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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문제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미국의 협상시안에 쫓겨 우리가 줄 건 다주면서 받을 건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정부의 엄청난 광고와 설명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관철을 위해 보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민들의 알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한미FTA가 필요하다거나, 필요 없다는 입장들이 이미지로 포장되어 찬성여론과 반대여론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반대여론이 상당히 거셀 것이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왜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강행하려 했을까? 사실 난 한미 FTA를 반대하지만, 결국 타결되고 친미적이고 보수적인 국회가 국회비준을 한다고 한다면 과연 어떻게 봐야할까? 당연히 협상 결과를 가지고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그 협상결과라는 것이 상세히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번 생각해 봐야할 것이 있다. 바로 시기 문제이다. 한미 FTA를 왜 반드시 체결해야 하는 것이며, 한다면 왜 이때 해야 하는가이다. 노무현 정부가 주장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다른 견해를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사실, 한미FTA를 체결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다. 정부의 말대로 개방만이 살 길이고 제 2의 도약을 위해서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차피 WTO체제에서 전지구적인 교역과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개방될 건 되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개방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FTA을 체결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수출도 가능하고,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초강대국 미국과 한미FTA를 체결한다면, 당연히 약소국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이 백번 양보해서 자신들이 더 많이 준다하고 한국이 이득을 보는 협상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미국이 유리하게 되어있다. 그만큼 무역규모와 산업규모가 비교할 수 없고, 한국보다 월씬 유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에 미국은 어떻게 협상을 하더라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자신들이 이익만을 생각하고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꼭 한미간에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정부는 강변하고 있다. 손해 볼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인데도 왜 하려는 것일까? 그리고 영영 FTA를 체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다음정부로 넘기자고 한다. 다음 정부로 넘기자는 주장은 결국은 한미 FTA을 체결할 수밖에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이 강요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과연 거부할 수 있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의 바램은 한미FTA을 체결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고, 또는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것은 체결할 수밖에 없다면, 연기하는 것이 옳은가, 시한에 쫓기는 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해야 하는가 이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어차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덜 손해 보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은 협상도 중요한 것이지만 시기도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FTA을 찬성하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을 보면 대단히 보수적이고 친미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극우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의 세력들에겐 미국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예스하는 그런 분위기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메이져 언론매체들도 사설이나 칼럼, 편집 등을 통해 FTA에 대해서는 반대보다는 찬성에 가까운 입장들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대선이 치러지는 해이다. 여론조사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정치인은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 주자들이다. 고래와 새우 싸움이 될지도 모를 이번 대선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대로 한나라당이 집권할 확률이 99%가 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만한 폭풍을 일으킬 후보가 과연 존재하는지도 의문스럽고,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승리를 낙관하기가 월씬 더 어려워진 환경에 처해있다. 2번의 대선에서 쓰라린 패배를 보았던 친미 보수세력들이 더 이상 호락호락 가만히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미FTA를 다음 정부로 넘기자는 주장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를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정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현대사에서 봤을 때, 그래도 현재까지는 가장 민주적인 정부라는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정권이 바뀐다면, 지금과 같은 수준이라도 협상력을 발휘해 낼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노무현 정부는 소신이 강한 정부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서 개혁적인 정권이 계속 이어진다면 모를까, 정권이 바뀐다면 미국의 요구를 더 많이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욕은 많이 먹고 있지만, 상당히 이미지 적인 측면이 많이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주요 보수 일간지들이 항상 하는 소리는 나라 사정이 어렵다거나, 정부가 잘 못해서 그런다거나, 정부 정책에 대해선 무조건 잘 안될 것이라거나 하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들만 생산해 내고 있지 않는가. 어떻게 무조건 나쁠 수 있는가? 잘한 건 잘한 거 대로 평가를 해줘야 하지만, 그 부분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언론의 위력이 그만큼 대단하다.
노무현 정부가 욕을 많이 먹어왔던 것은 그동안 엄두를 못내던 일들을 처리했기 때문이라는 부분도 존재한다. 핵폐기장 추가 건설, 과거사 정리, 새만금 사업, 천성산, 용산기지 이전 문제 등 항상 이슈를 몰고 왔던 사안들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정리가 필요한 문제들이었다. 대북문제에 대해선 그래도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국방개혁, 복지정책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들도 많이 있다. 미흡했지만 사립학교법, 사법개혁 등의 성과도 있었다. 이러한 것을 보았을 때, 노무현 정부가 그렇게 못믿을 만한 정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라면 그래도 덜 손해보는 쪽으로 한미FTA을 체결해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정부로 넘어가는 것보다는 노무현 정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도 욕을 먹더라도, 다음 정부보다는 자신들이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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