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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연장을 거듭하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전격 타결되면서 '반FTA 진영'은 더 격앙된 분위기다. 협상 연장이 '결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데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던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노무현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범국본은 이날 오후 1시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측 협상단은 마지막까지 미국의 '시한 연장' 전술에 놀아났다"며 "이에 말려들어 퍼주기를 거듭하다 속옷까지 다 벗어주고 마침내 협상을 타결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한미FTA 협상은 세계 통상 역사에 길이 남을 '퍼주기'로 기록될 것"이라며 "한미FTA 협상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또 이번 협상을 주도한 노 대통령과 협상단을 '사대매국세력'으로 규정했다. 특히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더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 한미FTA 협상 타결 소식을 접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시한 놀음'에 놀아난 졸속 협상"이라며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나섰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겉만 한국 측 협상단, 실제로는 미국 관리들"

범국본은 "이번 협상은 미국과 '우리 측 미국인' 사이에 벌어졌고 국민은 배제됐다"면서 "우리 협상단은 겉모습만 한국의 관리일 뿐 실제로는 미국의 관리들"이라고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 또 "노 정권은 미국에 대한 맹목적 추종과 일방적 퍼주기로 자신의 사대매국성을 증명했다"면서 "사실상 사대매국·민주배반·국민기만·참여봉쇄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국본을 비롯한 '반FTA 진영'은 타결 후 투쟁 목표와 관련, 정권 퇴진을 넘어 정권 타도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혀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범국본은 기자회견문에서 "노 정권은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노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한 투쟁을 강력히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미FTA 협상은 전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미 대표단은 한국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협상 과정을 모두 밝히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성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말대로 임기를 못 마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은 국정조사와 비준거부 투쟁을 위해 목숨을 걸고 온 몸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범국본은 협상이 타결됐지만, 매일 저녁 7시 촛불문화제를 이어가면서 전국적인 투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3일 오전 10시 한미FTA 결과를 놓고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 뒤 오는 7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통해 '협상 무효'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 한미FTA 협상 타결 소식을 접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시한 놀음'에 놀아난 졸속 협상"이라며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나섰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문성현 "386·모피아·매판외교통상론자에 싸인 노무현"

한편 한미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26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일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날 오후 2시께 농성을 끝맺었다.

문 대표는 단식농성을 중단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FTA는 내가 대학교 3학년 시절인 1972년 유신 정국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고 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결국 1979년 비참한 독재자의 말로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 같은 독재의 길을 걷고 있다는 비판이다.

문 대표는 또 "노 대통령은 임기 말 협정을 타결했지만 역사적으로 응징될 것"이라며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간 매국적·망국적 협정을 민주노동당이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를 향해서도 문 대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문 대표는 "26일 동안 단식농성을 하면서 느낀 것은, 청와대는 세상과 담을 쌓은 구중궁궐이라는 것과 대통령은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토론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일부 386 비서진과 모피아, 매판외교통상론자 등 세 가지 '인의 장막'에 싸여 있다"면서 "대통령은 이들에 둘러싸여 오만과 오기, 독선 같은 독재자의 전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 한미FTA 협상 타결 소식을 접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시한 놀음'에 놀아난 졸속 협상"이라며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나섰다. 사진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청와대로 통하는 길을 경찰이 막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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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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