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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받은 톱가위
선물받은 톱가위 ⓒ 정현순
"야~ 좋으시겠다."
난 멋쩍었지만 "감사합니다"하곤 생각지도 않던 선물을 받았다. 기분은 좋았다. 수다 잘 떨었다고 상을 다 받다니. 웃음도 나왔다. 그날은 북아트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처음 8명이 수강하기 시작해서 5명이 남아 마지막까지 같이 했다. 북아트 교실에서도 나는 왕언니였다. 수업이 있는 날엔 집을 나서면서 '오늘은 말하지 말고 조용히 있다가 와야지'내심 굳게 다짐을 하고 가곤했었다. 그러나 막상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말이 나오게 된다. 만약 내가 입을 꼭 다물고 있으면 그들과의 벽을 허물지 못할 거란 생각에서 처음부터 나이 먹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얼마전 내가 일본여행을 갔을 때, 마침 북아트 수업이 있는 날이 하루 있었다. 그 주에 빠지고 그 다음주에 나가니깐 강사를 비롯해서 한결같이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왕언니가 안 계시니깐 자리가 얼마나 크던지. 모두들 조용해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너무 심심했어요"한다. 난 말했다. "그거 칭찬이지요?"

"그럼요. 왕언니가 다시 나오시니깐 정말 꽉 찬 느낌이 들어요. 제가 (강사) 5년 동안 북아트 강의를 여러 군데 다녔지만 여기 계신 왕언니 나이가 제일 많아요. 나이에 상관하지 않고 열정이 있어서 제가 많이 힘이 됐어요"한다. 북아트 수업을 하면서 난 젊은 친구들에게 정말 많이 배운다.

젖먹이 아기를 데리고 와서 젖을 물리면서 강의를 듣고, 아픈 아이 병원에 데려다주고 재빠르게 달려오는 엄마, 멀리 이사 갔지만 결석하지 않는 열의, 앞날을 설계하는 삶의 열의 등등.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앞에서는 칭찬이 절로 나왔다. 내가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복잡한 책 만들기 시간에 "그때 70세가 넘은 할머니는 처음에 잘 그만두신 것 같다. 나도 이럴 땐 애초에 그만둘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어"하면 그들은 "잘하시면서 왜 그러세요" 하면서 나에게 용기를 주기도 했다. 또 내가 미처 따라 가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자신들의 일을 뒤로 미루고 도와주곤 했었다.

난 짝꿍을 잘 만나서 조금씩 달라지려고 하는데 이젠 끝났다면서 1년만 그런 생활을 같이 하면 정말 차분해질 수 있을 거란 소리도 했다. 그랬더니 강사가 "무슨 말씀이세요. 다음 주부터는 북아트 동아리 같이 하셔야 해요"하는 것이 아닌가. 동아리라니?

"동아리 안하면 안 되나요?"
"안 되지요. 지금 첫회라 사람도 없는데. 도서관측에서도 모두 동아리모임을 하기를 원해요."

그러면서 강사는 웃으며 "왕언니 친구들하고 있는 것보다 우리들하고 있는 게 더 재미있지요"하며 농담도 건넨다. 어쨌든 북아트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 그동안 만든 작품들을 전시할 계획에 대해서도 의논을 했다. 그리고 동아리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고 말을 했다.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언제나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고 편견을 없애주기도 한다. 난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마지막, 하면서도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 그것은 아마 마약의 힘보다 더 강렬한 것 같다. 이젠 나이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다. 난 새로운 배움에 깊이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수다' 잘 떨었다는 상도 받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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