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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 항의투쟁에 대한 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들의 분발을 맨 먼저 촉구한 '사랑수'의 블로그.

"<오마이뉴스>를 잠에서 깨웁시다! 한미 FTA를 막아냅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의 1인 미디어 '오마이블로그(이하 '오블')'의 블로거들은 '사랑수'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블로거로부터 이런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사랑수'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요 '오블'의 블로그 '아세만세'의 주인인 최종수 신부의 다른 이름이다.

이어진 15일 오전 8시경 '오블'에는 또 다른 격문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블로거 '각골명심'의 블로그 '길위에서 중얼거리다'가 진원지였다.

포스트 제목은 '긴급, <오마이뉴스>와 '오마이블로그'에 바란다'. 그의 격문은 좀더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담아 '오블' 블로거들이 한미FTA 항의 사이버투쟁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오마이 블로거, '한미 FTA 반대 사이버투쟁' 돌입

그리고 '사랑수'와 '각골명심'은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답게 블로거들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한미 FTA 결사 반대'의 목소리를 결집할 것을 주장했다.

이를테면 ▲한미 FTA 관련기사에 '인색한' 지면 할애의 문제점을 <오마이뉴스>에 지적하는 동시에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블로거들은 관련기사 생산에 집중할 것과 ▲개인 블로그의 메인 화면에 한미 FTA 관련 포스트를 올리거나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 보다 많은 이들의 동참을 유도할 것 등이다.

▲ 블로거가 직접 제작한 포스터
평소에도 정치·사회 관련 포스트를 자주 올리며 진보적 성향을 자랑해온 '오블'의 블로거들은 달랐다. '각골명심'의 관련 포스트는 즉시 '오블' 메인화면의 '블로거 추천글'과 '이슈제안' 란을 장식했고, 이 때부터 블로거들은 민첩하게 움직였다.

한미 FTA 반대 시위에 참가해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블로그에 공개했고 관련 포스트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블로거들은 관련 동영상이나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일일이 포스터를 작성할 시간이 없는 블로거들은 아예 블로그의 배너를 한미 FTA 반대 문구로 작성하거나 관련기사들을 스크랩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블로거들이 제작한 동영상·포스터·블로그 포스트들을 퍼나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같은 운동은 한미 FTA 타결이 코 앞으로 다가온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은 왜 임기 안에 '꼭'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오블'의 블로거다. 블로거가 보는 블로거들의 통일된 행동은 한마디로 경이로웠다. 그리고 궁금했다. 이들은 왜? 이들은 도대체 왜 한미 FTA 반대 사이버 투쟁에 이토록 열성적으로 참여하는가. 그래서 물었다. 내 블로그를 통해 공개적으로 물어봤다.

"여러분에게 한미 FTA는 무엇입니까? 왜 한미 FTA 반대 사이버 투쟁에 참여하십니까?"

위의 질문이 담긴 포스트가 소개되자 평소 방문자 100명 안팎을 맴돌던 내 블로그는 하룻동안 800여 방문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50여개의 댓글이 따라붙었다. 개인적인 단상에서 구체적인 분석까지 의견은 다양했다.

'우문현답'들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 한미FTA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는 기자의 블로그가 주요하게 배치돼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그것은 국제조약이 된다. 우리 헌법에는 국제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헌법 제 6조 제 1항)돼 있다. 국내법은 일반적으로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보나 신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이에 저촉되는 국내법은 일제히 무효가 된다…(중략)…우리 헌법에 규정된 경제조항은 경제정의를 위해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문제는 투자자소송제도를 통해 국가의 개입이 제소될 수 있다. 결국 한미FTA 협정이 우리 헌법을 훼손할 수 있다…(중략)…아직 어떤 헌법학자들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니 답답하다…. ('산해정')"

"한미FTA가 지금 당장 개개인이 먹고사는 일에 비춰 이익이 되면 찬성하고 손해가 되면 반대할 문제인가를 생각해봤다…(중략)…한미FTA로 인해 손익을 보는 부분은 명확히 구분돼 있다. 이익을 보는 분야는 자본이 집약된 산업이다. 민중은 작은 삶의 터전을 잃고 자본에 노동을 제공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지금도 충분히 비인간적인 경쟁 속에서 살고 있는데 한미FTA가 체결된 후 농촌을 버리고 노동이 도시로 집중되면 결과는 뻔하다. ('해를그리며')"

"…노무현 대통령은 왜 자신의 임기 안에 '꼭'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자신이 아니면 다음 정권, 그 다음 정권의 누구도 체결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겨울산')"

"한미FTA를 왜 반대하냐고? 미국이 언제 자국이 손해본 '짓' 한 적 있나? ('평등세상')"

"나는 FTA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협상과정과 내용을 중시하는 편이다. FTA에 정부가 너무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중략)…큰 이익을 얻으려는 과욕을 부리게 돼 손익을 확신할 수 없는 부분까지 영역을 넓혀 문제가 된다…(중략)…미국이라는 골고루 발달된 나라와 불균형이 심화된 한국이 FTA를 체결하면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히 한국이다. "('가는 이')

협상 시한은 이제 반나절도 안 남았다

"…다방면적이고 엄청난 카테고리를 안고 있는 이 협상을 불과 1년 안팎으로 완료할 수 있다는 게 웃긴다. 더욱이 70%가 넘는 국민들의 반대여론, 국민의 의견을 다시 물어 천천히 검토해 가야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협상이 '굉장한' 이익을 창출한다는 정부의 표어에 겁이 난다. 달콤한 이익에는 그에 상응하는 맞바꿈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떤날')"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되면 농촌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다. 내가 반대의 결정을 내리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스위스가 농촌을 보호하기 위해 FTA 협상을 중단한 것이었다. 그때 협정을 중단한 스위스가 농촌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럽기 그지 없다. '농촌은 그 풍경만으로도 지킬 가치가 있다'. 흔히 농촌은 자연이라고 말하지만 농촌의 풍경은 사람이 그 일부를 이루고 있다. 사람이 없는 자연만큼 피폐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없다. 우리 정부도 농촌에 대한 시각만큼은 스위스를 배웠으면 좋겠다. ('backnine')"

"누구를 위한 개방이며 그 개방의 주체는 누구인가. 또한 개방을 위한 협상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주권국가로서 자존심과 권리를 충분히 지키고 있는가에서 의문은 시작된다…(중략)…협상의 절차에 있어 당연히 주체가 돼야할 국민은 완전히 소외됐다는 것. 협상에 임하는 대한민국 정부 관계자들의 모습은 곳간 열쇠를 받쳐들고 주인 앞에 머리는 조아리는 외거노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 그래서 우리는 FTA에 반대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안느')"

"…더 넓은 시장, 더 많은 매출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중략)…지금은 농업을 내준다. 과거 목재가 그랬고 섬유가 그랬고 의류가 그랬다. 끝없는 경쟁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의 미래도 알 수 없다…(중략)…이익보다는 행복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2만 달러, 3만 달러라는 허상의 행복에 브레이크를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검정고무신')"

"…해맑은 미소를 담고있는 우리 아이들의 그 자그마한 입 속으로 어쩌면 감염이 돼있을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가지 않았으면 한다. 지하철 손잡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지친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있는 출근길 그 사람들이 피곤하지만 매일 아침 여전히 그 모습으로 있어줬으면 한다. 가끔 방송에서 본 농어민들의 주름이 더 깊어지길 원하지 않는다. ('날자바')"

이외에 엮인글로 대답해준 블로거들의 포스트는 개별적으로 소개한다.

황소 개구리, 블루길, 베스… 그리고 한미 FTA(솔내음)
내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유(marc)
한미 FTA 반대 사이버 투쟁을 하는 까닭(플라치도)
韓-美 FTA찬성론은 대국민 사기다!(각골명심)
여기 A/S요! 한미 FTA(똑똑똑~)
개새끼들아, 이 땅이 식민지냐(마하라자)
그림자의 섬(무지개빛 닭털)
한미 FTA에 대한…(세요각시)

블로거들 또한 각자 생활전선에서 먹고살기 바쁜 시민이다. 그러나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는 진보적인 시민이다. 그들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행동 앞에 정부는 비록 두 눈을 질끈 감는다 하더라도.

협상시한은 이제 반나절도 안 남았다.

#한미FTA#오마이뉴스#블로거#오블#사이버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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