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씨와 함께 지난해 10월 대북 비밀접촉에 나섰고, 이후 북한측 인사들과의 접촉을 유지하며 2차례 방북했던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대통령도 상당히 의미 있게 지켜봤다"고 말해 자신의 대북접촉에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음을 시사했다.
그는 "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거나 지시를 받기도 했는가"라는 질문에도 "나중에 얘기하자"며 부정하지 않았다.
‘비선’을 통한 남북정상회담 추진 논란의 한 당사자인 이 의원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면 그거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일련의 대북접촉이 최종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은 목적이 아니라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수단의 의미에서 그거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던 것"이라며 '정략적' 추진이라는 시각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어 “대통령의 의중이 정상회담까지 있었는지는 모르는 것”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지 제안한 것은 아니었다”라는 등 엇갈리는 설명을 했다.
현재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특사 파견을 포함해서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했지만, 그 후 공식라인이 복원됐기 때문에 정상회담은 의제에서 완전히 빠졌다"며 추진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안희정씨와 함께 만났던 북한측 인사 리호남 참사와 ‘지금도 관계하고 있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리호남이 안희정 만나자고 한 적 없다고 하더라”
이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리호남 참사가 안희정씨를 먼저 만나자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이 의원은 시사주간지 N기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10월20일 안씨와 함께 베이징을 방문, 대북사업가 권오홍•이모씨의 주선으로 북한측 리호남 참사를 만났다고 확인하면서 "그런데 그 후에 리호남을 직접 만났더니 자신은 안희정씨를 만나자고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10월 비밀접촉 당시의 정황에 대해 이 의원은 "우리는 북측이 만나자고 해서 나갔는데 리호남 참사는 거꾸로 이해하고 있었다"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더라"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이 비밀접촉을 중재한 권오홍씨가 <주간동아>를 통해 공개한 비망록의 내용과는 정면 배치되는 내용으로, 특정 세력이 남북 양측의 의사를 왜곡해서 다른 목적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의원은 "(모임 중재자들의) 동기는 순수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어디서 그런 얘기(북한이 안희정을 특사로 파견해주기 원한다는 얘기)가 만들어졌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번 과정을 통해 남북관계를 왜곡시키는 베일에 쌓인 분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남북교류도 이런 차원에서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홍이 대북사업 경비 일시불로 요구해 관계 단절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방북과 관련 "이해찬(전 총리) 특사를 실현시키고 싶었으나 북한측의 대답이 없어 결국 형식적인 돼지농장 합의만 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2•13 합의' 이후에는 공식라인이 복원되면서 청와대로부터 대북 관계를 정리하라는 요청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방북이 권오홍씨의 중재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독자적으로 구축해온 대북 라인을 통해 실현됐다고 밝히고, 권씨와의 관계는 "권씨가 베이징 돼지농장 견학사업 비용을 일시불로 요청한 것을 거절하자 끊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초순 이해찬 전 총리 일행의 방북에 대해서는 "정세가 풀린 뒤 이 전 총리 개인자격으로 초청장이 왔으나 당 차원에서 국제정세를 주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 동북아평화위를 만들어 갔던 것"이라며 이 전 총리가 '대북특사'라는 일각의 시각을 부정했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이 전 총리의 2차 방북 계획에 대해서도 '오보'라며 부인하고, 자신은 남북 경제협력 등의 실무적 논의를 위해 4월에 다시 방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북한과 접촉에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절부터 우리 사회의 모순은 분단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해왔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극복하고 개선하는 것이 정치인의 사명이라고 본다. 2006년 2월에 남측 청년정당인 대표단 방북 때 단장을 맡아 북측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김경호 위원장 등과 만났고, 그밖에 여러 계기를 통해 북측 인사들과 접촉이 있었다.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일에도 북측 관계자와 심양에서 만났다. 바로 이 일의 시작이 된다.
당시 저를 만나러 나온 북측 관계자가 미사일 발사는 선제공격이나 남측 겨냥한 것 아니다, 방위적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그런 북측의 인식 소개하고, 이호철 청와대 상황실장에게도 전달했다. 나는 위기가 기회로 반전할 수 있겠다고 봤다. 북이 마지막 카드 꺼낸 것이기 때문에 전쟁이냐 평화냐 택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 타협을 택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이호철 실장이 나와 비슷한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며 신뢰할만한 언론인이라고 하더라. 바로 북측에서 안희정씨를 보자고 한다는 말을 전한 시사주간지 N기자다. 그래서 안희정, 이호철 이렇게 셋이서 보게 됐다. 나는 (북측을) 만나 볼 필요가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안희정은 소극적이었지만, 엄혹한 시기에 네가 나서야 한다. 북측이 원한다는데 만나봐야 할 것 아니냐고 설득했다. 이 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도 상당히 의미 있게 지켜봤다."
"북이 만나자고 해서 갔더니 '왜 왔느냐' 되물어"
- 안희정을 보자고 했다는 북측 인사가 리호남 참사인가?
"10월20일 베이징에서 갔더니 바로 리호남 참사가 기다린 게 아니라 권오홍과 이모씨가 공항에 나왔다. 호텔 가서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서울에서 기대했던 분위기와 사뭇 다르더라.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몇 시간 기다렸더니 리호남이 왔다. 그런데 '왜 만나자고 하느냐'는 것이다. 북에서 우리 만나자고 해서 온 건데 저쪽은 거꾸로 이해하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잘 모르겠더라.
특히 안희정이 의문을 갖게 됐다. 이야기하는데 이 사람(리호남)이 말 허리를 막 자르고 들어왔다. '왜 왔느냐, 준비된 거 있느냐'고 물으면 '지침 받아야 된다'라고 하고. 우리는 깊이 있는 토론 이뤄지면 대통령 생각 충실히 전달하려 했는데 그런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30분쯤 그러다가 리호남이 나가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안희정씨는 그만 정리하자며 먼저 떠나버렸다. 그래도 나는 미련이 남아서 권오홍과 서울에서 다시 만나고 관계를 계속했지만…‥."
- '권오홍 비망록'에 따르면 11월11일에 확정회담을 갖기로 돼있었다는데.
"거기에는 권오홍과 A씨, N기자의 희망과 실제 사실이 막 섞여 있다. 이 사람들 동기는 순수했던 것 같은데 우리 판단과는 온도차도 있고 현실의 차이도 있다. 나는 리호남에게 한번도 그런 얘기 들은 적이 없다. 50만 달러 요청했다는 것도 금시초문이다."
- 이모씨는 북측 사람인가?
"양측에 다 관계돼있다고 봐야 한다."
- 국적은 어느 쪽인가?
"한국이다."
- 북한을 자주 오가는 건가?
"북측에 주로 관련된 것 같다. 사실상 북쪽사람화 돼있는 거 아닌가 싶다."
- 비망록이 공개된 이런 상황에서 신원을 감춰줘야 할 이유가 있나?
"선의의 피해자가 될 것 같다. 권오홍씨가 이렇게 나온 목적을 잘 모르겠는데… 어디의 작용인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이 모씨는 남북관계 위해 많이 애썼다. 그 사람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권오홍씨가 중재하는 만남을 어떤 근거로 신뢰하게 됐는가.
"N기자를 신뢰했던 것이다. 그 기자가 내가 활동하는 동북아평화연대에서 강연도 했다고 하고, 주변에서도 좋은 기자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던 거다."
- 권오홍씨가 대북사업을 과대 선전하고 다녀 통일원의 경고를 받고, 허가 없이 방북해 검찰수사를 받은 등의 전력은 알고 있었나?
"사실은 나는 몰랐다. 가기 전에 그 사람이 나오는 줄도 몰랐고. 나중에 구속된 전력이 있고 코트라 직원이었다, 이런 건 알게 됐다. 그럼에도 그 시기엔 열정적이었고 순수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신뢰했던 것이다."
- 리호남은 어떤 사람인가?
"알려진 대로다. 내가 우리 언론에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 지금도 관계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상회담 제안 여부 등 나중에 밝힐 것"
- 이호철 실장이 이해찬 전 총리 등을 특사로 보낼 것을 논의했다고 말했는데 언제, 어떤 논의가 있었나.
"최초 N기자의 전언이 '북에서 남측 특사를 원한다, 안희정이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리호남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그런 얘기한 적 없다고 하던데, 어떤 단위에서 이런 말들이 만들어졌는지 이건 미스터리다. 어쨌든 특사 교환할 경우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라는 논의가 그때 있었다. 지금 안희정을 만나기 원한다니까 일단 가서 확인해보자, 이렇게 된 것이고. 그러나 안희정이 특사로 갈 수는 없다. 그럼 누가 좋겠는가. 직전까지 총리했던 이해찬 의원이 적격이다, 이런 논의들을 했었다."
- 12월 방북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목적으로 간 것인가?
"당시 핵실험 이후 남측인사로서는 최초로 북에 들어가는 것이 된다. 북이 곤혹스러워해서 북측 민화협이 방정환재단 이사장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했다. 그러면서 그 쪽이 돼지농장 사업을 제안했다. 그 프로젝트 기획을 권오홍에게 맡겼다. 그런데 가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북측에서 아무도 권오홍을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 방북을 권오홍씨가 주선했던 게 아닌가?
"아니다. 권오홍 라인 통하지 않고 내가 리호남 참사를 베이징에서 직접 만났고, 또 다른 북측 사람들도 만나 논의했다. 그 시기가 11월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결정하면서 모멘텀이 살아나던 때였다. 그야말로 내가 생각했던 위기가 기회의 요소로 될 가능성이 보였다. 이런 인식을 이호철 실장과 공유하면서 북을 설득하려는 것이었다. 당시 송민순 안보실장은 미국 설득하고, 국정원도 나름대로 북쪽 접촉해서 설득하고, 이런 여러 노력들이 그 시기에 있었던 것이다. 나도 베이징과 심양에서 수차 북측 인사들을 만나서 설득했다. 그쪽에서 그러면 네가 평양에 들어와서 이야기해보라고 해서 갔던 것이다."
- 그럼 권오홍씨는 왜 데려갔나?
"돼지농장 기획을 맡겼기 때문에 실무자들과 상의하러 간 것이다. 북쪽 잘 안다고 해서 도움이 될까 생각도 했는데, 아무도 그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 '권오홍 비망록'에 따르면 평양에 가서 노 대통령의 뜻이라며 정상회담 제안 등 4가지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그보다 좀 더 있지만 나중에 이야기 할 때가 있을 거고, 지금 당사자들 아닌가. 4월에 또 가야 하는데 다 까면 어떡하나. 권오홍씨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풀려가는 걸 원하지 않는 사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의아하다.
내 방북은 북이 노무현 정부의 진정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사실은 가서 이해찬 특사 실현시키고 싶었다. 3박4일 동안 특사교환 합의를 기대했으나 나올 때까지 답이 없었다. 그래서 돼지농장 짓자는 합의만 하고 나온 것이다. 단 남측의 인도적 지원이 재개된 이후 가능하다고 토를 달았다. 결국 아무 것도 아니다. 이걸 대가성이라고 주장하는 건 분통터지는 일이다.
나는 실망하고 돌아와서 이호철 실장에게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권오홍은 무슨 엄청난 성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는데 정말 황당했다. 이후 이 실장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했으니 신경 끊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그만해'는 아니고. '너무 신경 쓰지 말자'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이미 대세가 만들어졌다. 나는 거기에 기여한 것으로 만족한다.
이 지점에서 권오홍과 생각 차이가 있다. 그는 공식 회담을 재개하는 걸 '화장질'이라고 하던데 말이 안 된다. 비밀주의를 끝까지 유지해야 남북관계가 발전한다고 보는 모양인데 틀렸다. 공식라인 풀리지 않을 때 도와주는 건 의미 있지만, 비공식 라인이 끝까지 가야 한다는 건 맞지 않다."
- 12월 방북 때 김성혜 참사라는 사람이 등장하던데 어떤 사람인가?
"가장 부담스러운 게 그 부분이 오픈 되는 것이다. 중요한 북측 관계자인데 우리 미숙함 때문에 이름 나오는 것이 당혹스럽다."
- 권오홍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된 경위는.
"방북 때 만났던 북측 관계자 6~7명이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방정환재단이 민화협을 베이징 돼지농장 견학 명목으로 초청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 기획을 권오홍씨에게 다 위임했는데 그가 필요한 비용을 한꺼번에 보내달라고 했다. 그건 어려우니까 가서 현장에서 우리가 결제하겠다고 하니까 '나를 뭘로 보느냐'며 출국 전날 일방적으로 일을 중단시켜버렸다."
-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은 어떻게 성사된 것인가.
"1월 하순 베이징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버스 타고 돼지농장을 돌아다니면서 깊은 얘기를 나눴다. 북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그 때 알았다. 그 상황을 이호철 실장에게 계속 알려줬고. 거기서 이해찬 전 총리가 개인자격으로라도 오시겠느냐고 물어보더라. 돌아와 이 총리에게 얘기했더니 6자회담 합의 나오는 것 보자고 해서 기다렸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이 전 총리가 개인 자격 보다는 당 차원에서 국제정세를 주도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동북아평화위를 만들어 가게 된 것이다."
- 이 전 총리 방북을 남북정상회담과 연결시키는 발언을 계속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나는 전반적인 정세를 설명하면 기자들이 꼭 남북정상회담만 뽑아서 쓰더라. 정세가 풀려가고 있으니 정상회담 가능성 높아졌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 아닌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 공식화하기 전까지는 특사 파견을 포함,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했다. 대통령 뜻을 완전 파악하지는 못하지만,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 통해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할 수 있다면 그거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6자회담 복귀 후에는 상황이 바뀐다. 6자회담 상황을 보고 따라가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해찬 전 총리 방북 때는 남북정상회담이 의제에서 완전히 빠진다. 어떤 의미에선 청와대에서 그런 문제 나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감을 받았다."
"대통령, 6자회담 복귀 위해 정상회담이라도 해야한다는 절박감"
- 노 대통령은 그 동안 남북정상회담 추진하는 게 없다고 했는데.
"그건 초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남북정상회담은 목적이 아니라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수단의 의미에서 그거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던 거다. '이해찬 특사'가 가서 문제 해결되면 정상회담 없어도 되는 거다. 그러나 이해찬 특사 파견으로도 버거우면 정상회담을 해서라도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필요하다는 것이었지 제안한 것은 아니었다.
노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은 만나면 합의할 사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건 행정적 행위가 수반돼야 한다. 정상 국가간에 만나서 합의하듯이. 그럴려면 어쩔 수 없이 북미 관계개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북미가 우선이고 남북은 하위 수순이다. 아무리 우리가 염원하더라도 안 된다. 정동연 전 의장처럼 남북이 먼저 해야 한다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본다. 그러나 2·13 복귀 이전은 상황이 달랐다."
- 결국 안 한다고 하고서 이 의원을 통해 추진했다는 말 아닌가.
"나를 통해 추진한 게 아니고, 흐름을 파악하라는 것이었다. 대통령 의중이 정상회담까지 있었는지는 모르는 것이다."
- 남북정상회담을 포함 4개항을 제의했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 언론이 자꾸 정상회담만 주목하는데 그건 초점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뜻은 그게 아니고, 그 시기에는 어떤 상황돌파 수단을 찾았던 것이다. 당시 대통령은 '내가 진정성을 갖고 한다, 지금은 민족의 위기 상태지만 국제정세 변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기회가 온다, 그러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정서가 있었다.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했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사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 외교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
- 이호철 실장 통한 것 말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거나 지시 받은 것도 있었나?
"그것도 나중에 얘기하자."
- 결론적으로 북이 안희정을 접촉하려 한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보는가.
"그 문제는 오래된 나쁜 관행 중 하나인 비밀주의의 문제다. 이 과정 지켜보면서 나름의 소회가 있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상당히 왜곡돼있다는 걸 느꼈다. 이해찬 전 총리가 가서 그것을 툭툭 털고 온 것은 큰 진전이었다. 관계를 왜곡시키는 베일에 쌓인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투명해져야 한다. 남북교류도 이런 차원에서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안희정씨 문제가 나왔던 것은 이호철 실장 얘기대로 팩트와 염원이 혼합된 것 같다. 리호남은 안희정씨를 만나자고 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그런 얘기가 나왔을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더 이상 코멘트 하지 않겠다."
- 이해찬 총리의 2차 방북 계획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는데.
"그건 완전 오보다. 일요일 심양에서 북측 실무자 만났는데 이해찬 방북 이후 평양 분위기 물어보니까 매우 긍정적이라고 하더라. 남북관계 여러 현안을 놓고 큰 틀의 논의가 아주 좋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북 정치인간 잦은 왕래 통해 불신을 해소하자고 했더니 북측도 매우 좋다고 해서 북측 민화협에 대해 이해찬 동북아평화위 명의의 초청장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것이 '이 전 총리 2차 방북'으로 둔갑했다. 나는 4월에 실무적 논의를 하러 다시 방북 할 예정이지만 이 전 총리는 계획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