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31일 오전 8시 30분]
한미 FTA 타결에 너무 집착한 탓일까?
<조선일보>는 31일자 신문에서 "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상이 타결됐다"고 한미FTA 타결을 확정해 보도했다. 주요 일간지 중에 이렇게 한미FTA 타결을 확정해서 보도한 언론은 <조선>이 유일하다.
특히 <조선>은 3∼5면에서 '막오른 한미 FTA 시대'라는 기획기사를 싣는 등 한미FTA 타결을 기정사실화하는 '과감함'과 '자신감'을 선보였다.
또 '한미FTA 시대로 가는 큰 걸음'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런 상황에서 한미FTA 타결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 결정은 전문가가 아니라 최종책임자인 내가 내리는 것'이라며 결단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노비어천가'를 부르는 '오버'까지 연출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밤샘협상을 진행했지만 애초 협상 시한인 이날 오전 7시까지 쇠고기·자동차·섬유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협상 시한을 이틀 연장했다. 이런 점에서 <조선>의 보도는 '대형 오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조선>보다 톤은 낮지만 <서울신문>도 "한미FTA가 '사실상' 타결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서울>은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뒤 "한미FTA가 타결 쪽으로 가닥이 잡혔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해 확정보도의 위험성을 피해갔다.
<한겨레>의 특별한 안내문, '30일 밤 상황까지만 담았습니다'
<조선>과 함께 한미FTA 찬성여론을 주도해온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신중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
먼저 <중앙>은 1면 머릿기사 제목을 '청와대·백악관 총론은 합의'로 뽑은 뒤 "한미 양국이 30일 한미 FTA 타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조심스럽게 한미FTA 타결을 예측하면서도 "자동차·쇠고기 분야에서 막판 진통이 거듭되면서 양측은 협상 시한을 이틀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협상 연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동아>도 비슷한 톤이다. 일단 "선 합의발표 후 조문화할 수도 있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이와 함께 한미 양국이 핵심쟁점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줄다리기를 벌였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동아>는 "한미 양국은 30일부터 31일 새벽까지 자유무역협정 최종협상을 갖고 쇠고기·자동차·금융 등 남은 핵심쟁점에 대한 의견접근을 시도했다"며 "그러나 쇠고기 검역기준 완화, 자동차 관계 폐지 및 세제 개편, 우체국 보험과 일시적 자금 유출 금지조항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마감 시한을 6시간 앞둔 이날 오전 1시까지도 타결 발표를 못하는 등 막판 진통을 겪었다"고 전했다.
줄곧 한미FTA 협상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경향신문> 역시 '밀어붙인 FTA... 결국 타결로 가닥'이란 제목을 뽑아 한미 FTA가 타결될 것으로 예측했다.
<경향>은 "지난해 2월 시작해 1년여의 기간을 끌어온 한미FTA 협상이 31일 새벽 마침내 타결로 방향을 잡았다"며 "사회 일각의 거센 저항에도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미국식 개방모델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앞서 한미FTA 반대여론을 주도해온 <한겨레>는 단정적 제목을 피한 채 '우리 삶 바꿀 그들의 협상은 끝났다'는 우회적인 제목을 달았다. '협상은 끝났다'고 했지만 한미 양국이 마지막까지 힘을 겨루었다고 전해 대체로 객관적인 논조를 유지하고자 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여 동안 이어진 한미FTA 공식협상의 마지막 날인 30일 두 나라 협상단은 다음날 새벽까지 밤을 새며 막판 절충을 시도했다"며 "결국 두 나라 대표들은 미 무역촉진권한에 따른 협상시한인 31일 새벽 7시까지도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밝히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겨레>는 '신문제작 여건상 30일 밤 협상 진행상황까지만 지면에 담았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후의 협상 속보는 <인터넷 한겨레>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싣는 등 최종 협상결과에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협상 상황 가장 정확하게 전달한 언론은?
주요 일간지 중 가장 정확하게 협상 상황을 전달한 곳은 <한국일보>였다. <한국>은 '쇠고기·차 밤새 벼랑끝 대치'라는 구체적인 제목을 달아 한미 양국의 신경전을 전했다.
<한국>은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전화 회담을 계기로 타결 가능성이 점쳐지던 한미FTA 협상이 한미 양국의 배수진 전략으로 인해 30일 자정을 넘겨 협상 마감시한이 임박한 시간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등 막판 진통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의 자동차 관세와 한국의 쇠고기 관세 철폐 시기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특히 미국은 뼈를 포함한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한국의 위생검역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아 협상 진전을 더욱 어렵게 했다"고 자세한 상황을 전했다.
<한국>도 '신문 제작·배달을 위한 마감시간 관계로 한미FTA 협상 결과를 전해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내서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