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여대에서 29일 특강을 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서울여대에서 29일 특강을 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 오마이뉴스 김윤상

"한미FTA,며칠 안 남은 상황에서 정합성 있는 타결 가능할까"

'한국경제의 과제'라는 제목의 이날 강연에서 정 전 총장은 전날 행정대학원 특강에서와 마찬가지로 한미FTA문제에 대해, 낮은 수준의 FTA를 타결한 뒤에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장은 "며칠 안 남은 협상 시한 안에 정합성과 공정성이 있는 타결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국민 대다수의 바람과 상관없이 미국의 일방적 의도에 의해 타결이 강요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또 쌀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농업은 가정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잘 건사해야 한다"면서 "농업은 국방 같은 것인데, 비교우위 논리에 의해 중국에서 사 먹고 대신 중국에 제품을 팔자는 논리는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또 대기업들의 투자부진이 정부 경제정책의 일관성 결여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들은 차라리 사회주의를 해도 일관되게 하면 투자하겠는데 하루는 자본주의 같고 하루는 사회주의 같아 투자를 못 한다고 한다"면서 "제가 보기에는 정책의 최선과 차선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상식에 어긋나지 않으면 한번 정하면 계속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문제는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의 문제"라면서 "미국의 대표적 사립대학 10개 졸업생이 1만명이 안되는데 비해 서울대, 연대, 고대의 한 해 졸업생수가 1만 5천명일 때도 있었던 것은 우리 대학교육의 질이 높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규모 축소와 기초강화, 다양성을 강조했다. 다양성과 관련해 2004년 서울대 폐지론과 관련해 서울대 내에서 있었던 일도 소개했다. 총장으로서 교수 20여명을 모아 의견을 들었는데, 한 교수는 "서초동의 이아무개 검사가 (서울대 폐지론에 대해) 분개하는데 그를 방송에 나가게 해서 우리를 변호하게 해 달라"고 했고, 다른 교수는 "동아 논설위원이 책상 치며 분개하는데 그에게 사설 한번 써달라고 하자"는 말을 했는데, 연대출신 한 교수는 "연대나 고대 폐지한다고 하면 청와대나 교육부가 박살날 텐데 왜 이렇게 서울대는 안일하냐"했다는 것. 교수가 다양해지니 새로운 의견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정운찬 전 총장이 서울여대 특강을 끝낸 후 기자들에게 '3불 정책 폐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정운찬 전 총장이 서울여대 특강을 끝낸 후 기자들에게 '3불 정책 폐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윤상

"3불정책 폐지 입장 바꿀 수 없다"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이날 강연은 학생들이 몰리면서 400석 규모의 강당이 부족해 간이의자를 들여놓았고, 서서 듣는 학생들도 있었다.

정 전 총장은 1960년대 대학생 시절 서울여대 학생과 미팅을 했던 이야기 등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등 활기차게 강연을 이끌었다. 10쪽 정도의 강연록을 준비했지만, 상당부분은 원고에는 없는 말들로 설명해갔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교 1학년 때까지 제대로 밥 먹고 다닌 적이 없다는 등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했다. 학생들은 강연이 끝난 뒤 꽃다발과 정 전 총장의 캐리커처를 선물했다.

정 전 총장의 강연에 대해, 정보통신공학분야의 4학년 학생은 "때로 지루한 느낌도 있었지만, 쉽게쉽게 설명을 했다"고 평하면서, "대선후보로 놓고 보면, 아무래도 이론만 공부하신 분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교수로서의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경영학부 2학년 학생은 "여유가 느껴졌다"면서 "리더십도 있는 것 같고 대선후보로서 괜찮다고 보는데, 이명박 전 시장이 많이 앞서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3불정책'과 관련해 "문제 있으니 다 폐기하자는 게 아니라 검토해보자는 것"이라면서도 "생각은 바꿀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의 단식에 대해서는 "저와 생각은 다르지만, 그런 행동들 속에서 협상능력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면서 "제가 거기 가서 동참할 생각은 없지만, 얼마나 위기감을 느꼈으면 그렇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