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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부모들의 단식농성장인 국가인권위원회 7층 배움터.
장애아 부모들의 단식농성장인 국가인권위원회 7층 배움터. ⓒ 위드뉴스

2004년과 2006년에 이어 올해로 3번째 진행되는 장애아 부모들의 단식농성. 지난 3월 29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특수교육진흥법 전부 개정안이 상정되기를 그토록 바랐건만 이런 바람이 무색하게 교육위는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장애아 부모들의 단식농성은 지난 2일로 8일째를 맞이했다. 이날 농성장에서 만난 부모들의 얼굴은 무척 수척해 보였다. 하지만 수척해진 얼굴 사이로 드러나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에 대한 결의는 그 무엇보다 확고했다.

현재 무기한 단식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세 명이다. 장애 자녀를 둔 아버지 최준기씨와 윤종술씨. 그리고 특수교육 현장에서 장애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회 도경만 특수교육위원장 이렇게 셋이다.

다른 장애아 부모들은 릴레이 형태로 단식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인권위에서 함께 무기한 단식농성에 참여하고 싶어도 가정엔 돌봐야 할 아이가 있기 때문에 집을 비울 수가 없다. 특히 어머니들의 경우 집을 비우는 게 더 녹록지 않다.

"우리가 월급을 올려달라 하는 것도 아니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최준기씨, 윤종술 공동대표, 도경만 특수교육위원장(왼쪽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최준기씨, 윤종술 공동대표, 도경만 특수교육위원장(왼쪽부터) ⓒ 위드뉴스

경남 사천에서 올라온 최준기씨는 발달장애2급의 자녀를 둔 아버지다. 하던 사업마저 접고 서울에 올라와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씨는 지금 온 몸에 석유를 뿌리고 단식농성장인 국가인권위원회 7층 인권상담센터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다.

최씨는 "3월 29일 교육위가 파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인권위 창문을 깨고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면서 "장애인교육지원법이 제정될 수만 있다면 투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직장생활하며 월급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장애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가정의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올라와 있다"면서 "국회는 처절하게 단식 하고 있는 부모들의 심정은 모르고 당리당락에 의해 파행 운영되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아이가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특수학급이 없다, 현실적으로 정신지체, 발달장애 아이들은 특수학급이 없으면 수업 받기 힘들다"며 "4월 안에 장애인교육지원법이 제정돼 두 번 다시 단식투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감행한 단식 후유증으로 인해 현재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장애인교육권연대 윤종술 공동대표는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20분마다 사탕을 먹고 있다. 혈당이 40이하로 떨어지면 혼수상태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한다. 지금 그의 혈당은 46.

이런 상태에서도 그는 4월 임시국회에서 '특수교육진흥법 전부 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수교육진흥법 전부 개정안'이 상정돼야 장애인교육지원법과 특수교육진흥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4월 임시국회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이 제정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그렇게 될 경우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되는데 6월엔 대통령 선거로 인해 민생법안은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표는 "지난 2일 협상 종료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국가와 시민들의 초점은 모두 한미FTA로 쏠리고 있다"면서 "미국에 퍼주기식 협상에 불과했던 한미FTA로 인해 민생법안들은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는 장애인교육지원법 갖고 단식하지 않고 싶다”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장애인 교육권 투쟁을 담은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이 때 전시된 사진을 농성장 입구에 걸어뒀다.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장애인 교육권 투쟁을 담은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이 때 전시된 사진을 농성장 입구에 걸어뒀다. ⓒ 위드뉴스

윤 대표는 국회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지난 2006년 발의된 법을 단 한 번도 논의하지 않은 채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 등으로 인해 국회 교육위원회가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

그는 "국회가 말로만 민생법안, 민생법안 했지 실제로 민생법안을 위해 얼마나 활동해 왔는지 모르겠다"며 "장애아 부모들이 이렇게 힘겨운 단식 투쟁을 하지 않더라도 국회가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까지 단식농성을 해야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되묻고 싶다"며 "이렇게까지 하는데 아무 반응이 없는 국회는 뭐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윤 대표는 또 "1년 전 발의된 법을 단 한번도 심사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며 "부모들이 3번째 단식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4월 임시국회 때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목숨 걸고 투쟁 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교육 차별사례 인권위 진정할 것"

2004년부터 매번 단식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윤 대표. 그가 말하는 '단식농성'은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에 대한 부모들의 살을 깎아내는 염원이다. 단식농성에는 그만큼 고통이 뒤 따른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앞으로 장애인교육지원법을 공동발의한 의원들의 '4월 통과 지지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며, 교육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차별사례들을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 진정할 계획이다.

또 정부 개정안으로 인해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모아 교육부에 제안 할 예정이며, 4월 중순경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4월 임시국회가 3일 개원했다. 4월 임시국회는 1주일가량 대정부 질의를 한 뒤 각 상임위별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단식농성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장애아 부모들의 바람처럼, 이번 임시국회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 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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