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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거주지역인 진회이루에 위치한 따퉁양상가. 상하이를 관광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쇼핑코스의 하나이다.
한국인 거주지역인 진회이루에 위치한 따퉁양상가. 상하이를 관광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쇼핑코스의 하나이다. ⓒ 유창하
중국 최대 짝퉁시장 상양시장이 문을 닫은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상하이 시내 곳곳으로 흩어진 짝퉁시장은 죽지 않고 잘려나간 불가사리 조각처럼 다시 살아나 또 다른 짝퉁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상양시장 철거 이후 축소되어 옮겨진 대표적 짝퉁시장은 치푸루 옷 도매시장, 남경서로의 타오바오청, 과학기술관역의 야타이성후이, 한국인 거주지역인 진회이루의 따퉁양상가 등이다.

상하이에서 짝퉁 제품 잘 깎기로 소문난 한국인들이 온라인으로 가격정보를 공유하더니 이번에는 '짝퉁시장 가격평정 작전'을 개시하여 짝퉁시장 상인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한국 사람들 때문에 짝퉁 장사 못해 먹겠다"며 죽는 시늉을 한다.

하지만 오늘도 따퉁양상가에는 현지 거주 한국인들의 발길이 잦고, 상가 앞에는 한국에서 상하이를 구경하러온 관광객을 실은 관광버스 몇 대가 여전히 주차되어 있다. 상하이 관광코스 하나로 짝퉁시장 쇼핑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짝퉁시장에서 '순면 티셔츠를 80위안에 판매한다' 는 광고판을 붙여놓고 팔고있다.
짝퉁시장에서 '순면 티셔츠를 80위안에 판매한다' 는 광고판을 붙여놓고 팔고있다. ⓒ 유창하

따퉁양상가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용 짝퉁가방이 버젓이 대량으로 전시되어 있다.
따퉁양상가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용 짝퉁가방이 버젓이 대량으로 전시되어 있다. ⓒ 유창하
온라인으로 최저가 정보 나누고 흥정 전략까지 공유

중국 소재 한국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들어가면 짝퉁가격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한국인 커뮤니티 포털 다음 카페, 네이버 카페 등에 상하이 지역 짝퉁가격 정보가 공개된다. 최저 구입 단가가 공개돼 있어 최소한 정보 부재로 인한 바가지는 쓰지 않도록 하고 있다.

"여자 핸드백 중간사이즈는 A급 70~100위안-특A 400위안, 여자 장지갑 A급 40위안, 몽블랑 볼펜 1개 5위안, 양발 한 벌 베르사체·알마니 등 300~400위안, 푸마 운동화 50~60위안, 나이키 80~150위안, 여자 시계 60~70위안, 골프 갤러웨이 세트 1300위안, 폴로 티 30~50위안, 지포 라이트 20~30위안…."

인터넷에 공개된 최저구입가 정보를 보고난 단골 한국인 고객들은 "그동안 바가지를 엄청 많이 썼네요" "가격을 수첩에 꼼꼼히 적었습니다" "이런! 제가 싸게 샀다고 생각했던 것도 비싸게 주고 샀군요" "앞으로는 시장에서 자신있게 흥정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네요" 라며 이를 반긴다.

그런데 시장가격 기준을 알아도 최저가 구매를 위한 고단수의 흥정 요령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 흥정하다가는 시장상인들로부터 "너에게는 안 판다, 가라"는 소리를 듣는 무안을 당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5일 다음 카페의 한국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짝퉁상품 구매 고수인 한국인 정민철씨의 지도에 따라 진회이루 따퉁양상가에서 짝퉁 최저가 구입요령을 답사하는 짝퉁가격 평정작전이 전개되었다.

한 여성회원은 "프라다와 남자 긴팔셔츠 5장을 사려는데 장당 260위안 부르는 걸 공개정보에 따라 장당 50위안을 불렀더니 점원 얼굴이 '불쌍 모드'로 바뀌면서 흥정을 하다 결국 장당 64위안으로 샀다"고 좋아한다.

구매 리더격인 정민철씨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가격을 제시해야지 다른 사람이 보고 있으면 절대 최저가에 살 수 없다"며 "3~4군데를 돌며 품질확인-가격비교를 한 다음 최저가를 제시하며 다시 돌아와서 사면 후회 없는 구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흥정에 자신이 없으면 최저 기준가의 10% 정도만 높여주면 실랑이를 벌일 필요도 없다"며 완벽한 구매요령을 가르쳐 준다.

상하이 짝퉁시장의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상하이 짝퉁시장의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서양인은 50-60%, 한국인은 70-80% 깎아

대체로 짝퉁시장에서 한국인들은 호가의 70~80% 정도를 할인해서 구매를 한다. 일본인은 60~70%, 서양인은 50~60% 정도 선에서 할인된 가격에 구매를 하고 있다. 시장상인들이 구매인 국적이 어디냐에 할인율을 흥정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제품의 질을 보는 안목이 중요하다면서 "특A 제품은 짝퉁의 최고급으로,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이 안될 만큼 정교해서 홍콩 면세점으로 들어갈 정도이고 라벨도 정교하게 붙어있다"고 귀띔한다.

안 그래도 낮은 가격에 구매를 하는 한국인들에 의한 가격평정 작전으로 말미암아 따퉁양상가 짝퉁시장 중국 상인들은 울상이다.

진회이루 따퉁양시장에서 프라다·구찌 등 짝퉁 가방을 판매하는 종업원 쟝칭춘씨는 "한국인들은 시장가격을 너무 잘 알아 팔아도 남는 게 너무 없다"며 "안팔 수도 없고 죽을 지경"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따퉁양상가 주변에서 상가를 중개해 주기도 하는 천우부동산 강성목 대표는 "상가를 활성화시킨 것도 한국인이지만, 제품 구매가격이 한국인들에게 너무 공유되어 나중에는 상가 전체가 죽을 수도 있다"면서 "한인 지역에 들어선 시장 상권이 침체되면 한국인에게 득이 될 게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표명한다.

따퉁양상가에서 팔고 있는 프라다 짝퉁가방(왼쪽)과 캘빈클라인 상표 짝퉁 속옷.
따퉁양상가에서 팔고 있는 프라다 짝퉁가방(왼쪽)과 캘빈클라인 상표 짝퉁 속옷. ⓒ 유창하
짝퉁 물건, 4월부터 개인 휴대품도 통제된다

한편, 한국 관세청은 지난 20일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수출입 통관' 고시를 하고 4월부터 국제우편물 뿐만 아니라 개인휴대품 짝퉁물건 반입 검색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천공항 세관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항공화물로 들어온 가짜명품 적발 건수가 66건으로 514억원어치이며, 작년대비 2.4배 증가했다"며 "적발 건수 중 중국에서 들어온 게 21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중국 국가품질검사총국에서는 중국 내에 1370억 위안 어치의 가짜 상품이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작년 미국 의회와 미국 정부가 공동조사한 보고서에는 2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내 짝퉁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중국내 유통 외국 브랜드의 20%가 가짜라고 지적한다.

중국에서의 짝퉁상품과 짝퉁시장은 중국 국내수요와 세계 각국 수요자들의 구매욕에 의해 불사조처럼 죽지 않고 끈끈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중국짝퉁 반입 금지 강화조치와 중국에서의 한국인들의 짝퉁가격 평정 작전이 중국 짝퉁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없다.

따퉁양상가 앞을 지키고 있는 중국 공안(경찰)차. 상가 앞에는 '짝퉁상품을 절대 팔지말자'는 붉은색 현수막이 걸려있다.
따퉁양상가 앞을 지키고 있는 중국 공안(경찰)차. 상가 앞에는 '짝퉁상품을 절대 팔지말자'는 붉은색 현수막이 걸려있다. ⓒ 유창하

#중국#짝퉁시장#한국 관광객#할인#어글리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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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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