미 신미양요 때 미국을 겪지 않았습니까? 그 때도 협상 중에 우리나라가 당했잖아요. 그리고 가까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례도 있지 않습니까? 결국 미국의 의도대로 협상이 이루어졌잖아요. 아니, 협상이 아니라 결과가 미국의 의도대로 나왔잖아요.
김 대표님! 미국 사람들은 협상이 안 되면 곧바로 협박한다면서요. 협박이 안 통하면 전쟁도 한다고 하네요. 조심하셔야겠어요. 미국 사람들 너무 신경을 거슬리면 쉽게 화를 내는 경향이 있거든요. 우리와 미국이 전쟁하면 결과는 뻔하잖아요.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민들도 악바리들 아닙니까? 우리나라 고추가 세계에서 제일 맵다면서요. 그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서도 "아! 시원하다!" 말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한민족입니다. 우리 민족들은 한 번 싸우면 아마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친일파들이나 친미파들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나무도 한 그루 없는 사막에서도 열심히 게릴라전을 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잘 버티고 있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가 그보다는 사정이 훨씬 좋잖아요.
옛날에 위대하신 박정희 전 대통령(?) 때문에 산에 나무를 많이 심었잖아요. 우리 어렸을 때 강제로 산에 가서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땐 속으로 그 높은 분을 욕 많이 했습니다. 학생들을 나무 심는데 동원한다고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분이 참 훌륭하신 분인가 봅니다. 후손들에게 이렇게 훌륭한 게릴라전 은폐물을 만들어주셨으니 말입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은 정도의 산림이 전국에 많이 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은폐물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 국민들을 찰떡처럼 믿고 맘 단단히 먹고 미국과 협상하세요. 뒤에는 8천만 한민족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어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전쟁해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어요.
김 대표님! 잠시 이야기가 곁길로 빠졌네요. 다시 본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우리가 미국과 협상할 때는 끊임없이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나중에 딴 소리를 자주 하니까요. 요즈음 협상대상에서 주 정부는 제외된다는 둥, 한국과 미국이 협상을 하는데 영어 협상문은 인정되지만 한글 협상문은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미국대표가 했다면서요.
참 어이가 없네요. 미국대표들은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은 것 아니에요. 아니면 고등학교 때 보충수업이나 특별보충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니 말도 안 되는 그런 말을 국가와 국가의 협상에서 하지요. 참 대단한 미국입니다.
김 대표님!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가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문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9·11도 그렇고 이라크 전쟁도 그렇고, 북미 핵협상도 그렇습니다.
항상 의심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합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심정으로 말입니다. 미국이 불리하거나 이익이 되지 않으면 미국이 뭐하려고 협상을 하겠어요. 우리나라와 협상을 하면 그래도 이익이 되니까 지금까지 수십번 협상을 하는 것이겠지요.
김 대표님! 미국은 절대선도 아니고 차선도 아닙니다. 요즈음 흔히 하는 말로 미국은 악의 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북한이나 이라크, 이란이 악의 축이 아니고 바로 미국이 악의 축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들끼리 하는 말로 깡패 아닙니까. 그들의 행동이나 말하는 것을 보면 조폭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런 이야기를 미국에 직접 대고 이야기할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말입니다.
왜냐구요? 미국은 힘이 있으니까요. 결국 힘이 깡패잖아요. 깡패국가가 바로 미국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나라도 미국이 깡패라고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블레어처럼 푸들이 되어 따라다니면 이라크에서 떡고물이라도 주워 먹을 수 있으니까요.
자존심이 상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도 아시아의 푸들이라는 말은 많이 듣는다면서요.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해 놓고 다른 나라들은 철수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미국 눈치를 보느라고 철수한다는 말도 못하고 연장한다는 헛소리나 하고 있잖아요.
김 대표님!
한미FTA 협상을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의 푸들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인가요? 내가 <조선일보>가 말하는 것처럼 인생이 아니면 의식이 약간 꼬여서인가요. 아니면 아직 국제정세를 잘 몰라서 그런가요.
솔직히 미국이 깡패라고 말하는 나라가 바로 이라크나 북한, 이란, 그리고 베네수엘라, 쿠바 정도일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다 '미국의 푸들'에 불과합니다. 기분이 나쁘지만 말입니다.
김 대표님!
제가 읽고 있는 책(<렉서스와 올리브나무> 프리드먼)을 보니까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미국의 의도가 말입니다. 세계화나 신자유주의나 FTA나 모두가 미국을 위한 것들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뻔뻔하게 말합디다. 전 세계적으로 맥도날드 햄버거가 잘 팔리는 나라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팔리지 않는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도 안전권입니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없어서 못팔 정도잖아요.
거꾸로 말하면 맥도날드 햄버거를 많이 사 먹어야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말 아닙니까? 김종훈 협상대표님! 이런 도둑놈들이 어디 있습니까?
테러? 전쟁? 어느 것이 더 나쁩니까? 당연히 전쟁이 나쁘지요. 힘이 없으니까 테러하지 힘이 있으면 뭐 하러 테러하겠어요. 전쟁을 하면 되지. 바로 미국처럼 말입니다. 그러면서 테러가 나쁘다고 말합니다. 테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치 진리처럼. 테러가 나쁜 것처럼 말입니다.
김 대표님!
혹시 이런 사실을 아세요? 미국이 1776년에 독립한 후에 전 세계를 상대로 250여 차례 전쟁을 했답니다. 놀랍죠? 이렇게 전쟁을 많이 한 나라가 어디 있어요. 정말 전쟁을 밥 먹듯이 한 나라가 미국입니다. 일년에 한번은 전쟁을 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그 버릇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 아닙니까? 참 무서운 나라입니다. 참 대책이 없는 나라입니다.
김 대표님!
솔직히 말해서 테러보다 더 나쁜 것은 전쟁이 아닙니까?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보더라도 분명하잖아요. 미국의 이라크 침공만 보더라도 알 수 있잖아요. 무고한 레바논 시민과 이라크 국민이 얼마나 죽었습니까? 수 만 명이 죽었잖아요. 미국의 눈과 귀에는 이들의 고통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이익 때문에 눈이 멀었기 때문입니다. 3000여명 정도 죽은 9·11만 새록새록 떠오를 뿐입니다.
물론 테러도 나쁩니다. 그렇지만 힘이 없으니 어떻게 하겠어요. 우리들의 영원한 우상인 안중근 의사나 김구 선생님도 마찬가지잖아요. 우리나라가 힘이 있었으면 지랄한다고 일본놈들에게 테러하겠어요. 미안합니다. 김종훈 협상대표님! 막말을 해서요. 영화배우 고현정씨가 그러는데 '지랄하고 자빠졌네'는 욕이 아니라 일상어라네요.
FTA 협상단 김종훈 대표님!
잘 생각해 보세요. 대표님이 지금 하고 있는 협상이 누구를 위한 협상인지를 말입니다. 몇몇 재벌들을 위해 국민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화장실에서 장미 담배를 태우면서 생각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장미 담배는 농민들이 가장 애용하는 담배입니다. 한 갑에 2000원인데 우리나라 담배 중에서 가장 긴 담배입니다. 오래 오래 태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농민들이 가장 많이 애용한다고 큰아버지가 말씀하시데요. 슬프죠.
김 대표님!
그리고 잠자리에서 하느님께 기도드리기 전에, 앞에서 말씀드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한번 읽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하시니까 원서로 읽으시면 더 좋을 것입니다.
이 책은 <뉴욕타임즈>가 세계화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고 신자유주의를 가장 잘 정의한 책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책입니다. 물론 프리드먼이라는 기자가 뉴욕 타임즈 기자이기 때문에 더 많이 칭찬을 했겠지요. 그렇지만 읽어 보시면 미국의 의도와 계획을 쉽게 눈치 챌 것입니다.
김종훈 협상단 대표님은 똑똑하시고 국제적인 안목을 가진 분이니까요. 이 책을 읽으시면서 속이 부글부글 끊지 않는다면 분명 김대표님은 우리와 다른 세계에서 살고 계시는 것입니다. 전 잠이 오지 않더라구요.
김종훈 협상대표님!
힘들고 외로우시죠? 그렇지만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삼보일배하시는 분들이나 전경들과 몸싸움하면서 시위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세요. 바로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니까요.
이제 마지막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하지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무슨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지 마세요.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하고, 내년에 못하면 그 이듬해에 하면 되잖아요. 서두르다 보면 꼭 일을 망치더라구요.
그럼 건강하시구요. 자신 있게 기자회견하시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빕니다. 우리가 바라는 결과를 얻고 말입니다.
전북 진안에서 한 농부의 셋째 아들이 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